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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탁환 소설, 세월호 아픔을 아름다운 이야기로 빚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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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여덟 편의 이야기

 

세월호 사건의 희생자와 관련자의 이야기를 다룬 김탁환의 중단편 소설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는 고통스런 상황에서의 인간애에 공감을 불러 일으키며 눈시울을 적시게 한다. 그 인간애는 극한 상황에서 자기를 희생하는 대신 동료를 살리는 길이기에 숭고하다. 아픔을 간직한 생존 학생과 희생된 학생 부모와의 만남을 통한 위로와 연대는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 한 생존 학생이 미래에 교사가 되어 사건 당시 희생된 선생님을 회상하는 이야기는 세월호의 아픔이 늘 기억되어야 하고 교육되어야 함을 일깨운다. 이 위로와 연대,공감과 기억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역할을 하리라.

작가는 여덟 사람의 이야기를 다룬 이 소설집에서 '아름다움'에 초점을 두고자 했다. "비정한 역사의 수레바퀴는 쉼 없이 굴러간다. 나는 내 소설의 등장인물을 그 바퀴의 속도나 방향을 탐색하는 도구로 놓고 싶지 않았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내 문장으로 그들의 아름다움을 도도라지게 만들고 싶었다. 역사에 몸을 담았으되, 인간만이 깨닫고 선보일 수 있는 향취와 자세를 제일 앞에 두려는 것이다. 그 눈짓 그 헛헛함 그 쓰라림까지"

'마음에 이곳에 남아'에서 이미 해체된 특조위의 한 조사관은 냉담했던 생존 학생의 마음을 기어이 돌이켜 희생된 친구의 엄마와 뜨겁게 포옹하게 만든다.

"어젯밤에 찬우 아빠를 찾아가 뵈었습니다. 길에서 마주치고 안에서 있었던 일들도 하나하나 전부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허락해주신다면, 무대에서 찬우 엄마를 안아드리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하느냐 여쭸습니다. 찬우 아빠가 저를 꼭 끌어안으셨습니다.
'고맙다, 찬우가 마지막까지 멋진 인간이었단 걸 알려줘서 난 지금 이 포옹으로 충분해. 네 뜻대로 하렴.'" (285쪽)

생존자이자 구조자인 '눈동자'의 주인공은 그날 이후, 늘 악몽과 설사와 끔찍한 근육통에 시달린다. 눈동자로 사람을 기억하는 그의 특별한 능력도 따지고 보면 그날의 충격 때문이다.

"그녀가 눈을 닦은 오른손을 나를 향해 뻗었다. 그 손을 잡고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나는 그녀에게 손을 뻗을 수 없었다. 뻗어도 뻗어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녀를 내려다보는 것뿐이었다. 그녀의 눈동자를 내 눈동자에 담은 것뿐이었다. 그 순간 세찬 물살이 그녀를 휩쓸었다."(31쪽)

'제주도에서 온 편지'의 생존 학생은 그 날 이후 열네 번이나 기면발작 증세를 보이며 어떤 배도 타지 못한다. 그날 친구를 잃은 생존 학생은 11년이 지난 2025년 4월 16일에 모교의 교사가 되어 제주 수학여행단을 인솔하고, 당시 희생된 스물 아홉살의 고2 담임 여교사를 회상하며 편지를 쓴다.

"유채꽃밭에서 쓰러질 줄은 몰랐어요.(중략) 옆 반 교사가 사진기를 머리 위로 들고 흔 든 뒤 눈으로 가져가서 찍을 준비를 하더군요. 그 때 제 오른손을 누군가 꼭 쥐었어요. 너무 놀랐죠. 엄지에서 약지까지, 이렇듯 부드럽고 따뜻하게 깍지부터 꼈다가 다시 풀어 손등을 감싸고, 그다음에 손을 쥐는 이는 세상에 단 한 사람뿐이거든요. 민아, 박민아! 귓볼을 간질이는 속삭임이 이어졌어요.
"왜 이제야 왔어? 다들 현진이 널 얼마나 기다렸는데."
환청이 아니에요. 선생님은 아시죠? 소리는 꾸며내더라도, 제 손을 쥔 민아의 온기는 결코 만들 수 없으니까요. 우도 유채꽃밭에서 민아와 친구들을 만났으니, 퇴원해서 돌아가면 효원 추모공원으로 선생님 뵈러 갈까 해요. 가서 이 편지를 또박또박 읽어드릴게요.(중략)
스물아홉 살 여교사의 모습을 제게 보여주셔서 고맙습니다. 선생님이 언젠가 또 그러셨죠. 누군가에겐 '고맙습니다'란 말이 '사랑합니다'란 말보다 더 사랑스러운 법이라고. 제겐 봄꽃과 같은 선생님이 그래요. 정말 고맙습니다.

2025년 4월 16일
제주에서
윤현진 올림" (156-1577쪽)

실화 같은 이야기 전개에 대해 작가와 김명인 평론가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김탁환 작가는 "내게 찾아든 여덟 사람의 아름다움이 만들어진 과정을 알고 싶었다"고 한다. "다시 찾아가서 만났다. 인사를 나눴던 이도 있고, 처음 눈을 맞추는 이도 있었다. 희생 학생 유가족, 희생 교사 유가족, 일반인 생존자, 생존 학생, 민간 잠수사, 특조위 조사관, 사진 작가, 동화 작가, 시민활동가 등 다양했다."

김명인 평론가는 김 작가의 이 작품들과 르포르타주와 구별되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이 여덟 편의 중단편들은 곧바로 참사의 가장 직접적 당사자들, 즉 희생자 자신이나 그들과 쉽게 분리되기 힘든 유가족들의 목소리를 섣불리 바로 전달하려고 하지 않는다.(중략) 대신 그는 그 직접적 당사자들과 깊은 관련 속에 놓여 있는 사람들을 관찰자이자 화자로 내세운다. 그리고 그럼으로써 그 작품들은 얼마간의 허구적 장치와 미적 거리를 얻게 되고, 직접적 전달 양식인 르포르타주와 구별될 수 있게 된다."

김명인은 "아마도 이제부터 한국문학은 세월호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고 평가했다. "김탁환의 이 정열적이고 공격적인 '세월호 이야기의 소설화'는 그 '세월호 이후'라는 문학적 신세기의 시작에 해당된다. 그의 특유의 적극적 취재력과 호한한 필력이 그날에 대한 기억과 애도, 반성과 자책, 그리고 고통받는 자들끼리의 연대감의 회복이라는 깊은 생체험과 만나 폭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 '거짓말이다'와 이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이며, 이 희귀한 성과는 아마도 훗날 한국문학 자체의 질적 개변을 이끌어낸 주요한 계기의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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