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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보다는 기쁨" 그리움 속 희망 찾은 盧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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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2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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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5년 뒤 반겨달라"며 새정부 성공 다짐, 추모사에는 눈물바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하고 있다. 문 대통령 주변에 흰 나비가 날아다녀 추모객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 8년이 흘렀지만 올해 추도식은 어느 해보다 특별했다.

수만명의 시민들이 참여한 이날 봉하마을 추도식 현장은 고인에 대한 그리움과 가슴 먹먹함은 그대로인 채 '사람사는 세상'을 다시 만들어보자는 희망도 교차했다.

이제는 대통령 자격으로 '친구'를 추모하기 위해 봉하마을을 찾은 문재인 대통령. 추도식 내내 애잔한 눈빛으로 생각에 잠겨있던 문 대통령이 단상에 올라설 때 어깨 주변에는 하얀 나비가 펄럭였다.

전남 함평에서 거둬온 1004마리의 나비가 추모객들에 의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고 좌중에는 눈물이 글썽였다.

문 대통령은 "대통령이 돼서 추도식에 오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됐다"며 말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故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사진=이한형 기자)

 

담담한 목소리로 노무현 정신을 얘기하던 그는 "현직 대통령으로서 이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라며 "반드시 성공한 대통령이 되어 임무를 다한 다음 다시 찾아뵙겠다. 그때 다시 한 번 당신이 했던 그 말, '야, 기분 좋다!' 이렇게 환한 웃음으로 반겨달라"고 매듭지었다.

사사로운 감정은 앞으로 5년간 가슴에 묻은 채 국가원수이자 행정수반으로서의 공적 역할에 전념함으로써 고인이 갈구했던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각오로 여겨졌다. 추모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전현 대통령의 애틋한 우정을 기렸다.

그럼에도 유족들의 눈물샘은 아직도 마르지 않았다. 권양숙 여사는 연신 손수건으로 눈가를 훔쳤고 아들 노건호 씨가 인사말 말미에 "아버님이 사무치게 보고 싶은 날"이라고 하자 감정이 격하게 일렁이는 모습을 보였다.

'대통령의 집' 안내해설 자원봉사자들이 눈물의 추도사를 한데 이어 시인인 도종환 의원이 시 '운명'을 낭독할 때는 장내 곳곳에선 어깨를 들썩이며 울음소리가 새나왔다.

고인과 가장 가까웠던 안희정 충남지사, 이광재 전 강원지사,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황희 의원 등도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상기된 얼굴로 눈물을 애써 삼키는 모습이었고 김정숙 여사는 끝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적셨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8주기 추도식인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을 찾은 추도객들봉하 마을을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이날 봉하마을 일대는 오전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인파에 밀려 자동차가 진입하지 못하자 일부 정치인들은 중간에 내려 걸어서 이동했다.

정권교체 성공으로 고인의 유지가 실현되기 시작했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이날 추도식은 과거의 비장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경남 창녕에서 두살배기 아이를 데리고 온 신지민씨(32)는 "우리나라 대통령께서 참석하고 정권도 바뀌어서 한 번 와보게 됐다"면서 "그래도 정권이 바뀌었다는 분위기가 실감이 난다"고 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추도식을 찾았다는 박용하(39·전남 보성)씨는 "해마다 왔지만 느낌이 다르다. 오늘은 슬픈 느낌은 덜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필이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법정에 선 날이라 뭔가 뒤바뀐 느낌이다. 9년, 10년 흘렀는데 많이 바뀐 것 같다. 기분이 참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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