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투, 신조어…모두 '통역 가능'
- 군소후보 9명 통역 가장 힘들어
- 특정후보 지지? 오해살까 넥타이도 못매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조성현(수어통역사)
이제 대선을 딱 8일 앞두고 대선판이 정말 뜨겁습니다. 특히 이번 대선국면에서는 제일 화제가 후보들의 토론회였죠. 그런데 이 토론회 중계를 보다 보면 화면 오른쪽 하단 조그마한 동그라미 안에 후보들만큼이나 바쁜 분들이 계세요. 바로 수화통역사입니다.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수화를 하는 분들이죠. 그런데 수화를 하는 분은 한 분이고 후보는 5명이나 되니까 저거 어떻게 다 표현해낼까 저는 보면서 이런 궁금증이 들더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대선토론회에 수화통역하는 분을 만나봅니다. KBS의 수화통역사세요. 조성현 씨 연결을 해 보죠. 조 선생님, 안녕하세요.
◆ 조성현> 네, 안녕하세요. 수화통역사 조성현입니다. 반갑습니다.
◇ 김현정> 저희가 스케줄을 정말 어렵게 잡았어요. 대선 후보만큼이나 바쁘시더라고요.(웃음)
◆ 조성현> 후보님보다 5배는 더 바쁘죠.(웃음)
◇ 김현정> 더 바빠요. 대선토론뿐만 아니라 각종 시사뉴스에…
◆ 조성현> 네, 매일 방송 뉴스 프로그램 4개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거기다 연설이 있으면 그 연설도 다 통역하시고.
◆ 조성현> 네, 연설도 하고 있고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요즘은 수화라고 안 하고 수어라고 한다면서요?
◆ 조성현> 네, 작년에 한국수어법이 법령으로 통과되서 '한국수어'가 이제 공식명칭으로 되어 있습니다.
◇ 김현정> 한국수어. 그러면 '수어통역사'가 맞는 말이군요?
◇ ◆ 조성현> 네, 그런데 저희도 아직 익숙하지 않아서 '수화통역사'라고 편하게 부르기도 합니다.
◇ 김현정> 저는 계속 보면서 궁금했던 것이 이번에 후보자가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다섯이잖아요.
◆ 조성현> 이번에 제일 많은 후보님들이 나오셨죠.
◇ 김현정> 토론에서 보면 혼자서 다 수화로 통역을 하시잖아요.
◆ 조성현> 네.
◇ 김현정> 그게 가능합니까?
◆ 조성현> 가능은 한데요. 지금 보통 후보님들이 나오셔도 많은 분들이 나오셔도 보통 두 분이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가능한데… 어느 순간 갑자기 방송계에서 '오디오가 물린다'고 하죠?
◇ 김현정> 겹치게 말하는 거.
◆ 조성현> 네, 후보들이 동시에 말씀하시면 조금 어렵죠.
◇ 김현정> 어렵죠. 그때는 어떻게 표현하세요? 두 분의 말이 겹치거나 세 사람의, 네 사람의 말이 심지어 겹칠 때?
수화통역사 조성현 씨가 수화로 "투표하세요"라고 표현하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 조성현> 그럴 때는 저 혼자만의 노하우가 있는데요. 예를 들어 오른손은 A 후보, 왼손은 B후보로 해서 양쪽에서 대답하고 질문하는 것처럼 표현할 때도 있고요. 두 분이 마주보고 토론하실 때는 두 분의 시선에 따라서 이쪽분이 오른쪽을 보고 계시면 저도 같이 오른쪽을 보고 통역을 하고 왼쪽을 보고 토론하시는 분은 왼쪽 방향을 보고 진행을 하고 있어요.
◇ 김현정> 그런 노하우가 있군요. 그러면 그 수어로도 말투 같은 게 혹시 표현이 돼요? 후보마다 특징이 다 있어요.
◆ 조성현> 수화 자체가 손으로만 표현되는 게 아니라 수화의 반은 거의 얼굴 표정으로 다 전달되는 거거든요. 농인들의 언어이면서 보이는 언어이기 때문에 그래서 저희는 '비수지 언어'라고 해요. 얼굴 표정으로 표현되는 수화죠.
◇ 김현정> 비수지 언어.
◆ 조성현> 후보자님들의 감정표현들. 목소리가 커진다거나 동작이 커진다거나 큰 소리를 내시면 제 수화도 커지고요. 목소리를 진정해서 말씀하시면 수화도 좀 조용조용하게 해서 화자, 이야기하시는 분의 감정까지도 전하려고 노력하죠.
◇ 김현정> 그렇군요. 이게 정말 우리 청각장애인분들한테는 정말 귀중한 수화 통역을 하시는 건데 조성현 통역사님도 지지하는 후보는 마음속에 있으실 거 아니에요?
◆ 조성현> 그렇죠.
◇ 김현정> 그러면 아무래도 통역을 하다가 팔이 안으로 굽을 때는 없습니까? (웃음)
◆ 조성현> 그러면 통역을 할 수가 없죠. (웃음)
◇ 김현정> 그렇죠?
