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가장 '공정'하고 '차별'이 없어야 할 학교가 이상하다. 학교에서 일하는 수 십여 개의 직종이 '정규직'과 같거나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단지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절반의 임금, 차별, 반말과 무시 등의 대우를 받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제로화’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재원 마련과 역차별 해소 등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것이 현실. 학교 내 다양한 비정규직들의 목소리를 들어보고,'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은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CBS가 짚어봤다. [편집자 주]
(사진=자료사진)
"선생님은 강사잖아요. 선생님 아니잖아요."대전의 한 초등학교에서 스포츠 강사로 일하는 A(35) 씨는 초등학교 제자를 혼내다 이런 말을 들었다.
A 씨가 스포츠 강사란 사실은 면접에 참여한 학부모를 포함해 몇몇 학생들도 알고 있는 사실.
이명박 정부 시절 초등학교 체육수업 활성화 정책에 의해 양산된 스포츠 강사들은 정규 체육수업 지도는 물론, 학교 스포츠 클럽, 방과 후 체육 활동 지도 등 체육활동을 지원해왔다.
하지만 스포츠 강사들은 매년 2월이면 실업자가 된다. 교육청에서 11개월 단위로 계약을 하다 보니 2월 한 달은 실업 급여로 생활하고 3월부터 다시 계약하는 것이다.
다행히 대전은 올해부터 12개월 계약으로 바뀌었지만, 여전히 전국에는 11개월 단위의 '쪼개기' 계약을 하는 곳이 많다. 이마저도 지난 2013년까진 '10개월' 계약이었다.
전문 자격증을 요구하는 직종이지만, '고용 불안'이 매우 심각한 이유다.
A 씨는 "쪼개기 계약의 여파로 11월만 되면 스포츠 강사들은 더욱 힘들어진다"며 "내년에도 고용이 되는지, 교육청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등 스포츠 강사들의 불안감은 연말이면 극에 달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11개월 계약 후 재채용 과정 역시 매우 어려웠다. 열악한 근무 환경은 높은 이직률로 이어졌고, 밤에는 대리기사 일을 하는 등 두 가지 일을 하는 스포츠 강사들도 많다고 A 씨는 전했다.
학교장 계약이란 점도 '고용 불안'을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학교비정규직노조 대전지부 관계자는 "대법원 판례에는 학교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사용자는 교육감이라 판결했지만, 여전히 학교장이 계약하는 것은 문제"라며 "특히 해마다 재채용을 반복하는 강사 직군은 학교장의 눈치를 봐야 해 온전히 교육과정에만 신경을 쓸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스포츠 강사는 학교 비정규직의 임금이 인상될 때도 임금 인상이 가장 안 됐던 직군이기도 하다. 지난 2014년 5% 인상을 제외하면 2009년부터 7년 동안 임금 인상은 0%였다.
대전시교육청의 2017년도 초등스포츠강사 지원 계획에 따르면, 올해 스포츠 강사의 계약금액은 약 164만 원이다.
이 중에서 매달 퇴직적립금으로 13만 원이 빠지고, 4대 보험료를 빼고 나면 이들이 손에 쥐는 금액은 135만 원 남짓. 4인 가족 기준 최저생계비 175만 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이다.
스포츠 강사에 대한 차별은 이뿐이 아니다.
스포츠 강사들은 학교의 개교기념일이나 재량 휴업일은 무급휴무일을 원칙으로 한다. A 씨는 개교기념일이나 재량 휴업일에 본인의 '연차'를 사용해야 했다.
무엇보다 서러운 점은 학생을 가르치며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순간에도 이들은 뒤로 빠져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직접 지도해 스포츠 클럽 대회에서 수상한 아이들의 지도 교사에서 스포츠 강사의 이름은 '쏙' 빠져있기 때문이다.
A 씨는 "제일 서러운 게 제가 지도를 했지만, 담임 선생님만 담당 교사로 올라가 있는 점"이라며 "밑에 지도자로 한 줄 넣어달라 해도 이런저런 이유로 안 된다고 하더라"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