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당권경쟁이 17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대선 패배 후 새로 꾸리는 지도부의 후보군이 이날 확정된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지난 정권에서 똘똘 뭉쳤던 ‘친박(親朴)의 분열’이다. 국정농단 사건과 탄핵, 대선패배를 거치면서 폐족 수순을 밟고 있는 친박 인사들은 물 밑에서 각자 다른 셈법을 갖고 정치적 재기를 노리고 있다.
◇ 친홍(親洪) 대 반홍(反洪)…헤매는 친박이번 당 대표 선거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와 원유철 의원(5선), 신상진 의원(4선)의 3파전으로 치러질 전망이다. 친박 중진들의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이번 당권경쟁은 ‘친홍준표 대 반홍준표’로 요약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구도 아래서 친박 핵심들의 분열 기류도 감지된다. 윤상현 의원은 친홍파로 돌아섰고, 서청원 의원은 친분이 있는 원 의원을 간접 지원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친박 좌장으로 불리던 최경환 의원은 “이번 선거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뜻을 주변에 전달했다.
때문에 친박계 일부 초·재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홍준표 대항마’로 중립적 이미지가 강한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내세우는 방안도 거론됐었다. 이를 토대로 대구·경북(TK) 지역의 한 중진 의원도 김 교수의 출마 의사를 물었지만, 회의적인 답변이 돌아왔다.
김 교수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누군가가 대표성을 갖고 (집단의) 창구가 돼서 나에게 얘기가 온 적도 없다”며 “홍 전 지사도 출마한다고 하는데, 내가 나가서 대결구도가 되면 당내 갈등만 더 일어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제가 안 하는 게 옳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 때 핵심 인사들을 구심점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당내 주류 세력이 흔들리고 있음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 대표 대신 최고위원이라도…물밑접촉 ‘활발’친박계의 관심은 이제 최고위원 선거로 쏠리고 있다. 최고위에 최대한 많은 인사를 입성시켜 유력 주자인 홍 전 지사를 견제하거나, 타협을 시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튼 기류다.
한국당 TK 지역 의원 10여 명은 16일 조찬 모임을 갖고 현 상황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이 자리에 최경환 의원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틀 앞선 14일에는 대구 의원들만 따로 모임을 갖기도 하며 분주하게 활로를 모색 중이다.
이들 대다수는 최고위원 출마 의사를 밝힌 이철우 의원(3선·경북 김천)에게 힘을 실어주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찬 모임에 참석한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이 의원이 나간다니까 협조해 주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이 의원이 중간에서 역할을 해주기를 바라는 움직임”이라고 해석했다. 본인들은 물론, 유력 당권주자인 홍 전 지사와도 가까운 이 의원을 연결고리로 훗날을 도모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친박 최고위원 후보로는 박맹우(재선), 윤종필 의원(비례 초선)이 출사표를 던졌고, 김태흠 의원(재선)도 출마가 유력하다. 최경환 의원과 가까운 이재만 대구 동구을 당협위원장도 도전의사를 밝혔다.
이들 외에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한 이성헌 전 의원과 류여해 부대변인은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엷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당은 7·3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와 별도 선거를 통해 최고위원 5명(여성·청년 최고위원 1명 포함)을 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