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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아람, 김훈 비판 합류…"포기할 수 없는 남성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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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꾼들, 김훈 소설 '언니의 폐경' 두고 "여성 생리 잘못 묘사" 쓴소리

(사진=손아람 페이스북 화면 갈무리)

 

한국 사회 전반에 걸친 불평등을 끈질기게 꼬집어 온 소설가 손아람이 한국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꼽히는 김훈을 비판하고 나섰다.

손아람은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김훈의 단편소설 '언니의 폐경'(2005) 가운데 여성의 생리를 묘사한 부분을 공유하며 "작가가 되기 위해 김훈을 거치지 않을 도리가 없고 70년대 이후 태어난 작가라면 배움, 극복, 타도의 과정을 거치겠으나 오래 돌고 있는 이런 식 묘사에 대한 문제의식은 조금 결이 다르다"고 운을 뗐다.

"김훈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대신 무생물적 대상화를 한다. 욕망에 따른 시선을 의도적으로 거부하고 대체 이걸 왜 묘사하는데? 라는 생각이 들 때까지 신체를 해부한다. 비키니 모델의 달력 대신 자궁 해부도를 덕지덕지 붙여놓는 염세주의자의 방 같은 섬뜩함. 인간의 생물적 기능과 욕망을 너절한 것으로 만들어버리면서 모든 것을 죽음 가깝게 환원하는 장치다."

앞서 지난 24일부터 온라인 커뮤니티, SNS를 중심으로 김훈의 '언니의 폐경'이 여성의 생리를 잘못된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이 소설에서 비판의 대상이 된 부분은, 자매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 조수석에 앉아 있던 언니가 갑자기 생리를 시작해 당황하는 장면이다.

한 여성 블로거는 "이 장면을 여자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나는 '이해할 수 없음'이라고 한 문장으로 표현하겠다"라며 글을 이었다.

"(생리) 첫날은 적은 양이 나오기 때문에 당황하더라도 깔끔하게 처리하는 게 대부분 가능하다. 아닌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훈의 소설에서처럼) 팬티를 찢어내면 생리대는 어디에다 붙이는지…허벅지에 묻는 피는 휴지로 닦는 게 나은데, 혼란스럽다. 그동안 내가 잘못 알고 있었나 싶게 이 장면은 매우 이상하면서 불쾌하다."

트위터 사용자 '@o******'는 "그 작품을 읽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온갖 비난의 이유를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이 있다면, 이 작가도 작품의 현실적 세밀함을 채우지 못했구나 하는 것이다. 주위 여자들이 취재에 과하고 엉뚱하게 답했거나"라고 꼬집었다.

앞서 소개한 손아람의 글은 누리꾼들이 제기하는 김훈 비판에 대한 반응인 것이다.

손아람은 "김훈의 남성들은 섹스 도중 여성에게서 '젖국 냄새'를 맡는다. 낭만, 설레임, 흥분 따위는 없다. 공정하게 말하자면 김훈은 남성도 무생물적 대상화를 한다"며 설명을 이어갔다.

"그의 글에서는 아들의 죽음, 아내의 죽음, 친구의 죽음, 충신의 죽음, 원수의 죽음조차 동일한 수사적 의미값을 갖는다. 죽음은 죽음. 목이 댕강 날아가도 죽음이고 코가 잘려 죽어도 죽음이고 개죽음도 죽음이며 투병 끝에 죽든 자연사하든 다 죽음이다. 그의 세계에서 죽음은 감정 대신 고약한 냄새를 남긴다."

특히 "그러나 김훈은 이상하게도 남성의 성기와 성기능에 대한 해부적 무생물화를 해보지 않았다. 아마도 무의식적 금기를 극복하지 못했을 터"라고 지적했다.

"(김훈의 소설 '칼의 노래'에서) 관기 '여진'의 말라붙은 ㅇㅇ에서 젖국 냄새를 맡는 이순신은 살아보려는 발버둥의 무상함을 느끼지만, 김훈의 이순신은 끝까지 총알받이가 되어 부질없게 뒈지는 남자이지, 전장의 화신이지만 관기 앞에서는 오징어 냄새 나는 쪼그라든 검은 ㅇ이 반응하지 않는 비밀을 가진 중년 남성이 되지는 못했다."

손아람은 끝으로 "그(김훈)의 책임은 무생물화의 비대칭적 외관에 더 크게 있다. 나는 그게 그의 위장된 허무주의적 세계관이, 사실은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남성성의 의미 위에 입각해 있는 증거라고 늘 생각했다"며 "김훈은 프로이트를 읽어야 한다. '무의식은 부정을 모른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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