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대선기자단 신혜인 인턴기자)
대선 토론의 열기가 뜨겁다. 5차까지 이어진 토론이 모두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JTBC에서 대선후보를 초청한 토론회는 종편 개국 이래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국민들이 촛불로 만들어낸 대선인 만큼 새 대통령에 대한 관심도 높은 탓이다. 여기에 청년들은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대선 토론을 즐기고 있다.
◇ 한 화면 안에서 토론 시청과 반응 확인…실시간 소통과 팩트체크로 '열기'대학생 김 모(23) 씨는 유튜브 생중계로 토론을 시청한다. 서울 자취방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집에 TV가 없는 탓이다. 가만히 앉아 화면만 보는 것은 아니다. 김 씨는 "유튜브에 올라오는 댓글도 보고, 친구들과 의견도 나눠야 한다"며 노트북으로 '바쁘게' 토론회를 시청한다고 말했다.
오 모(24) 씨도 혼자 온라인 스트리밍으로 토론회를 보는 자취생이다. 오 씨는 노트북으로 토론회를 보지만, 휴대폰도 수시로 확인한다. 언론사에서 제공하는 팩트체크와 함께 토론을 시청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 씨는 "후보끼리 네거티브 전략을 많이 사용하는데 거짓 정보에 넘어갈까 걱정"이라면서 "사실을 기반으로 투표하기 위해서 팩트체크는 필수"라고 덧붙였다.
취업준비생 조 모(26) 씨는 가족들과 토론회를 따로 시청하는 방법을 택했다. 거실에 TV가 있지만 가족들과 토론회를 함께 시청하다 언쟁이 높아질 것을 우려해서다. 조 씨는 "지지하는 후보도 부모님과 다르고, 정치적 견해가 달라 함께 보기 불편하다"면서 "혼자 보더라도 인터넷 생중계로 보면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친구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 누리꾼이 직접 나서 SNS서 토론회 중계도토론은 동영상뿐만 아니라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게시물로도 중계된다. 20대 페이스북 이용자 권 모 씨는 25일 JTBC 토론이 방송될 때 페이스북에 'JTBC 토론 아무 말 포스트'를 게시했다. 실시간으로 토론을 보며 나오는 후보들의 발언을 댓글로 이어 한 포스트 안에서 '텍스트 토론 생중계'를 한 것이다.
'좋아요'나 '댓글'은 새로운 토론 방식으로 작용했다. 게시자가 댓글로 후보들의 발언과 자신의 생각을 쓰면 다른 이용자가 '좋아요'로 후보자의 발언이나 게시자의 생각에 동의를 표했다. 댓글로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거나 사실 관계를 확인하기도 한다. 토론에 토론을 더한 셈이다.
이용자들은 "SNS를 통해 토론회에서 놓친 발언을 확인할 수 있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 "전체 방송을 보기에 시간이 부족하지만, 페이스북으로 잘 정리해주는 게시물이 있어 유용하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겪은 세대…"토론회도 공부하듯이 시청"취업준비생 강 모(28) 씨는 노트북으로 타이핑하며 토론회를 시청한다. 후보자들의 주요 발언을 기록하고 싶어서다. 소파에 앉아 등을 기대고 편하게 시청해도 되지만, 굳이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유는 스스로 후보자를 '검증'하고 싶어서다.
강 씨는 후보자가 주제와 맞지 않는 질문이나 답변을 할 때 매번 'no'라는 단어와 함께 후보자의 멘트를 한글 파일에 적어 놓는다. 강씨는 '여론의 흐름'이 아니라, 자신이 만든 자료를 토대로 투표 할 예정이라고 한다.
강씨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다. 강씨는 "내가 위임했던 권력에 무관심으로 대응했더니 너무나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다"면서 "이번에는 꼭 능동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20대 유권자의 이런 문화에 대해 양승찬(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TV토론회의 목적은 유권자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이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유권자들의 활발한 의견 교환 문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양 교수는 이어 자신의 가치관과 일치하는 정보만을 선택적으로 취하는 '확증편향'에 대해 우려하며 "극단적인 의견이 SNS상에 유포되는 경우도 많다. 이런 의견을 접할 때는 비판적인 시각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