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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와 이사님 사이…이정재의 성공적 '이중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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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아티스트 컴퍼니' 배우들 매일 출근…참 희한한 모임"

영화 '대립군'에서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이정재는 참 꾸준한 배우다. 두 편의 천만 영화를 거쳐 '대세 배우'로 자리매김했지만 '다작'을 멈추지 않는다. 최근에는 절친한 배우 정우성과 함께 '아티스트 컴퍼니'를 차려 후배 배우 양성에 힘을 쏟고 있다.

'책임지는' 위치에 있기 때문에 부담을 느낄 법한데도 이정재는 오히려 소속 배우들의 열정에 찬사를 보낸다. 기획사를 넘어 공동체로 자리매김한 '공'을 모두 선후배 배우들에게 돌리니 다재다능한 배우들이 그를 찾는 이유도 납득이 간다. 자신의 꿈을 자유롭게 펼칠 수 있는 그곳이야말로 배우들이 꿈꾸는 '유토피아' 그 언저리일 것이다.

그렇다면 배우로서의 이정재는 어떨까. 그는 '한 방'이 있는 배우다. 영화 '신세계'와
'관상' 그리고 '암살'이 그랬다. 최소한 영화 '도둑들' 이후부터 그의 경력은 성공적이었다. 크게 변화하기 보다는 살짝 캐릭터를 뒤트는 맛으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때때로 '영화'는 남았지만 이정재는 남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이전 작품의 그림자로 밖에 느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이번 '대립군'이 이정재에게 다시 없을 도전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사실 사극이라는 이유만으로 '관상'의 수양대군을 떠올리기는 어렵다. 이정재가 작심한 듯 '대립군'에서 완전히 다른 결의 연기를 펼쳐내기 때문이다. 그것은 한 폭의 산수화처럼 아름다운 풍경은 아니지만 뜨겁게 들끓는 민초의 본능에 가깝다. 이정재가 '이정재'를 또 한 번 넘어서는 순간이다.

다음은 이정재와의 일문일답.

영화 '대립군' 스틸컷.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리더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보니 많은 이들이 '대립군'을 보며 국정 농단으로 어지러웠던 대한민국의 시국을 떠올렸을 것 같다.

- 우리 영화에 참여한 사람들 누구도 '장미 대선'이 될 줄은 몰랐다. 당연히 이것 때문에 한참 동안 회의를 해서 개봉 시기를 당겼다. 후반 작업 시간이 조금 모자라서 아쉬운 부분이 없지 않아 있다.

▶ 액션이 멋있다기보다는 굉장히 처절한 생존을 보여주면서 사실적이다. 부상도 상당히 잦았을 것 같다.

- 발목이랑 손목이야 당연히 부상이 있었고, 갈비뼈도 부러지는 줄 알았다. 그런데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 (웃음) 전통 무예 교수님이 따로 계셨다. 고증을 통해 연기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장검을 가지고 하는 액션을 보통 보면 '진짜 저렇게 할 수 있나'라는 의문이 들더라. 사실적으로 하고 싶다고 그랬다. 실제 검을 보면 사람을 해칠 수 있는 날의 면적이 굉장히 넓다. 그래서 가까이 붙어서 찌르는 것이 훨씬 더 치명적이다.

▶ 영화를 보면 자연 풍광이 굉장히 아름답다. 그러나 그만큼 고생스러운 산행을 했을 것 같다.

- 안개도 많이 끼고, 바람도 굉장히 많이 부는 산이었다. 풍광이야 정말 좋았다. 밑에서 올라가는데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새벽 4시부터 밑에서 분장하고, 옷 입고, 칼
차고 올라가면 9시 쯤 도착한다. 카메라 세팅을 또 기다리다가 촬영을 한 다음, 해떨어지기 전에 출발을 해야 한다. 산이 원래 해가 빨리 지고, 어둡지 않나. 이것 때문에
스태프들 중에 발목도 나가고, 깁스한 분들도 많다.

▶ 여진구처럼 이제 갓 성인이 된 후배와 호흡을 맞추는 경우는 또 처음인 것 같다. 후배와 함께하니 어땠는지 궁금하다.

