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진수협 공판장 수조에 들어있는 꽃게. (사진=박종환 기자)
꽃게 금어기 해제와 맞물려 서해5도 특별경비단 창설로 중국 어선에 대한 단속이 대폭 강화되면서 대청도와 연평도 등 꽃게 조업 서해5도 어민들의 기대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어제 오전 7시 15분, 인천시 중구 북성동 1가에 자리잡은 옹진수협 공판장. 이곳에서는 8시 경매를 앞두고 수조에 들어 있는 꽃게를 살피는 상인들로 북적였다.
8시 정각, 경매사의 가격 흥정 소리와 함께 대청도와 연평도에서 잡은 수산물 경매가 시작되자 각지에서 온 상인들과 위탁판매업체 관계자, 중매인 등 100여 명이 뒤섞여 분주히 움직였다.
바닷가재와 낙지, 소라, 우럭 등 다른 어종들도 있었지만 단연 경매 인기 품목은 제철을 맞은 꽃게였다.
이날 매물로 나온 꽃게 50㎏짜리 300바구니는 경매 시작 30여분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 수억원 어치의 꽃게가 채 1시간도 안되는 짧은 시간에 새 주인을 맞이한 것이다.
◇ 대청도 꽃게,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4월 들어 금어기가 풀리면서 국내 대표적인 꽃게 산지인 서해5도 연평도와 대청도 어장에서 꽃게 조업이 재개됐다. 요즘은 대청도 꽃게가 잘 잡힌다.
대청도 꽃게 위판업체인 D수산 관계자는 "오늘 대청도에서 50㎏짜리 꽃게 50바구니를 가져왔다"며 "지난해 이맘때보다 30~40%가량 꽃게 어획량이 늘어난 것 같다"고 밝혔다.
꽃게 경매에 참여하고 있는 상인 등 관계자들. (사진=박종환 기자)
이어 "대청도는 이제부터 본격적인 꽃게철이 시작된다"며 "이번에 돌아오는 물때부터 양이 좀 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연평도에서는 꽃게가 아직은 많이 잡히지는 않는 편이다. 연평도 꽃게 위판업체인 Y수산 관계자는 "연평도는 아직은 꽃게 철이 아니어서 이번 경매에 10㎏ 짜리 망 3~4개밖에 못가져 왔다"며 "연평도의 경우는 5월 중순은 지나봐야 상황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5도 특정해역에서 꽃게잡이를 하고 있는 백 모 씨는 "오늘 꽃게 39바구니를 가져왔다”며 “뉴스에는 꽃게가 많이 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고 하소연을 했다.
박태원 연평도 어촌계장은 "꽃게는 대청도와 특정 해역을 거쳐 연평도로 올라오는데 아직까지는 잡히는 양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옹진수협 공판장 K 중매인은 "대청도 꽃게는 생산량이 지난해에 비해 늘었지만 연평도는 수온이 낮어서 (대청도에 비해) 보름 정도 늦게 나온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는 5월 윤달이 끼어 있어 꽃게 시즌이 평년에 비해 보름 정도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1㎏당 경매 가격, 지난해보다 3000~4000원 하락꽃게 경매 가격은 지난해보다 다소 낮은 선에서 형성되고 있다. 꽃게 암컷은 상품(上品) 1㎏짜리가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3000~4000원가량 하락한 3만 2000~3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옹진수협 공판장 바닥에 놓여 있는 꽃게. (사진=박종환 기자)
중품은 2만 8000~9000원, 하품은 2만 원~2만 2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K 중매인은 "지난해에 비해 경기가 얼어붙어 소비가 안 돼서 단가가 떨어진 것이지, 양이 많아서 떨어진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립수산과학원 서해수산연구소는 꽃게 유생(幼生)의 분포밀도를 조사한 결과, 올 봄 서해5도를 포함한 인천해역 꽃게 어획량은 1500~2000톤으로 지난해에 비해 7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 서해5도 특별경비단 설립, 중국어선 크게 줄어여기에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자주 출몰해 불법조업을 일삼던 중국어선도 이달 초 서해5도 특별경비단 창단 이후 급격히 줄어 봄 꽃게 풍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국민안전처 해양경비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달 1∼15일 서해 NLL 인근 해역에서 조업한 중국어선은 하루 평균 112척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0척보다 약 47% 감소했다.
배복봉 대청도 어업인협회장은 "아무래도 중국어선들이 사라지면서 꽃게가 잘 잡힌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D수산 관계자는 "해경이 중국어선을 집중단속하다 보니 아무래도 어민들이 수월하게 꽃게를 잡을 수 있고 어획량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