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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가 좋아서, 농구에 미쳐서" 천생 농구쟁이 주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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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정. (사진=KBL 제공)

 

"눈을 감는 순간까지 농구에 대한 열정은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 20년을 마감하는 자리. 주희정(40)의 눈가는 촉촉했다. 아들과 함께 들어온 은퇴 기자회견장. 주희정은 준비해온 종이에 적힌 글을 차분하게 읽어갔다. 처음 농구공을 잡은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 20년 생활을 돌아본 글이었다. 비록 선수 생활은 마감하지만, 주희정은 농구만 바라보고 살았던 천상 '농구쟁이'였다.

주희정은 18일 KBL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정말 생각이 정리도 되지 않고,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을까 걱정이 돼 생각나는대로 적어왔다"면서 "은퇴 결정을 내린 순간부터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순간까지도 뭔가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아직도 믿어지지 않고, 마음의 정리가 안 된다. 기분을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없다. 언젠가는 은퇴를 하겠지라 생각했지만, 농구가 좋아서, 또 농구에 미쳐서 살아온 나에게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것이 생각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주희정은 말 그대로 KBL의 전설이다. 고려대를 중퇴하고, 프로 원년 연습생으로 입단해 다음 시즌부터 정확히 20시즌을 뛰었다. KBL 최초 1000경기 출전은 물론 통산 어시스트(5381개), 스틸(1505개) 모두 1위다.

KBL 최초 신인상을 수상했고, 챔피언결정전 MVP도 받았다. 2008-2009시즌에는 6강 탈락팀 최초로 정규리그 MVP도 수상했다. 트리플더블 8회도 KBL 최다 기록.

주희정은 "아무 생각 없이 농구공을 가지고 노는 것이 즐거웠던 초등학교 시절, 강동희 선수를 보며 꿈을 키웠던 중학교 시절, 하나 뿐인 할머니를 호강시켜드리려 훌륭한 선수가 되기 위해 이 악물고 열심히만 했던 고등학교 시절, 짧았지만 누구보다 간절했고 성숙했던 대학교 시절, 일찍 프로에 입문해 길지만 짧았던 것 같은 20년이 이제는 과거가 됐다"면서 "프로에 와서도 항상 부족한 점을 메우고, 성장하는 주희정이 되기 위해 스스로 채찍질을 하며 참기 힘든 순간을 이겨내며 이 자리에 왔다. 항상 열심히 최선을 다해왔으니 농구 선수로 인생에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사실 은퇴를 결정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지난 시즌 플레이오프, 챔피언결정전 활약으로 여전히 선수로서 가치가 있었다.

주희정은 "아직도 이 자리에 있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 당장이라도 휴가가 끝나면 훈련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면서 "이제 조금씩 비우려고 준비하고 있다. 비워야지만, 앞으로의 미래가 더 빨리 다가올 거라 생각하고, 준비하는 마음 가짐으로 미래를 생각하려 한다. 공허함이나, 잊지 못하는 추억들에 너무 사로잡히면 안 될 것 같다. 앞으로 모습을 그리면서 준비하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제 선수 주희정은 더 이상 볼 수 없다. 하지만 주희정과 농구는 절대 뗄 수 없는 관계다. 지도자로서 농구 인생 제2막을 준비할 계획이다.

주희정은 "선수 주희정은 이제 막을 내리고 물러난다. 그동안 노력하며 살아온 대로 더 노력해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익혀서 다재다능한 멋진 지도자로 돌아오겠다"면서 "아내에게 은퇴를 하면 농구를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다. 하지만 나 주희정은 눈을 감는 순간까지도 농구에 대한 열정은 놓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눈물을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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