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임명장을 줬다. 장관 후보자로 발표한 지 26일, 인사청문회를 치른지 11일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강 신임 장관에게 임명장을 주는 자리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코앞으로 닥쳐왔고, 또 G20정상회의도 있다"며 "외교부 장관 자리를 도저히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라고 임명 불가피성을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과 야당간에 인사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고 마치 선전포고를 하거나 협치는 없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며 내각 구성 지연이 야당의 국정 발목잡기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 야당 반대 불구, 지지도 83% 보고 임명 강행…남은 청문회·추경 등 빨간불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이 강 장관을 임명한 것은 절차상 하자가 없고, 특히 국민 여론이 자신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청문회를 통해서 강 장관에게 제기됐던 의혹 중 상당수가 해소됐음에도 '부적격'이라는 굴레를 씌워 임명하지 말라는 것은 한미 정상회담 등 산적한 외교·안보 현안에 눈감은 정치공세인데 이런 공세에 밀릴 경우 앞으로도 제대로 된 국정운영이 힘들다고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다.
지난 16일 발표된 갤럽 여론조사 결과 문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83%를 기록하고, 호남에서의 지지율이 99%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면서 국민의당이 시비를 걸기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도 강공의 배경이 됐다.
하지만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하면서 향후 대(對) 국회, 대(對) 야당 협치 협치 전선은 먹구름이 끼게 됐다.
당장 19일 예정된 5개 부처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계획 확정을 위한 상임위원회 개최에 빨간불이 켜졌고, 이날 열리기로 한 김현미 국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보고서 채택도 불투명해졌다.
6월 임시국회가 회기 종료를 불과 8일 밖에 남겨두지 않았지만 문 대통령이 야심차게 내놓은 '일자리 추경안'이나 정부조직법 개편 논의가 매끄럽게 진행될 가능성은 점점 더 낮아지고 있다.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 낙마를 계기로 야당과 언론의 검증공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음주운전 경력이 있는 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는 물론 '교육개혁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국방개혁'의 적임자로 불리던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 등이 논문표절, 고액자문료 등으로 인한 압박 강도가 세지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두명만 추가 낙마해도 문재인 정부의 첫 인사도 실패로 기록될 수밖에 없고, 인사검증을 총괄하는 조국 민정수석의 자리도 위태롭게 된다. '개혁'을 표방한 문재인 정부가 정권초기에 난국에 빠지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과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 있는 야3당이 정국 운영의 고삐를 쥔 것도 아니다. 갑갑하기로 치면 청와대나 여당보다 더할 수 있다.
◇ 야3당, 한 목소리 내기 힘들고, 수단도 제한…'새정부 발목잡기' 부담도 야당들이 강경화 장관 임명에 대해 반대했지만 법적으로는 전혀 하자가 없다. 보기에 따라서는 청문보고서를 채택해 주지 않은 야당이 비판 받을 수도 있는 상항이다. 강 장관에 대한 여론도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비판만 것도 대안이 될 수 없다.
이어지는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조대엽, 김상곤, 송영무 후보자를 상대로 공세를 펼 수는 있지만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 이상의 '한방'이 없이는 김상곤 교육부 장관 후보자, 강경화 장관 임명의 경우처럼 보고서 채택과 상관없이 임명할 수 있다.
추경 편성 등 국회 의사 일정에 협조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하루 이틀에 불과할 뿐 9년을 여당으로 살아온 새누리당이 새정부 발목잡기라는 비판을 감당할 만큼 맷집이 센 것도 아니다.
특히 야당이 3개나 돼 공동보조를 취하기 어렵고, 어느 한 당만 공조대열에서 이탈해도 '정면돌파'를 선택한 정부여당 앞에서 마땅한 카드가 없는 '4당체제'가 여간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당장에 강경화 장관 임명과 관련해서 야당 대변인들이 정부여당을 비판하는 성명을 내놓고는 있지만 어떻게 하겠다는 '대응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강경화 장관 임명과 관련해 강행에 대한 문제제기가 아닌 이미 다 끝난 청와대의 안경환 전 후보자 검증 부실에 포커스를 맞추고 나섰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CBS와의 통화에서 강경화 장관 임명과 다른 사안과의 연계에는 선을 그었다.
야당이 한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은 공허한 메아리에 지나지 않는다. 문 대통령의 실패와 자충수만 기다린다는 자기고백일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