(사진=자료사진)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을 앞두고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9일 최저임금위원회와 소상공인연합회 등에 따르면, 최저임금위 사용자측 위원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표 5명은 앞으로 남은 논의 과정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당장 내년부터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원으로 올리자는 노동계와 2.4%오른 6625원을 주장하는 경영계의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표하는 위원들까지 '보이콧'을 선언하면서 앞으로 최저임금 논의는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위원들이 최저임금위 철수를 강행한 직접적인 이유는 이들이 주장한 업종별 차등적용 방침이 거부된 데 따른 것이다.
이들은 PC방과 편의점, 슈퍼마켓, 주유소, 이미용업, 음식점, 택시, 경비 등 경영난에 처한 8개 업종에 대해서는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5일 제8차 회의에서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적용 방안'은 반대 17, 찬성 4, 기권 1로 부결됐다.
김문식 한국주유소협회장은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된 이후에라도 업종별 차등 적용과 관련된 실태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며 "실태조사 연구용역 등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될 때까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5명의 위원들은 회의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왔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최저임금 사업장의 87%가 소상공인 업종에 몰려있다"면서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로 생존권의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은 소상공인들에겐 사형선고"라고 주장했다.
소상공인들은 또 최저임금 인상이 결과적으로 최저임금 노동자의 일자리를 불안하게 하고 오히려 고연봉의 대기업 근로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측면이 강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김대준 한국컴퓨터소프트웨어판매업협동조합 이사장은 "현재의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안은 결국 근로시간 단축안에 따른 근로자들의 임금 감소액을 보전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이사장은 또 "정부가 한계 상황에 몰려있는 소상공인에 대한 뚜렷한 지원 대책 없이 무작정 최저임금을 대폭 올리려고 한다"면서 "정부가 대기업 연봉 근로자들의 대변인을 자처하고 소상공인에게는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위에 참석하는 한 위원은 "지불 능력은 고려하지 않고 대기업과 같은 수준에서 최저임금 문제를 다룬다면 소상공인들은 현실적으로 종업원 감축과 함께 최저임금 인상분만큼 제품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인 정부가 오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약속하면서 이번 최저임금 논의는 그 어느 해보다 진통을 겪고 있다. 특히 그동안 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소상공인들의 반발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가장 직접적인 당사자들인 소상공인들의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최저임금위원회에 대해 근본적인 개편이 필요하다"며 앞으로 최저임금 논의 상황에 따라 대규모 항의 시위 등 대응 수위를 높여가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은 지난달 29일이었으나 실제 협상 기간은 오는 16일로 연장됐다. 최저임금위는 10일과 12일 각각 회의를 열어 수정안을 제시하고 15일 마지막 회의를 통해 내년도 최저임금을 확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대표 5명이 회의에 불참하더라도 정족수가 이뤄져 내년도 최저임금이 확정될 수 있다. 하지만 골목상권을 대표하는 소상공인들의 반발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추진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