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부활' 두산 김재환은 24, 25일 잠실 라이벌 LG와 원정에서 연이틀 결승포를 뿜어내며 4번 타자의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사진은 24일 8회 결승 1점 홈런을 때려낸 뒤 강동우 코치와 주먹을 부딪히는 모습.(자료사진=두산)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일군 '곰 군단'의 당당한 4번 타자가 돌아왔다. 거포 김재환(두산)이 대오각성 끝에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
김재환은 2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에서 7회 결승 1점 홈런을 날리며 9-7 승리를 이끌었다. 팀의 6연승과 함께 3위 도약을 이끈 한방이었다.
이날 승리로 두산은 4위에서 한 계단 올라섰다. 24승19패1무로 25승20패의 LG를 승차 없이 승률에서 앞서 순위를 맞바꿨다.
전날까지 2경기 연속 결승포였다. 김재환은 24일 LG와 시즌 4차전에서 1-1로 팽팽하게 맞선 8회 승부를 가르는 1점 홈런을 터뜨려 2-1 승리를 견인했다.
사실 이 두 경기 전까지 김재환은 깊은 슬럼프에 빠져 있었다. 5월 16경기 타율 1할대(.196, 66타수 13안타)에 허덕였다. 홈런도 지난 6일 LG전 1개뿐이었다. 지난해 타율 3할2푼5리 37홈런 124타점을 올린 4번 타자의 위용은 없었다.
그러다 잠실 라이벌 LG를 맞아 부활의 신호탄을 잇따라 쏘아올린 것이다. 김태형 감독도 흐뭇한 표정이다. 25일 경기에 앞서 "김재환이 그동안 부진했는데 어제 홈런으로 살아날 가능성이 있다"고 기대했던 김 감독은 경기 후 "중심타자로서 제 역할을 해줬다"고 칭찬했다.
본인도 자신감을 찾았다. 경기 후 김재환은 "오늘 홈런을 치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니 코치님과 동료들이 올해 가장 좋은 스윙이었다고 하더라"며 웃었다. 이날 김재환은 LG 필승 계투 최동환의 시속 145km 바깥쪽 직구를 통타, 우중월 담장을 넘겼다. 우악스럽게 잡아당긴 것이 아니라 결대로 때리면서 힘까지 실은 타격이었다.
'형, 올해 최고의 스윙이었어' 두산 박건우가 25일 LG와 원정에서 7회 결승 1점 홈런을 때려낸 김재환이 더그아웃으로 들어오자 격하게 포옹해주고 있다.(잠실=두산)
지난해의 타격감을 나름 회복했다. 김재환은 "아직 완전히 지난해의 감각이 돌아왔다고 단정짓기는 그렇다"면서도 "앞으로도 좋은 감을 유지하게끔 계속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5월 부진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사실 김재환은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4월까지 26경기 타율 3할5푼2리(105타수 37안타) 5홈런 16타점을 기록했다. 그러나 5월 들어 급격히 페이스가 떨어졌다.
상대 집중 견제에 따른 자신감 상실이 컸다. 지난해 괴물급 성적을 올린 만큼 상대 투수들이 쉽게 승부하지 않는 상황에서 조급함이 앞섰다는 자체 분석이다. 김재환은 "타격감이 좋지 않을 때 상대가 견제를 들어온다는 걸 느꼈다"면서 "(확대된) 스트라이크존 영향도 없진 않았지만 투수들에게 따라가게 되고 실투를 놓치다 보니 부진했다"고 돌아봤다.
그러다 보니 삼진도 많아졌다. 김재환은 4월까지 26경기에서 20개 삼진을 당했지만 5월 16경기에서 18개를 기록했다. 김재환은 "삼진이 갑자기 많아지면서 먹지 말아야지 하고 위축된 게 컸다"고 분석했다. 홈런 타자가 삼진을 두려워 하니 잘 될 리가 만무했다.
결국 스스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었다. 김재환은 "어제 홈런 친 타석부터는 삼진을 두려워 하지 않고 조금 더 앞에서 치려고 했다"면서 "그런데 운 좋게 실투가 들어와서 홈런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5월 부활은 동료들의 영향도 없진 않다. 닉 에반스와 오재일 등의 장타가 살아나면서 김재환에 대한 상대 견제가 풀렸다는 것. 김재환도 동료들을 언급했다. 25일 결승포에 앞서 동점 3점 홈런을 때려낸 에반스에 대해 김재환은 "에반스가 홈런을 못 쳤다면 내 결승포도 없던 일"이라면서 "정말 나이스 배팅이었다"고 감탄했다.
아직 방심은 금물이다. 김재환은 2경기 연속 결승포에 대해 "팀이 연승을 하고 있고 선두권을 따라가고 있는 입장"이라면서 "거기에 만족하고 앞으로도 치고 올라갈 수 있게 준비를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선두 KIA에 대해서는 "1위를 의식하진 않는다"면서 "경기를 해봐야 알겠지만 이기는 게 좋은 거니까 이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