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확산방지…간이 도계장 증설·가금육 포장유통 의무화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를 예방하기 위해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의 유통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전통시장에서 닭, 오리 등 살아있는 가금류를 거래할 때는 반드시 도축한 후 유통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 '가금산업 발전대책'(가칭)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8일 밝혔다.
이 대책에는 전통시장에서 가금류를 산 채로 거래하는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소규모 도계장 설치를 지원하는 내용이 포함된다. 도계장은 가축 중 닭을 도살·처리하는 시설을 말한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내달까지 연구용역을 실시하는 한편 각 지자체의 도계장 설치 수요를 조사하고, 내년에 3개소를 설치해 시범 사업을 할 방침이다.
시범 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전국적으로 확대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연간 토종닭 4천300만마리 가운데 살아있는 닭의 유통 물량은 35%에 해당하는 1천500만 마리 정도다.
닭(오리 포함)은 소·돼지처럼 허가된 도축장에서 도축되어야 하나, 소유자가 소비자에게 직접 조리해 판매(자가 조리·판매)하는 경우에는 축산물위생관리법에 따라 예외로 인정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전통시장에 다수의 가축거래상인이 활동하면서 소규모로 살아있는 닭이 거래기록 없이 유통되고, 일부 업소에서는 비위생적인 방법으로 도축·판매돼 국민 건강과 AI 방역관리을 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대표적인 '가축질병 방역 선진국'으로 꼽히는 일본에서는 살아있는 가금류 거래 시 이동식·간이 도계장 등에서 도축 후 판매하도록 유통 체계가 잡혀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실제 이번에 다시 발생한 AI 사태는 전북 군산의 종계농장이 'AI 오골계' 3천600마리를 유통하면서 시작됐다. 군산 종계농장에서 닭을 사지 않은 농가는 전통시장을 거쳐 교차 감염이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간유통상과 소규모 농가들이 수시로 드나들며 살아있는 닭, 오리를 소규모로 사고, 파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퍼졌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5일부터 전국 모든 전통시장과 가든형 식당에서 살아있는 가금류의 유통을 전면 금지한 데 이어 8일 0시부터는 AI 발생지역에서의 살아있는 가금류 반출도 전면 금지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현재의 거래 방식을 뜯어고치지 않으면, 언제든 이번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고 보고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의 유통 금지를 추진할 방침이라고 농식품부는 설명했다.
농식품부는 이와 함께 전통시장 내에서의 불법 도계도 근절하기 위해 가금육을 반드시 포장 후 유통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이 밖에도 미등록 가축거래상인에 의한 산닭유통실태 점검 강화(2년 1회→ 연 2회)하고, 미등록 가축거래상인에 대한 처분 강화 등으로 등록을 유도하는 한편 전통시장 내 살아 있는 닭 보관시설의 방역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다만 영세업소의 경제적 피해가 우려되는 만큼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충분한 협의와 준비를 거쳐 추진할 계획이라고 농식품부는 밝혔다.
전통시장에서 자체적으로 불법 도축하는 등 축산물 위생법 위반 행위를 강력히 단속해달라고 주무부처인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요청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전통시장에서는 여전히 오토바이에 닭을 몇 마리 싣고 돌아다니거나 닭, 칠면조 등을 종류별로 한 군데 놓고 파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며 "대부분은 소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시설이므로 위생상으로도 좋지 않은 데다 AI 같은 전염병이 돌면 이번처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 현실과 재원, 시장성에 맞게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 전통시장에서 살아있는 닭의 유통 금지 대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