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 직접조사 압박…양승태 대법원장 수용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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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 PC는 '판도라 상자'…위임 거부하면, 불신의 골 깊어져

양승태 대법원장(자료사진)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 100명이 모여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직접 조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승태 대법원장이 이를 수용할지 주목된다.

특히 판사들은 법원행정처 전·현직 고위직들의 업무용 컴퓨터 등을 사실상 확인하겠다고 요구했고, 양 대법원장을 포함한 책임 규명과 추궁도 논의 안건에 포함했다.

요구대로 조사권한을 위임할 경우 조사결과에 따라 큰 파장이 몰려올 수 있다. 반대의 경우에는 대법원과 일선 판사들 사이 대치 국면이 전개돼 불신의 골이 깊어질 전망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19일 경기도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첫 회의를 열어 사법행정권 남용 규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존재 확인을 위해 추가조사를 시행하기로 했다.

재조사 대신 추가조사라는 표현을 사용했지만, 양 대법원장에게 법관회의가 구성한 소위원회로 조사권한을 위임할 것을 요구해 광범위한 조사가 가능해 보인다.

일선 판사들은 양 대법원장이 이인복 전 대법관에게 전권을 넘겨 진행됐던 법원 진상조사위원회 조사결과가 모든 의혹을 해소하지 못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블랙리스트 존재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행정처 기획행정 업무를 담당한 판사의 컴퓨터를 진상조사위가 직접 확인하지 않은 점을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문제 삼았다.

앞선 진상조사위는 업무용 컴퓨터와 이메일 서버에 대한 조사 협조를 요청했지만 고영한 당시 처장은 수용하지 않았다.

"의혹의 문서나 이메일을 만들어 관리한 사실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성자의 동의가 없는 한 처장에게 수락 권한이 없고, 보안유지가 필요한 문서들이 많다"는 이유였다.

당시 진상조사위에는 전국 법관들로부터 추천을 받은 판사들이 포함됐는데도 법원행정처의 비협조로 임의제출 방식으로만 조사를 진행하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조사 착수 전부터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이규진 전 상임위원 및 기획조정실 법관들의 지난해와 올해 업무용 컴퓨터 등에 대한 보전을 요구했다.

5명의 소위원회를 구성해 조사에 나서겠다며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의 적극적인 지원 약속까지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비협조하면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보고해 추후 일정을 결정하겠다고 강조했다.

19일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판사들이 모여 회의를 하거나 결의를 할 법적 근거와 형식상의 조사권한도 없는 만큼 대법원에 대한 압박 강도를 처음부터 높여 실질적 조사권을 갖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업무용 컴퓨터가 보관돼 있더라도 법원행정처가 진상조사위에 밝혔듯 대외비 문건들이 많이 있을 수밖에 없어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해당 컴퓨터가 '판도라의 상자' 일 수도 있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서 결의사항을 정식으로 보내오면 검토할 예정"이라며 "수용 여부를 지금 확답하기 어렵다"고 말을 아꼈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과 함께 대법원장의 제왕적 권한과 사법부의 관료주의 심화 등에 대한 일선 판사들의 쌓인 불만이 양 대법원장의 오는 9월 퇴임을 앞두고 표출된 가운데, 양 대법원장은 또 한 번 변화의 요구에 직면한 상황이다.

한편, 이와 별도로 시민단체가 지난 15일 양 대법원장 등 전현직 법원행정처 고위직 등을 고발한 사건은 이날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심우정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시민단체인 투기자본감시센터는 법원행정처가 판사들의 성향과 동향을 수집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관리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고발 내용과 자료 검토 등을 거쳐 본격 수사에 나설지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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