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위 통신장비·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가 삼성이 스마트폰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첫 승소를 거뒀다.
6일 중국 관영 매체 취안저우왕(泉州網) 등 중국 현지 매체들은 "취안저우시 중급인민법원이 삼성전자의 현지 자회사 3곳과 협력업체 2곳이 화웨이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8000만 위안(약 132억원)을 화웨이에 배상해야 한다.
삼성과 화웨이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중국에서 특허 소송을 벌이고 있다.
싸움을 먼저 시작한 건 화웨이다. 화웨이는 지난해 5월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과 중국 선전 인민법원에 삼성전자가 자사의 4세대(4G) 통신 표준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소송을 냈다.
이에 삼성전자도 물러서지 않았다. 삼성은 같은해 7월 중국 베이징 지식재산권 법원에서 맞소송을 제기했다.
화웨이는 갤럭시S7을 포함한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태블릿 20여종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화웨이가 문제 삼은 것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관련 상용 특허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가 화면상 아이콘 배열이나 이동 같은 UI를 구성하면서 특허를 침해했다는 것이다.
세계 3위 스마트폰 업체가 갤럭시노트7 사태 전까만 해도 세계 1위를 달리던 삼성전자를 상대로, 그것도 '특허'를 걸고 넘어진 소송은 이례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미국, 한국보다 뒤늦게 스마트폰 시장에 뛰어든 중국은 소위 '짝퉁폰'이라는 오명을 달면서 주로 외국 회사들로부터 특허소송을 당하는 입장이었다. 이번 경우처럼 시장의 선두주자였던 외국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에 샤오미가 해외 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지 못하는 것이 무분별한 특허 침해로 대규모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매년 매출의 10% 이상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며, 회사 이름(華爲) 그대로 '중국의 굴기'를 목표로 내공을 쌓아온 화웨이가 삼성전자에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라는 지적도 나왔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노이즈 마케팅' 차원에서 소송을 제기하고, 뒤로는 특허를 공유하는 '크로스 라이선스'(Cross License) 협상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과거 삼성전자와 애플이 치열한 특허 소송전을 치르면서 삼성전자가 오히려 '카피캣'(Copy Cat)이라는 오명을 벗고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회사로 이미지를 굳힌 전례를 연상시킨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법원이 화웨이에 유리한 판결을 내렸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화웨이로서는 자사 특허 우수성을 뽐내는 등 소기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중국 법원의 판단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된 반한 감정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특히 이번 소송은 핵심기술이 아닌 UI 디자인과 관련된 부분이여서 특허침해 여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데도 중국 법원이 거뜬히 화웨이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이다.
이번에 판결이 선고된 사건은 지난해 6월 화웨이가 추가로 제기한 소송으로, 미국과 중국에서 제기된 1차 소송의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구체적인 판결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며 "아직 1심 판결인 만큼 법률적인 검토를 거쳐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