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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의 '정치검찰 숙청작업'과 '망신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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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검찰내 대표적인 '우병우 라인'으로 불렸던 검찰 고위 간부들에 대한 물갈이 인사가 전광석화처럼 단행됐다.

법무부는 8일 우병우 전 민정수석에 대한 부실수사와 황제소환으로 비판받았던 윤갑근(53·사법연수원 19기) 대구고검장과 정점식(52·20기) 대검찰청 공안부장, 김진모(51·20기) 서울남부지검장, 전현준(52·20기) 대구지검장 등 4명을 법무 연수원 연구위원으로 발령냈다.

이들은 이르면 오늘부터 줄사표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인사는 형식상 법무부가 발령낸 것으로 돼 있지만, 청와대가 주도적이고 전격적으로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검찰 고위관계자에 따르면 "청와대에서 인사 대상자 이름을 불러줬고 그 지시에 따라 이번 인사를 속전속결식으로 처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 청와대가 '적폐세력'이라고 분류한 검찰내 우병우 사단에 대한 인사는 시간 문제였다. 검찰 안팎에선 정치검찰에 대한 인적청산도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인사는 시기와 방법에서 상당한 파장을 불러오고 있다.

검찰 고위간부에 대한 이번 인사는 조국 민정수석이 밝힌 국정농단 사건 재조사와도 깊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은 지난 12일 "'정윤회 문건 사건'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민정수석실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와 갈등을 빚다 지난해 9월 활동이 종료된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와 관련해서도 "조사를 누가 방해했는지 알아야 한다"며 정윤회 문건과 세월호사건을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재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정밀 타격방식으로 좌천된 이번 인사대상자 중 상당수는 두 사건과 관련을 갖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안타깝지만 인사 대상자들이 과거 정권에서 주요 사건을 정치적으로 다뤄온 검사들"이라며 "이들에 대한 인적 청산은 필요했다"는 반응들이 많았다.

우병우 전 전 민정수석 (사진=자료사진)

 

◇ 청와대 메시지 "정치검찰에 대한 경고"

청와대는 고위 간부들에 대한 전격적 인사를 통해 '정치검찰 척결'이라는 메시지를 검찰에 명확하게 보냈다. 그런 측면에서 이번 인사는 검찰내 숙청작업에 가깝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거치는 지난 9년 동안 검찰은 주요 사건를 처리할때마다 정치검찰 논란에 휩싸였다.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사건, 정연주 전 KBS사장 사건, 정윤회 문건 사건, 우병우 전 민정수석 사건 등 정권의 의중을 담거나 정권의 치부와 관련된 사건은 늘 '봐주기, 면죄부 수사'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해당 사건을 정권에 의중에 맞게 처리한 검사는 언제나 '인사 혜택'을 받고 승승장구했다. 이때문에 주류 검사들은 과거보다 '정치화'가 심화됐고 '누구 라인'이라는 인맥을 형성했다. 소수 검사가 특권을 누리는 사이 대부분의 검사들은 소외감을 겪어야 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보수정권은 인사를 통해 검찰을 장악했고, 검찰은 정권의 의중에 따라 '하수인'처럼 움직이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이로 인해 검찰권은 '정의'를 구현하는 수단이 아니라 '사익'의 도구로 변질됐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이번 인사 메시지는 '정치검찰 시대의 종언'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꼭 망신주기성으로 해야 하나" 비판 제기

그러나 이번 인사 메시지를 공감하지만 마치 숙청작업 하듯 이뤄지는 인사에 대해선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인사 내용에 대해선 동의한다"면서도 "그러나 방법과 시기가 아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임명된 직후 자연스럽게 정기인사를 통해 정치검사들을 솎아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비판이다.

실제로 검찰 내부에선 "이번 인사는 누구봐도 청와대가 직접 개입해 단행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며 "그렇다면 앞으로 청와대가 검찰 인사를 또 좌지우지하겠다는 우려가 크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의 한 인사도 "새 정권이 순리적으로 정치검찰을 솎아낼 수 있는데도 꼭 망신 주듯 인사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많다"며 "청와대가 정무적 감각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한편에선 조국 민정수석이 국정농단사건 재조사 결과 발표를 하지 않고 선행적으로 인사부터 단행한 것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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