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기 고양시 사법연수원에서 각급 법원의 대표 판사들이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문 등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에 맞서 모인 판사들이 자신들의 대표 5명을 통해 '추가 조사'를 실시하기로 결의했다.
전국법관대표회의(법관회의)는 19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결의 사항을 발표했다. 아울러 법관회의가 구성한 소위원회에 조사권한을 위임할 것을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공식 요구했다.
결의에 따르면, 기존 대법원 진상조사위는 조사결과 및 자료 일체를 법관회의에 인계하고, 사법행정권 남용 당사자들의 업무용 컴퓨터와 자료는 유지·보존돼야 한다. 대법원장은 향후 추가조사를 방해하는 사람의 경우 업무에서 배제해야 한다.
법관회의는 또 회의에서 선출한 5인으로 추가조사를 실시할 소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소위 위원장에는 인천지법의 최한돈 부장판사(52·사법연수원 28기)가 선출됐다.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는 필요시 인사발령·사무변경 등 조치를 통해 소위의 추가조사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소위는 다음 법관회의 전까지 추가조사 결과를 보고하되, 대법원의 조사 지원미흡·방해의 경우 즉각 법관회의에 보고해 조치를 받기로 했다.
법관회의 공보담당인 송승용(43·29기) 수원지법 부장판사는 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송 부장판사는 "현재는 법관회의 상설화 여부에 대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오늘 논의가 마무리되지 못하면 다음 법관회의는 오는 7월 24일 월요일에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회의는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판사들의 사법개혁 움직임을 저지했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법원 내 전문분야연구모임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전국 법관 3000명에게 이메일을 보내 실시한 '사법독립과 법관인사제도 설문조사'에 대한 학술행사를 법원행정처가 축소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이다.
이를 조사한 대법원 진상조사위원회(위원장 이인복 전 대법관)는 이규진 당시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고 결론 냈다.
그럼에도 법원행정처 컴퓨터에 판사들의 성향을 분석해 관리한 이른바 '판사 블랙리스트'가 있다는 의혹이 해소되지 않자 판사들이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중앙지법을 비롯한 전국 각급 법원에서 판사회의가 잇달아 열렸고 진상규명을 위한 목소리가 전국법관대표회의 개최로 이어졌다.
이날 회의는 안건을 발의한 판사들이 10분씩 발언한 뒤 자유토론을 거쳐 공통의견이 나오면 의결하는 식으로 진행 되고 있다. 자유로운 토론을 위해 '부장', '법원장' 등 서로간의 직급은 생략하고 '판사'로 호칭을 통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