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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시민' 최민식 "민중 희생은 그만…투표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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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인터뷰 ①] #힙합 #정치인 #선거…최민식의 '특별 시민' 키워드

영화 '특별시민'에서 서울시장 변종구 역을 맡은 배우 최민식. (사진=쇼박스 제공)

 

최민식의 이름 세 글자가 한국 영화사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상당하다. 그는 1990년대 중반 이후 르네상스를 맞이한 한국 영화계의 중요한 순간마다 존재해왔다.

'쉬리'가 새로운 한국 영화의 지평을 열었던 순간, '올드보이'로 박찬욱 감독이 세계적 감독의 반열에 올랐던 순간, '명량'이 국내 박스오피스에서 최고 관객수를 기록한 순간. 그것은 최민식의 운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부단한 노력이 빚어낸 결과였다.

'특별시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최민식은 자신의 연설문을 스스로 썼고, 영화의 짧은 한 장면을 위해서는 낯선 랩 공부까지 서슴지 않았다. 중요한 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열정이 아직도 그에게는 살아 숨쉬고 있었다.

그가 서울시장 3선을 노리는 정치인 변종구처럼, 혹은 그보다 더 노련한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인터뷰에서 만난 인간 최민식은 또 달랐다. 그는 어느 중년 남성 배우보다 감정 표현이 풍부하고, 말하기를 좋아했다.

'인터뷰가 많아서 죽겠다'면서도 기자들의 질문 하나 하나에 정성들인 답변을 내놨고,과거 인터뷰 이야기가 나오자 '창피하다'며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다음은 최민식과의 일문일답.

▶ 정치 영화, 특히 그 중에서도 이렇게 본격적으로 정치인들 간의 선거전을 다룬 영화는 흔치 않다. '장미 대선'이 코 앞이다. 영화에 득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예측하고 있나?

- 이미 우리 손을 떠났다. 이제는 진심이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영화에는 분명히 건강성이 있다. 물론 선거관리위원회 홍보 영화는 아니다. 비록 허구라고는 하지만 현실에 기초를 깔고 창작한 것이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반드시 시사하는 바가 있을 거다. 현실보다 재밌겠느냐,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고, 어쩌면 우리 영화가 사족이 될 수도 있겠다는 노파심이 들기도 한다.

▶ '대중에게 시사하는 바'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 아주 간단하다. 뽑을 때 잘 뽑자.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국민을 대신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잘 뽑아 달라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우리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제도권 아래의 자정 능력이 발휘되지 않고, 언제나 민중들이 대가를 치러야 했다. 이번에도 결국 촛불 집회로 민중들이 일어난 것 아니냐. 이번 사건(국정농단)이 결국 고등학생들까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되는 계기가 됐다. '특별 시민'은 우리가 더 매의 눈을 갖게 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 서울시장 2선도 아니고 3선을 노리는 정치인 변종구. 역할을 위해서는 다른 정치인보다 더 노련한 무엇이 필요했을 것 같다.

- 가장 적나라한 장면은 변종구가 출마 선언을 하는 순간이다. 정치인 변종구가 미디어와 대중들 앞에 섰을 때의 모습이다. 그 순간만큼은 행정가로서, 정치인으로서 변종구가 어떻게 할 것인지 많은 생각을 했다. 사실 결과적으로는 달나라가는 소리다.
그래도 몇 번이나 국회의원을 한 정치인들을 보면 그게 맞든, 안 맞든 그럴 듯한 이야기를 하더라. 어떻게 말할 것인지에 신경을 가장 많이 썼던 것 같다.

▶ 실제로 영화를 시작하기 전, 치열하게 토론하고 의견을 많이 나누는 타입인 것 같다. 이번 영화에도 본인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참여한 부분이 있을까.

- 방금 말한 출마 선언문을 내가 70~80% 정도 썼다. 김창옥 교수도 썼고, 제작사 대표도 썼고, 시나리오에도 있었다. 아무래도 내가 이야기를 해야 되는 거니까 내 입에
맞아야 된다. 그래서 변종구가 과연 어떤 말을 할지 대입을 해서 쓰고, 기존에 있던 대사들을 첨가했다. 랩을 하는 장면은 '어차피 정치는 쇼'라는 변종구의 개념에 따라 고안했다. 박경의 비판을 변종구가 깨야 하는데 단순히 말로 하기보다는 그게 나을 것 같았다. 청춘토크니까 힙합 콘서트를 하자고 했다. 괜찮겠느냐고 하더라. 변종구에게는 보여주기식이니 사실 잘할 필요는 없는 거였다.

▶ 생각보다 랩을 너무 잘해서 놀랐다. 꾸준한 연습과 특훈이 필요했을 것 같다. 어떻게 준비했는지 이야기해달라.

- 인지도 있는 힙합 그룹이 와서 해주면 좋다고 생각했다. 제작사 대표가 몇 다리 걸쳐서 다이나믹 듀오를 안다더라. 아마 반 이상은 안 해줄 거라고 생각했는데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이더라. 나는 사실 '죽일 놈'이 가사가 더 좋았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더라. '변종구 캠프송'에 맞게 개사와 편곡은 직접 그 친구들이 했다. 2주 정도 연습실에서 틈나는대로 연습을 했다. 정말 매력적으로 유쾌한 체험이었다. 20대 학교 다닐 때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너무 순수했다. 만난지 얼마 안됐는데 그 친구들에게서 바로 형 소리가 나오더라.

▶ 청와대 입성을 노리는 서울시장. 특정 정치인을 생각나게 하는 영화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도 있을 것 같다. 이런 평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 어떻게 보면 인간의 굴절된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현실 정치와 맞닿아 있으니 당연히 드라마 자체가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니다. 영화의 자연스러운 기능 중의 하나인 '비판'이라는 건강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아니다. 누군가를 공격하는 영화가 되어 버리면 의미는 훼손된다. 전반적인 정치풍토와 선거풍토, 정치인들이 국민을 대하는 자세와 태도 그리고 가치관, 정치 철학 등이 얼마나 굴절됐고, 왜곡돼 있는지 비판하는 것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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