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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봉투 감찰…'특수활동비' 부정사용 낱낱이 해부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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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사진)

 

'돈 봉투 만찬' 사건을 감찰해 온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이 7일 감찰위원회를 소집해
감찰 조사 결과를 확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돈 봉투 만찬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한 지 21일만이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의 만찬 회동에서 사용된 특수활동비를 '단순 격려금'으로 볼 건지, 아니면 국가 예산 부정사용에 따른 횡령죄 등의 처벌 대상으로 삼을지가 최대 관심 포인트이다.

돈 봉투 만찬은 4월 21일 이 전 지검장 등 검찰 특별수사본부 소속 서울중앙지검 간부 7명이 안 전 국장 등 법무부 검찰국 간부 3명과 저녁 식사를 하며 안 전 국장이 최순실 게이트 수사를 담당한 후배 검사들에게 70만~100만원이 든 봉투를, 이 전 지검장이 법무부 과장 2명에게 100만원이 든 봉투를 건넨 사건이다.

만찬 회동은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결정하고 나흘 뒤 이뤄졌다.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은 돈봉투 만찬 사건을 5개 사안으로 각기 나눠 조사를 벌여 왔다. 사안별 핵심 조사 쟁점을 정리해 본다.

◇ 법무부 검찰국장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

돈 봉투 만찬사건에서 격려금 출처가 특수활동비로 확인된 순간 특수활동비는 이미 '화약고'가 됐다.

기획재정부의 '2017년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은 특수활동비의 적용 범위를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라고 지목하고 있다.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사용했다면 어떤식으로 든 지침의 적용 범위를 벗어난 것이 된다. 격려금은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수사에도 해당하지 않고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 경비'로 보는 것도 난센스이기 때문이다.

다만 안태근 전 국장은 감찰 조사에서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으로 사용해 온 것은 '관행'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기 방어'를 위한 안 전 국장의 변소는 오히려 국가 예산인 특활비가 부정 사용돼 왔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되는 '양날의 칼'이다. 이때문에 '꼬리표 없는 눈먼 돈'으로 불리는 특활비 체계의 대대적 쇄신은 피할 수 없다.

원래 검찰 특수활동비는 법무부가 아닌 검찰총장이 검사들의 수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돈이다. 그러나 인사와 예산권을 쥐고 있는 법무부가 280억원 상당의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에게 모두 귀속시키지 않고 그 중 일부를 법무부 장관 특수활동비 명목으로 '유보'를 해왔다.(280억원 가운데 110억원 안팎을 법무부에 유보시킴)

역대 검찰총장들은 "원래 특수활동비는 총장 지휘하에 사용하는 예산인데 교정본부와 출입국 관리본부, 검찰청 등 많은 기관을 관리하는 법무부 장관이 '돈'이 없기때문에 일부를 떼서('유보'라 표현함) 관행적으로 준 돈"이라고 말한다.

법무부 장관은 특수활동비를 사용할 자격이 없는데도 법무부와 검찰은 특활비의 1/3정도 되는 금액을 법무부에 '유보'시켜 이를 관행적으로 사용해 온 셈이다. 기획재정부 예산 지침으로 판단하면 관행 자체가 탈법적이고 부정사용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 돈을 법무부 장관이 아닌 검찰국장이 '격려금'으로 사용할 수 있느냐도 쟁점이다. 이 경우는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수립한 특수활동비 지침과 집행 계획을 놓고 판단해야 할 문제이다.

예산집행 지침에 따르면 "중앙관서의 장은 특수활동비 집행의 투명성 제고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집행절차, 집행방식 등을 포함하는 자체 지침과 집행계획을 수립하고 이에 따라 집행하도록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비록 꼬리표가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지만 법무부가 특수활동비 사용지침과 집행계획 등을 적시한 '가이드라인'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전직 검찰관계자는 "안 전 국장은 특수활동비 예산 사용 지침을 어긴 것이 되기 때문에 부정 사용이나 횡령 혐의를 받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그러나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수십년간 이어져 온 특수활동비 부정 사용을 안 전 국장에게만 묻는 것이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더욱 역설적인 것은 관행으로 사용해 온 법무부 장관의 특수활동비 관리 주체가 검찰국 이라는 점이다.

◇ 서울중앙지검장 격려금의 출처와 제공 이유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 1과장과 검찰 2과장에게 1백만원이 들어 있는 돈봉투를 각각 건넸다, 이 전 검사장 역시 자신의 특수활동비에서 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 검찰국 검찰 1과는 검찰 인사와 예산을 관리하고 검찰 2과는 공안사건을 제외한 검찰 수사와 정보를 보고 받고 관리하며 법무 장관을 보좌하는 핵심 요직이다.

이에따라 합동 감찰반이 이 전 검사장의 격려금 지급을 '직무 관련성'에서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직급상 단순한 검찰 선.후배 관계로 본다면 '직무 관련성'을 벗어나게 된다.

그러나 법무부는 서울중앙지검과 엄연히 소속 관청이 다를 뿐만 아니라 상급관청으로 존재한다. 법무부 검찰국 과장은 서울중앙지검장보다 직급은 낮지만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소속 검사들의 인사와 예산, 수사정보 취합권을 갖고 법무장관을 보좌한다.

두 기관의 관계에서 굳이 청탁관계를 따질 필요는 없다. 법무부는 엄연히 서울지검의 예산 배정 등의 직무관련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면 청탁이 없더라도 '뇌물죄' 의율 대상이 될 수 있다.

특히 안태근 전 검찰국장은 우병우 전 수석 수사에서 수사 대상자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은 안 전 검사장의 휴대폰 통화내역 조차 조사를 하지 않았다. 이에반해 이영렬 전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우 전 수석 수사를 맡은 첨단범죄수사 2부를 지휘했다.

또 검찰국 두 과장에게 준 이 전 검사장의 '격려금'이 기밀 유지에 소요되는 수사와 정보에 사용하도록 규정한 특수활동비 성격과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명백하다.

7일 열리는 법무부 감찰위원회는 이같은 쟁점을 바탕으로 이 전 지검장과 안 전 국장에 대한 처벌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처벌 수위에 따라 돈 봉투 만찬사건의 파장은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단순징계 사안으로 종결하고 수사개시 등의 조처를 생략한다면 검찰은 더욱 코너로 몰리 수 밖에 없는 환경이다. 개혁의지가 없는 법무·검찰에 외부의 메스를 과감하게 들이대야 한다는 여론이 더 커질 것이다.

물론 당사자들은 수십년간의 내부 관행이라고 변소하겠지만 본인들의 부주의와 일탈로 돈 봉투 만찬 사건이 불거진 만큼 마땅히 항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참석자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떠나 특수활동비에 대한 대대적 수술과 개편은 피할 수 없는 외길이 될 것이다. 법무부와 검찰은 특수활동비 사용체계에 대한 개편을 차기 법무장관과 검찰총장이 임명되면 발표하겠다고 일단 유보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 특수활동비는 비단 법무부만의 문제가 아니므로 새로운 입법 사안으로 대두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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