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IMF 보고서 캡처)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의 경제 성장 전망을 전하면서 IMF가 한국 경제에 대해 내린 평가는 빼놓은 국문번역 자료를 기자들에게 배포해 논란이 일고 있다.
IMF는 지난 18일(현지시간) '세계경제전망(WEO·World Economic Outlook)' 보고서를 발표했다.
IMF는 이번 WEO 보고서 중에서 한국 경제에 대해서는 '개별 국가 및 지역의 선진국 경제 전망(Growth Outlook for Individual countries and Regions Advanced Economies)' 부분에 다른 동아시아 선진국들과 비교하며 단 한 번 언급했다.
(사진=IMF, World Economic Outlook, April 2017: Gaining Momentum 캡처)
해당 부분을 보면 우선 IMF는 올해 아시아의 선진국들 중에서는 홍콩(2.4%), 대만(1.7%), 싱가폴(2.2%)에서 경제 성장이 예측된다며, 이는 부분적으로 중국의 수입 수요의 회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한국은 위 국가들과 대조하면서 지난해 10월 WEO에서 예상한 수치보다 0.3%p 낮은 2.7% 성장률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또 이 예상은 더 취약해진 민간 소비와 정부의 일시적인 경기부양책의 만료, 현재 진행중인 정치적 불확실성, 높은 가계부채 등을 반영한 결과라고 밝혔다.(By contrast, a marginal decline in growth is forecast in Korea (to 2.7 percent in 2017, 0.3 percentage point less than forecast in the October 2016 WEO), reflecting weaker private consumption growth due to the expiration of temporary supportive measures, ongoing political uncertainty, and high household debt.)
(사진=기획재정부 보도자료 '2017.4월 국제통화기금(IMF) 세계경제전망 발표' 캡처)
하지만 한국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지난 18일 위와 같은 IMF의 지적을 제외한 국문 번역 자료를 출입기자들에게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자료를 살펴보면, IMF가 한국경제 성장전망을 2016년, 2017년은 기존 전망 대비 각각 0.2%p, 0.1%p 상향조정하고, 2018년은 기존 전망을 유지했다고만 밝혔을 뿐, 정작 IMF의 지적은 찾아볼 수 없다.
단순히 IMF의 언급을 빼놓은 데 그친 것이 아니라, 기대보다 0.3%p 낮은 성장률이라는 본문의 평가 대신 IMF가 전월 전망보다 0.2%p 상향 조정했다며 180도 다른 해석을 내놓은 셈이다.
이에 대해 기재부 관계자는 "이번 WEO를 제외하고 IMF가 내놓았던 가장 최근 전망치인 지난달 전망과 비교해 최신 정보를 제공하려던 것 뿐"이라며 "WEO 본문 중 지난해 10월 전망과의 비교는 구문(舊文)이 된 정보라고 생각해 생략했다"고 해명했다.
통상 IMF는 해마다 4월과 10월 WEO를 내놓고, 각각 석 달 뒤인 7월과 다음해 1월 개정판을 내놓는데, 한국은 1월 개정판에 별도의 언급이 없어 지난달 IMF가 내놓은 'G20 Surveillance Note'의 전망치와 비교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경상대학교 김공회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 자료를 비교할 때에는 해당 기관의 공식 자료 중에서도 똑같은 조사들을 기준으로 비교하는 것이 당연하다"라고 반박했다.
예컨대 기재부가 1년에 2차례 상·하반기 경제정책방향 자료를 내놓을 때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직전 경제정책방향의 전망치와 비교할 뿐, 매달 내놓는 '최근 경제동향'의 자료를 최근 수치라는 이유로 인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어 "수치나 보고서를 인용하는 방식에 대한 잘잘못을 떠나 이번 WEO에서 IMF가 여전히 한국 경제의 취약요인에 대해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점이 핵심"이라며 "정부와 언론이 이를 확인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