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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사는게 무섭다"…재앙수준 미세먼지에 국민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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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5-13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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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쉬기마저 힘들 정도인 짙은 미세먼지가 한국인들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있다.

성인은 야외활동을 못 하고, 학생들의 운동회 일정도 뒤죽박죽이 됐다. 소득수준이 낮은 가정은 마스크를 사서 쓰는 일도 버겁다.

새 정부가 미세먼지 대책을 세우는 작업에 본격 착수하겠지만, 공기 질이 언제 좋아질지 알 수 없다.

'미세먼지 때문에 외출 자제' 일상이 달라졌다

상당수 가정이 미세먼지 걱정 때문에 외출을 자제하고 있다.

등산, 자전거 타기, 걷기 등 일상적 활동이 크게 줄었고 집 근처 쇼핑센터에 가는 것도 부담스러운 일이 됐다.

김 모(49·남·서울 대치동)씨는 가족과 함께 매일 저녁 집 주변을 산책하는 게 큰 낙이었지만, 최근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거르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건강을 위해 걷다가 오히려 미세먼지를 더 많이 들이마실까 걱정되기 때문이다. 취미인 주말 등산도 수개월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한때 미세먼지 속에서 사는 중국사람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제 다른 나라 걱정할 때가 아닌 것같다"면서 "한국에서 이렇게 불안에 떨며 살아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운동회를 하거나, 미세먼지 없는 날에 체육대회를 열기 위해 일정을 긴급히 조정하는 등 혼란스런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질병은 많다. 특히 초미세먼지는 기관지염·폐기종을 비롯한 호흡기 질환, 심부전·부정맥 등 순환기계 질환, 각막장애 등 안과 질환을 초래한다. 알레르기와 암도 일으킨다. 당장 증세가 나타나지 않더라도 몇 년 후에 질환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런 질병 걱정 때문에 가족들이 집에만 있다 보니 스트레스가 커진다.

직장인 이 모(49·여) 씨는 "미세먼지 때문에 온종일 온 가족이 집에만 있는 날이 적지 않다"면서 "그러다 보니 신경이 예민해져서 부부싸움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 미세먼지 제품 불티나게 팔리지만 서민 가정에는 비용 부담

미세먼지는 한국경제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준다.

시민이 외출을 자제하고 있는데, 이는 소비경기를 누른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미세먼지 경보가 내려진 '황금연휴' 기간인 지난 6일 매출이 지난해 같은 달 같은 주 토요일보다 5% 정도 줄었다.

앞서 1일부터 5일까지 연휴 5일간의 누적 매출은 1년 전보다 5% 정도 늘었지만, 6일 미세먼지 영향이 뚜렷해지면서 1∼6일 연휴 엿새 매출 증가율이 2.8%로 주저앉았다.

현대백화점의 1∼6일 매출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나는 데 그쳤다.

공기청정기와 마스크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편의점 CU(씨유)에 따르면 4월 1∼7일 마스크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84% 늘어났다. 특히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나쁨' 수준까지 치솟은 지난 주말(5월 6∼7일)에는 마스크 매출이 1년 전의 5배 이상(446%)으로 급증했다.

롯데하이마트에서 지난달 공기청정기 매출은 1년 전의 2.5배에 이르렀다. 같은 기간 이마트와 현대백화점의 공기청정기 매출도 각각 233%, 56.8% 급증했다.

5월 들어 공기청정기 '특수'는 더욱 뚜렷해졌다.

지난 1∼7일 기준으로 롯데하이마트의 공기청정기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의 5.1배(410%), 이마트는 4배 이상(349%)까지 각각 치솟았다.

하지만 서민에게는 공기청정기를 사는 것도 큰 부담이다. 공기청정기의 가격이 최소 수십만 원, 많게는 수백만 원에 이르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차단용 마스크도 약국에서는 3천∼4천원이나 된다. 한 달이면 9만∼12만원으로, 4인 가족 기준 36만∼48만원이 들어간다.

◇ 건강 위협하는 미세먼지…실내도 안전지대 아니다

미세먼지는 우리 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위험요소가 됐다.

당장 피할 수 없는 현실인 만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 필요하다.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는 장시간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외출할 때에는 미세먼지용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외출 후에는 손과 얼굴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건강한 성인이라면 가벼운 외부활동은 큰 지장을 주지 않지만, 어린이와 노인 등은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

눈이 아픈 증상이 있거나 기침이나 목의 통증으로 불편한 사람도 실외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미세먼지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최대 6주까지 지속할 수 있다. 미세먼지에 노출된 후 호흡곤란, 가래, 기침, 발열 등 호흡기 증상이 악화할 경우에는 병원에 가는 것이 좋다.

실내에 있는 것만으로 미세먼지로부터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 실내에서는 창문을 열어서 하는 환기는 최대한 피하고 실내 미세먼지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공기청정기를 가동해야 한다.

창문을 닫고 있어도 문틈으로 미세먼지가 들어올 수 있으므로 실외 미세먼지가 심한 날은 실내 청소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나 진공청소기 등을 이용한 청소는 가라앉아있는 먼지를 공기 중으로 다시 흩어지게 할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대신 분무기로 공기 중에 물을 뿌려준 후 청소기 대신 걸레로 바닥을 닦아주는 등 물걸레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

아울러 적정한 습도를 유지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가습기를 틀고 물을 많이 마셔 기관지가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몸속 노폐물을 배출해야 한다. 실내가 건조할 경우 수분을 더 많이 섭취해야 한다.

미세먼지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음식에는 다시마나 미역 등 해조류와 섬유질이 풍부한 녹황색 채소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음식을 자주 먹으면 장운동이 활발해져 몸속의 중금속을 배출하는 효과가 있다.

◇ 미세먼지 완벽하게 해결해주는 화장품? 식약처 허위·과대광고 여부 조사

미세먼지를 완벽하게 해결해준다는 화장품도 나오고 있지만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화장품 업계가 미세먼지와 관련해 내놓는 제품은 얼굴에 사용하는 클렌징, 스킨케어, 자외선차단제부터 헤어케어, 보디 제품 등 다양하다.

단순히 미세먼지를 막아주는 '안티폴루션', 혹은 씻어주는 '딥클렌징' 효과가 있다고 광고하는 경우도 있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실제 적용한 미세먼지 관련 기술을 언급하며 홍보하는 경우도 많다.

헤어제품 브랜드들도 먼지 속 유해물 제거에 탁월해 황사, 미세먼지 등의 노폐물 제거가 가능하며, 먼지 노폐물로 유발된 비듬균이나 두피 냄새 제거에 도움을 준다는 문구로 소비자들을 유혹한다.

그러나 정확한 기준이나 규제가 없다 보니 과학적 근거 없이 '미세먼지 철벽 수비', '미세먼지 철벽 방어' 등 과장된 문구를 사용한 광고가 잇따르고 있다.

그런데도 미세먼지 차단 화장품의 인기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헬스·뷰티(H&B) 스토어 올리브영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14일까지 황사·미세먼지 관련 상품의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약 40% 증가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화장품 허위·과대광고로부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먼지 차단' 등 미세먼지 관련 표현에 대해 실증 자료를 업체 측에 요청해 검토 중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업체들이 자체적으로 제품을 점검하고 실증에 필요한 사항을 갖추도록 해 소비자들이 오인할 수 있는 표시·광고 등을 제한하려는 조치"라며 "표시·광고 모니터링도 지속해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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