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신태용호'에 다시 합류한 측면자원 김진야는 20세 이하 월드컵에서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내고 싶다는 각오를 감추지 않았다. 파주=오해원기자
'강력한 체력을 갖춘 멀티 플레이어'. 김진야(인천 유나이티드)는 신태용 20세 이하 축구대표팀 감독이 찾던 바로 그 선수다.
지난달 22일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에서 열린 20세 이하(U-20) 축구대표팀과 K리그 클래식 인천 유나이티드의 연습경기. 이날 경기에서 인천은 4개국 친선대회를 앞둔 ‘신태용호’를 4-0으로 대파했다.
인천은 1군 선수들이 거의 없는 사실상 2군으로 U-20 대표팀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은 인천의 측면자원 김진야를 가장 눈여겨봤다.
김진야는 사실 U-17 대표팀을 시작으로 최근 연령별 대표팀에 꾸준하게 이름을 올렸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한 이후에도 제주 전지훈련과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모두 소화하며 무난하게 다음 달 개막하는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출전이 예상됐다.
하지만 신태용 감독은 4개국 친선대회에 나설 선수 명단에 김진야의 이름을 제외했다. 김진야는 그런 신태용 감독 앞에서 보란 듯이 맹활약을 펼쳤다. 결국 신태용 감독은 4개국 친선대회가 끝난 뒤 김진야를 다시 파주NFC로 불렀다. 그리고는 다시 만난 김진야를 향해 “다시 와서 좋겠네”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파주NFC에서 CBS노컷뉴스와 만난 김진야는 “다시 좋은 기회가 온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운 좋게도 우리 팀(인천)과 연습경기를 했다.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열심히 준비했다”면서 “이제는 도전하는 입장이다. 충분한 경쟁력을 갖춰 경쟁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활짝 웃었다.
신태용 감독은 FIFA U-20 월드컵에 나설 베스트 11은 포지션마다 가장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를 뽑겠다고 선언했다. 여기에 남은 10명의 자리는 멀티 플레이어의 몫을 강조했다. 제한된 선수 자원으로 최상의 경기력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단일 포지션을 소화하는 경기력 85%의 선수보다 멀티 포지션을 소화하는 경기력 80%의 선수를 선발하겠다는 계획을 털어놓기도 했다.
강한 체력과 빠른 발로 상대 수비를 쉴 새 없이 괴롭히는 김진야는 좌우 측면을 두루 소화하는 멀티 플레이어라는 점에서 신태용 감독의 눈을 사로잡았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김진야는 지난 14일 파주NFC에서 열린 U-20 대표팀과 명지대의 연습경기에서 신태용 감독의 시험대에 올랐다. 신태용 감독은 우측 측면 공격이 익숙한 김진야에게 좌우 측면 공격을 모두 지시했다. 김진야는 익숙하지 않은 왼쪽 측면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감독님께서 그동안 주로 오른쪽에 세우셨는데 갑자기 왼쪽에 놓으셨다”고 설명한 김진야는 “어느 포지션도 다 자신이 있다. 원래는 오른발을 쓰지만 꾸준히 연습을 하며 왼발도 어느 정도 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진야는 자신의 오른발을 100으로 평가할 때 왼발은 70 정도의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부임 초기부터 알 수 있듯 신태용 감독의 축구는 강력한 체력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 브라질 출신의 루이스 플라비우 체력코치의 지도로 월드컵을 앞둔 U-20 대표팀이 하루 두 차례씩 강도 높은 체력훈련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태용 감독이 강조하는 부분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김진야는 자신이 강점으로 체력을 꼽았다. “신태용 감독님의 축구는 체력이 좋아야 하는데 체력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는 김진야는 “공수 전환이 상당히 빠른 신태용 감독님의 축구 스타일에서 나만의 장점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다. 감독님이 원하는 자신감 있는 플레이만 조금 더 보완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렵게 다시 잡은 기회, 과연 김진야에게 U-20 월드컵은 어떤 의미일까. 김진야는 한동안 답을 하지 못했다. 상당히 오랜 시간 생각에 빠졌던 그는 “내 인생에 단 한 번뿐인 기회”라고 답했다. 이어 ”U-20 월드컵에 많은 유럽의 스카우트가 찾는다고 들었다. 그들의 앞에서 내 기량을 뽐내고 평가를 받고 싶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