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을사늑약 체결 등 일제 침략의 부당성을 전 세계에 알리고자 고종이 파견한 헤이그 특사 이상설, 이준, 이위종. 교과서에서나 보고 잊어버렸을 그 이름이 뮤지컬로 부활했다. 서울시뮤지컬단의 창작뮤지컬 '밀사-숨겨진 뜻'(밀사)이 19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고종은 을사오적의 강요와 일본의 방해 속에서 대한제국의 독립을 호소하고자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리는 네덜란드 헤이그로 밀사를 파견한다. 고종의 명을 받든 이준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을 만나 길을 떠난다.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밀사'는 헤이그특사 3인 중 이위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왕족 출신이었던 이위종은 구한말 영어와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비롯해 7개의 언어에 능통한 유일한 조선인이자 스무 살 청년.
그는 헤이그 통역으로 시작해 연해주 독립군을 거쳐 러시아 군사학교에 들어가 일본군과 싸우지만 결국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이위종이 이상설·이준에 비해 비교적 알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소재는 참신하고, 올해가 이위종 탄생 130주년이라는 점에서 재조명할 시기로 적절하다.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하지만 아쉽게도 뮤지컬은 이위종을 인상적으로 전달하지 못한다. 가장 핵심이어야 할 장면은 특사 3인이 일본의 집요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헤이그까지 힘겹게 이동한 것과 헤이그 도착해 언론을 감동시켰다는 이위종의 대언론 호소인데, 비중이 낮고 무게가 가볍다.
반면, 이위종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려는 의도였는지 모르겠으나, 아내 엘리자베타를 만나고, 사랑하고, 또 그리워하는 내용이 비중을 크게 차지한다는 점은 극이 전해야 할 메시지를 분산시킨다. 게다가 짧게 등장하는 안중근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전달된다.
뮤지컬 '밀사-숨겨진 뜻'.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어쩌면 이 모든 이유가 이위종에 대한 역사적 자료가 부족한 탓일 수 있다. '밀사'의 오세혁 작가는 프로그램북에 남긴 글에 "이위종의 뜻을 짐작하기 위하여 이위종이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의 뜻을 짐작하며 이야기를 썼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연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이성을 지닌 이위종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안중근과 이상설의 새조선론에 대한 갈등할 때도, 독립군 사이에서 전술을 놓고 갈등할 때도 중재하려는 이위종의 모습은 픽션이겠지만 인상적이다.
특히 "어둠이 있어 저 별이 밝게 빛난다"는 이위종의 대사는 나라를 빼앗긴 조선 청년의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 없이 꿈 꾸는 모습을 대비하며 보여주어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