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현직 대사가 은퇴한 전직 외교부 공무원들이 정치권을 우회해 다시 현직에 복귀하는 것을 비판하는 글을 외교부 내부 통신망에 올렸다.
김용호(외시20회) 주 벨라루스 대사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까지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이같은 내용의 글을 지난 13일 내부망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외교부 직원 내부 통신망에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과 직업 공무원제 확립'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언제부터인가 정권 교체기마다 공무원들이 정치권에 줄을 서고 정권의 눈치를 보기 시작하면서 국민들의 눈에 '영혼 없는 인간'들로 각인되기 시작됐다"고 비판했다.
김 대사는 "이러한 공무원들의 행태는 공무원 자신들의 목숨 부지와 출세를 위한 생존의 몸부림인 측면이 크지만, 정치권에서 개별 정부 부처의 운영, 특히 인사권에 너무 세부적으로 관여한 데 기인한 면도 있다고 본다"고 쓴소리를 퍼부었다.
김 대사는 외교부 내부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청와대는 물론 내각에 '올드 보이(은퇴한 공무원)'들이 귀환해 역사를 미래로 전진하게 하기보다는 과거로 회귀하게 하는 퇴행 현상이 나타나게 됐는데 우리 부도 예외는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또 "퇴직한 선배 외교관들이 선거판에 끼어들어 정치권에 들어가더니 선거 후에는 정치인으로서가 아니라 현역으로 다시 등장하기 시작한 현상"을 지적하면서 "올드 보이들은 현역으로 귀환할 것이 아니라 정치의 길을 가거나, 원로로서 자문의 역할에 머무르는 미덕을 살림으로써 후배들이 언제까지 '꺼진 불도 다시 보며 살지 않게' 내버려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면서 나는 우리 후배들이 더 이상 콘클라베의 갇힌 밀실에 있지 말고 대화와 토론의 열린 광장으로 나오길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는 현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다. 콘클라베란 교황선출을 위해 결론이 날때까지 끝나지 않는 '끝장회의'를 의미하는데, 외교부 내부에서는 윤 장관이 주재하는 간부회의를 일컫는 은어로 통한다.
또 윤 장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후보 시절 대선 캠프를 거쳐 현역으로 복귀한 대표 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