◆ 조성현> 제가 이런 말했다가 16대 대통령 선거 때인가요? 악플을 굉장히 많이 받은 적이 있어요. 인터뷰를 했는데 사진을 찍었는데, 황금색 넥타이를 매고 있던 게 사진상에는 노란색으로 보이더라고요. 노란색 넥타이를 한 것을 보고 악플이 엄청나게 달려서. 그 뒤로는 대선 때는 제가 넥타이를 안 합니다.
◇ 김현정> 아예 안 해요?
◆ 조성현> 이번에는 후보 열다섯 분인데 색깔마다 다 빼면 할 만한 넥타이 색깔이 없어요. (웃음)
◇ 김현정> 빨간색, 초록색, 노란색 다 빼면 없네요. (웃음)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어요. 이렇게 쭉 오랫동안 통역을 하시면서 수화통역사로서 이런 건 좀 아쉽더라 하는 게 있는지 모르겠어요.
◆ 조성현> 지금 이번 토론회 이후에 분위기가 뜨고 있는데요.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다섯 분 후보자들 말씀을 제가 혼자 다 통역하고 있잖아요. 지난 미국 대선 같은 경우에 보면 후보자 한 분당 통역사가 한 분씩 배정이 돼서 따로따로 통역을 하거든요. 그럼 제가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좌우로 어깨 흔들어가면서 신경써가면서 안 해도 농인들이 봤을 때 이 사람은 누가 하는 말을 통역하고 했구나. 누가 얘기를 하고 있구나 바로바로 알 수 있게 되어 있어요.
◇ 김현정> 정교한 통역이 되겠네요,
◆ 조성현> 그래서 그렇게 진행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제가 이번에 통역하는 거 보고 농아인들한테 연락도 많이 오거든요. 요즘 SNS로 다 연결이 되어 있으니까 인권위에다 진정을 내겠다, 선관위에 의견을 보내겠다는 분위기도 일부 있습니다.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요.
◇ 김현정>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이번 토론회들이 특히 다른 때보다 굉장히 호응이 높거든요.
◆ 조성현> 이번에 유난히 토론회에 관심이 높고 시청률도 높고 그렇죠.
◇ 김현정> 맞아요.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미디어 중심의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니까, 위쪽에서 지금 수화통역사님이 그런 조언도 새겨들을 필요도 있겠습니다.
◆ 조성현> 그렇죠.
◇ 김현정> 갑자기 든 생각인데 단어들 중에서 예를 들어서 신조어가 있잖아요. 이번 같은 경우는 "제가 MB아바타입니까?" 이런 거는 어떻게 수화로 표현해요?
◆ 조성현> '아바타' 같은 수화는 있고요. 'MB' 같은 경우는 영어 단어 'M', 'B' 그대로 표현되고요. 신조어가 나오면 예를 들어서 선거와 관계 없는 단어지만 사스나 메르스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에 없다가 갑자기 생겼잖아요. 그럴 경우 '메르스'라고 자모음을 합쳐서 처음에 사용을 하면 농인들이 그걸 보고 수화를 만들어내서 쓰다보면 표준화 되어버려서 새로운 단어가 생기는 거죠.
◇ 김현정> 그렇군요. 나름대로의 노하우가 다 있으세요. 지금까지 선거 중에서 총선, 대선 다 합쳐서 제일 힘들었던 통역이 있다면?
◆ 조성현> 이번인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이번입니까?
◆ 조성현> 이번에 했던 토론회요. (웃음)
◇ 김현정> 왜? 5명이라서요?
◆ 조성현> 군소정당 후보님들 나오셨는데 아홉 분인가요? 다섯 분이 문제가 아니라 아홉 분이 나오셨는데요. 그런 것도 있습니다. 말씀하시는 분이 특히 이해하기 쉽게 잘하시면 수화통역도 잘 되는데 말씀을 잘 못하시거나 어눌하게 하면 수화통역 하기 너무 힘들어요.
◇ 김현정> 말이 논리적이지 않고 횡설수설 이런 경우었는 통역도 어렵군요, 수화하기. 제일 뿌듯할 때는 언제세요?
◆ 조성현> 일반인들이 수화에 대해서 관심이 많이 없었던 분들이 엄청 댓글을 달아주셨어요. 다섯 분이 하는 말을 혼자서 하느라 수고한다, 이런 말들을 이런 말 들을 때가 제일 뿌듯하고요. 가장 뿌듯할 때가 일반인보다는 농인들이 끝나고 나면 문자로 고맙다고 잘 봤다고 수고했다는 말을 들을 때가 가장 뿌듯하죠.
◇ 김현정> 그래요. 앞으로도 남은 토론회 열심히 전달해 주시고요.
◆ 조성현> 감사합니다.
◇ 김현정> 다음 선거에는 지금 말씀하셨던 그 애로사항들 좀 개선이 돼서 더 청각장애인들이 정확하게 정교하게 듣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습니다.
◆ 조성현>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조성현>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대선토론회의 수화통역을 담당하고 계신 분이세요. 오늘은 KBS 수어통역사 조성현 씨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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