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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가 낳은 음성비서 '시리' 어쩌다 매력을 잃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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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6-08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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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구글에 밀려…"핵심인력 떠나고 사생활보호 집착한 탓"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의 모습이 무색하게 매력을 잃어가고 있다.

애플의 이용자 사생활 보호 정책과 비전문가 기용, 핵심 인력 이탈 등으로 시리가 가졌던 매력(Edge)이 무뎌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의 인공지능(AI) 음성비서 '시리(Si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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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는 스티브 잡스 애플 공동창업자 겸 전 최고경영자(CEO)가 애정을 쏟아 내놓은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잡스는 2010년 스타트업에서 아이폰용 디지털 비서 애플리케이션(앱)을 냈을 때부터 팬이 됐으며, 시리 개발자인 게리 모건탈러에게 45일 동안 무려 서른 번 전화를 걸어 기술을 팔라고 설득했다.

기술을 사들인 후에는 아이폰에서 문제없이 작동할 음성 비서 서비스를 만들도록 밀어붙였으며 바로 이듬해 10월 음성으로 날씨를 알려주고 일정을 설정할 수 있는 시리가 탄생했다. 잡스는 시리가 공개된 2011년에 사망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고 난 뒤에 애플은 시리 개발을 이끌 인물로 아마존 출신 빌 스태지어를 영입했다.

하지만 스태지어는 언어가 아닌 검색 분야 전문가라서 시리의 원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내부에서 나왔다.

시리 공동 개발자였던 애덤 체이여와 대그 키트라우스는 개인적인 사정을 들어 팀을 떠났고 비브 랩을 세워 제3의 개발자도 이용할 수 있는 음성 기반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비브 랩은 2016년 삼성전자가 2억1천500만 달러에 인수했다.

또 시리의 음성인식 능력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었지만, 임원급의 권력다툼 속에서 이 분야의 전문지식이 전무한 인물이 음성인식 프로젝트를 이끌게 되면서 인력이 대거 빠져나갔다.

한 명은 구글, 또 다른 이는 아마존으로 이직했으며 스타트업으로 자리를 옮긴 이도 있었다.

이용자 사생활 보호에 방점을 맞춘 정책도 시리의 발목을 잡았다.

이용자의 사생활을 존중한다며 이용자의 검색 기록 등을 주기적으로 삭제하면서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어려워졌다.

이 사이에 경쟁업체들은 음성 비서 분야에서 발 빠르게 성장해나갔다.

아마존은 2014년 알렉사를 탑재한 스피커 '에코'를 내놔 큰 성공을 거뒀으며 포드자동차, LG전자, 제너럴일렉트릭(GE) 등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지난해 구글 어시스턴트를 출시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코타나를 공개했다.

애플 시리 팀은 여전히 자신들이 해당 분야에서 가장 앞서 있다고 여겼지만, 이는 착각이었다.

아마존은 2014년 음성 명령을 받아 음악을 틀거나 제품을 주문하고 인터넷 검색을 하는 작은 스피커를 영상으로 공개했다.

이는 당시 애플이 구현하지 못한 기술이었던 주변 소음과 이용자의 목소리를 분리하는 기술과 원거리에서 명령을 인식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의미다.

당시 아마존을 찾았던 전직 시리 팀원은 "당시 애플 측 사람들의 초조함이 한 단계 더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시리의 음성 응답 정확도는 여전히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시리의 응답 정확도는 62%, 알렉사와 구글 어시스턴트는 각각 82%, 91%를 보였다.

IT 리서치업체 컨스텔레이션 리서치의 홀거 뮬러 애널리스트는 "시리는 IT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다가 막대한 자금과 재능을 가지고도 매력을 잃고 마는 교과서적인 존재"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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