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사진=박종민 기자/자료사진)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변호인이 검찰 수사 와중에 "혼자 죽지 않겠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주변에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일각에선 이런 발언이 검찰에까지 흘러들어가 수사가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24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우 선 민정수석의 변론을 맡은 A 변호사는 지난 달 평소 친하게 지내던 변호사에게 "우 전 민정수석이 '혼자 죽지 않겠다'고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자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문은 받은 변호사는 다름 아닌 박영수 특검에서 활동했던 B 변호사였다.
B 변호사는 단순히 조언을 구하는 질문으로 들리지 않아 "알아서 하라"고 답했다고 한다.
우 전 수석의 발언은 법조계에선 심상치 않게 들려왔던 말이다. 자신에 대한 마지막 수사를 담당했던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에게까지 비슷한 얘기가 직간접으로 들어갔다는 얘기도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 인사를 좌지우지 했을 뿐아니라 각종 수사에도 직간접으로 개입한 의혹을 받고 이는 우 전 수석의 발언을 사실상 검찰을 위협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장 우 전 수석이 자신을 수사의뢰한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에 대한 수사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은 검찰 조직과 직결되는 사안이다.
이 전 감찰관 수사가 한창 진행될때 우 전 수석은 김수남 검찰총장, 안태근 법무부 검찰국장 등과 수시로 통화한 사실이 밝혀졌다.
서초구 중앙지검.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세월호 수사와 관련해서도 우 전 수석은 수사 실무진에게 전화해 압수수색을 만류했을 뿐아니라 세월호 구조 실패 책임을 물어 해경123경정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려던 것도 청와대와 법무부 반대로 좌초되기도 했다.
당시 법무장관은 황교안 현 국무총리 겸 대통령 직무 대행이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검찰 내부적으로도 우 전 수석이 각종 수사에 개입했다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우 전 수석의 '엄포성' 발언이 검찰 수사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른 사정당국 관계자는 "우 전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가 처음에는 뭔가 이뤄지는 듯하다가 갑자기 힘이 쭉 빠졌다"며 "우 전 수석이 검찰을 보고 교묘한 플레이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다음 달 9일 대선 이후 새로운 정권에서 우 전 수석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검찰이 청구한 두번째 영장이 기각되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등 정치권에선 부실수사를 질타하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우 전 수석을 재판에 넘기면 면죄부를 줄 뿐"이라는 법조계의 지적에도 검찰은 우 전 수석을 불구속 기소했다.
우 전 수석에 대한 첫 공판준비기일은 다음달 1일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