- 경험이 꽤 많고, 좋은 작품을 잘했었던 친구다. 그래서 그 경험치가 확실히 있다. 캐릭터를 이해하는 것이나 상대방과 호흡하는 것이나. 나는 그 친구와 동료라고 생각을 했다. 동료 배우가 나와 어떻게 연기할 것인지 설정해서 나오는데 거기에 뭐라고 이야기 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감독님한테 광해가 더 어리게 보이는 게 낫지 않겠느냐 이런 이야기는 했었다.

영화 '대립군'에서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풍광 좋은 산에서 술이 빠지면 아쉬웠겠다. 현장에서 술자리는 자주 가졌는지?

- 아무래도 확실히 숙소로 들어가기가 아쉽긴 했었다. 밥이라도 한 끼 더 같이 먹고, 다음 날 촬영이 없으면 소주도 한 잔하고 그랬다. 여진구 씨가 생일이 지난 상황이라 마셔도 된다고 해서 선배들이 짓궂게 더 먹이기도 하고 그랬다. 개인적으로는 아주 즐거운 순간들이었다.

▶ 그 동안 본인이 해왔던 캐릭터를 돌아보면 가장 선이 거칠었던 캐릭터 같다. 대립군 수장 토우라는 캐릭터를 선택할 때 고민은 없었나?

- 관객들을 대변할 수 있는 캐릭터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지금을 살고 있는
나 또한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토우가 아주 거칠어 보여서 무슨
소리인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다. 나도 두려움을 느끼는 타입인데 좀 더 선이 굵은 배우가 했다면 더 잘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냥 거칠게 연기하는 척만 하다가 끝나는 건 아닐까. 그렇지만 어떻게든 헤쳐나가 보려고 했다.

▶ 각각의 캐릭터가 가져간 결말은 마음에 드는지 궁금하다. 영화에서 특히 '토우' 이름은 잘 불리지 않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 결말이 여러 버전이 있었다. 이 결말이 아닌 다른 결말로 다 촬영을 했는데 또 보름있다가 재촬영이 있다더라. 겨울이라 추워 죽겠는데 나갔다. 그 날은 더 춥더라. (웃음) 개개인 캐릭터들이 덜 부각된 점이 있어서 엔딩 때는 '대립군'에 집중하는 게 미덕이 아니겠는가. 그런 감독님의 생각에 나도 공감을 했다. 남 대신 군역을 살고 있는 '허깨비들'이기 때문에 이름을 최대한 부르지 않기로 했다. 영화적인 설정 중에 하나였다.

▶ 할리우드 투자·배급사인 20세기 폭스사와 작업해서 뭔가 다른 점이 있었나?

- 제작 현장은 별로 다른 게 없다. 미국 쪽에서 작게라도 상영을 하겠다는 이야기는 오가고 있는 것 같다. 다만 조선시대 사극인데 20세기 폭스사 로고가 나올 때는 이상한 느낌이 들더라. '왜 저 로고가 여기에서 나오지?' 이런 느낌.

영화 '대립군'에서 대립군의 수장 토우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 (사진=20세기폭스코리아 제공)

 

▶ 실제 본인이 운영에 참여하고 있는 기획사 아티스트컴퍼니 얘기도 궁금하다. 현재 많은 후배 배우들을 영입했는데 멘토 역할을 하고 있나?

- 정보 공유는 많이 하는 거 같다. 상대방이 어떤 선택을 할 때 나도 같이 고민하는 거다. 예전에 내가 비슷한 고민을 했을 때, 좋은 경험이 있고 나쁜 경험이 있으니 그런 정보를 알려준다. 촬영만 없으면 소속 배우들이 매일 온다. 참 희한한 모임인 것 같다. 원래 배우들이 특별한 일 없으면 그렇게 소속사를 안 오거든. 매일 와서 같이 시나리오도 읽고, 상대방 배역을 해주기도 하고, 오디션 보러간다면 감독님 관련해서 '팁'도 주고…. 기성 배우인 선배들이 그렇게 해주셔서 가능한 것 같다.

▶ 최근에 찍은 화보를 보니까 확실히 기획사 느낌보다는 배우 공동체 느낌이 강하더라.

- 사실 배우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들이 다 비슷하다. 그런 걸 꺼내 놓고 함께 고민하면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거다. 영입 기준은 얼마나 연기를 좋아하느냐 그리고 모나지 않은 사람이라 다같이 즐겁게 지낼 수 있느냐다. 공통적으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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