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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싸고 흔한 식재료' 인식… 고급화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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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계 농장 사육환경 개선 추진, 소비자가격 인상 불가피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계란.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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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은 우리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기본 식재료가 된 지 오래됐다. 그렇기 때문에 주부들은 계란 값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물가당국도 계란 값이 조금만 올라도 소비자물가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조바심 내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런 계란이 지난해 11월 16일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하고 공급량의 36%가 감소하면서 소비자가격이 요동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에, 소비자와 물가당국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더구나 정부가 앞으로 산란계 농장의 사육환경을 개선하겠다고 작심하고 나서면서 생산원가 상승에 따른 소비자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렇다면 과연 계란이 가정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이고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은 얼마나 될까?

◇ AI 사태로 가구당 계란값 부담… 한달 9700원 추가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1인 당 연간 계란 소비량은 13.7kg으로 60g 특란을 기준으로 228개를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에 평균 0.62개씩 먹었다는 얘기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보면 하루에 2.5개씩 한 달 동안 75개, 2.5판(30개 1판)을 소비한 것이다.

따라서 지난해 11월 16일 AI 발생 직전에는 계란 소비자가격이 특란 30개 한 판에 5678원으로 4인 가구가 계란 반찬을 먹기 위해 한 달에 평균 1만4195원을 지출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AI 발생으로 계란 소비자가격이 사상 최고치까지 올랐던 지난 1월 12일 30개 한 판 가격이 9543원으로 4인 가구의 한 달 계란 구입비용은 2만3857원까지 늘어났다.

이는 단순 비교할 경우 AI 발생 이후 4인 가구의 한 달 계란 구입비용이 9662원 정도 늘어났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에 물가당국은 서둘러 미국산 계란을 수입하고 사재기 단속을 벌이는 등 즉각 대책마련에 나선 바 있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계란 값이 오르면 가계에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일 년 내내 계란 값이 오르는 것도 아니고 이번처럼 재난 수준의 AI 발생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3개월 정도 계란 값이 오른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에 만 원 정도 더 지출하는 것인데 가계에 큰 부담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한 달 동안 비싼 커피 2잔만 안 마시면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 물가당국, 계란 탓?… 소비자물가 가중치 0.24%로 미미

통계청은 지난 2015년부터 460개 품목을 대상으로 가중치를 부여해 소비자물가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가중치는 도시 가구의 월평균 지출액 가운데 각 품목이 차지하는 비중을 수치화한 것으로 모두 더하면 1000이 된다.

여기서 계란은 가중치 1000 가운데 비중이 2.4로 100을 기준으로 하면 0.24%를 차지한다.

같은 방식으로 자장면은 0.15%, 라면은 0.23%, 커피(외식) 0.48%, 튀김 닭 0.49%, 쌀 0.52%, 삼겹살(외식) 0.63%, 공동주택관리비 1.86% 등이다.

소비자들이 한 달 평균 계란과 라면, 커피, 치킨 구입과 공동주택관리비 등으로 지불한 돈이 얼마인지 꼼꼼하게 계산해 보면 정부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정확한 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

계란과 커피(외식)값을 비교할 경우 AI 발생 이전에 4인 가구의 한 달 계란 구입비가 1만4195원이었던 만큼 커피(외식)값으로 이 보다 2배가 많은 2만8390원 지출했다면 얼추 정확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치킨과 비교해도 한 달에 1.5마리(마리당 1만8000원 기준) 정도 먹는다고 하면 계란의 가중치가 상대적으로 적절하다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에 대한 적절성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주거비다. 주거비 지출비중이 높은데 반해 주거비의 가중치가 낮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가 실제 물가상승률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라면의 경우 소비량이 꾸준히 늘어나고 가격도 오르고 있지만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지난 2005년 0.25%에서 2015년에 0.23%로 오히려 낮아졌다. 특히, 소비량이 늘고 가격도 크게 오른 햄버거의 경우도 같은 기간 가중치가 0.24%에서 0.28%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양계업계 관계자는 "도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이 10년 사이에 많이 올랐지만 계란은 최근 몇 년 전부터 소비가 정체되고 있고 가격도 크게 오르지 않았는데, 가중치는 2005년 0.21%에서 0.24%로 오히려 크게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계란은 거의 매일 먹기 때문에 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엄청 부담이 늘어나는 것처럼 일종의 착시효과가 있다"며 "치킨의 경우 가중치가 0.49%로 계란 보다 높아도 한 달에 한두 번 먹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크게 개의치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치킨의 소비자물가지수 가중치가 계란의 2배로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교촌치킨과 BBQ가 치킨 가격을 7~10%나 기습 인상했지만, 물가당국은 계란만큼 심각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산란 닭 사육환경 개선… 가격 인상 불가피

정부는 이번 AI 사태를 겪으면서 산란계 농장의 사육방식을 개선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우선 당장 철재 케이지(닭장) 규모를 현재 0.05㎡에서 0.075㎡로 50%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걸쳐 궁극적으로는 유럽처럼 동물복지 개념을 도입해 넓은 공간에 풀어 놓고 키우는 친환경 방식으로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산란계 농장들이 벌써부터 반발하고 있다.

산란계 농장을 운영하는 박주열(57세)대표는 "케이지를 크게 하면 농장의 면적도 확충해야 하고, 인건비도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다"며 "결국은 계란 생산 원가가 높아져 소비자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농촌경제연구원 지인배 박사는 "정부가 AI 예방을 위해서 사육시설을 개선하겠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비용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생산원가 부담이 있다"며 "오히려 사육시설 개선 보다는 산란계 농장의 출입을 통제하고 울타리를 치는 등의 근본적인 방역대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산란계 농장의 사육시설 개선 방안은 농장주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이 계란 값 인상에 대해 어느 정도 인정해 주느냐 여부에 따라 성패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사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은 좋지만 계란 값이 오르면 빵과 과자 값도 덩달아 오르게 될 것이고 결국 계란이 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몰리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또, "이번 AI 사태로 계란 값이 오르면서 일반 소비자뿐만 아니라 식품업계도 곤욕을 치렀는데, 앞으로 품질 고급화가 진행돼 평소에도 계란 값이 오른다고 하면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은 아예 계란의 대부분을 수입해서 먹는다. 원가 부담 때문에 주변 폴란드에서 수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박 대표는 "우리나라의 경우도 계란 생산원가가 늘어나면 수입해서 먹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국내 계란 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것이다"며 "닭 사육시설의 개선을 통해서 계란의 품질을 고급화하기 위해선 단기적인 처방 보다는 2~30년 장기적인 안목으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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