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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상품권의 불편한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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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상품권 진단 기획보도①] 법적 한계, 시기상조, 부작용 방지책 미비 지적

강원도는 2015년 기준 5조 5천억원 규모의 지역 자금이 수도권으로 역외 유출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지역화폐 성격의 강원상품권을 발행해 유통시키고 있다. 지역 자금순환을 늘려 소비를 촉진하고 지역상권을 보호하며 지역자금 유출 감소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올해 확정된 발행 규모는 280억원, 여기에 공공분야 지원 예산 629억원을 확보해 강원상품권으로 추가 발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각계 전문가와 지역 노동계, 소비 시장에서는 화폐로서의 역할이 안착되지 않은 현 상황에서 확대 위주 정책은 예산 낭비와 주민들의 삶을 더욱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강원CBS는 예산과 정책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자료 분석과 전문가들을 통해 강원상품권의 법적, 소비학적 한계를 진단하고 진정한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을 모색하는 총 3회의 '강원상품권 진단' 기획보도를 마련했다. [편집자 주]

① 강원상품권의 불편한 이면
② 소비자들에게 외면받는 강원상품권
③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언

▶ 강원상품권을 아시나요?

강원도는 2015년 기준 지역자금 역외유출 규모가 5조 5천억원으로 추정했다. 1년 전보다 1조 6천억원이 증가한 규모다.

지역에서 생산한 부와 가치가 실시간 수도권 등으로 유출되고 있고 더 크게 심화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지역자금 역외유출 주요경로는 외지건설사, 은행, 대형유통업체, 기업형 SSM, 온라인 쇼핑 등으로 분석했다.

도는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조례 제정을 통해 상품권 성격의 지역 통화 유통을 추진했다. 이름을 강원상품권으로 정해 지난해 농협과 취급 대행기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시행규칙을 제정한 뒤 30억원 규모를 발행했다. 올해는 250억원을 추가할 예정이다.

강원도가 지역자금 유출을 막겠다며 올해 1월부터 유통시킨 강원상품권 견본.(자료=강원상품권 홈페이지)

 

강원도는 강원상품권이 유통되면 지역내 통화량 증가에 따른 소비촉진과 지역기업, 소상공인 등의 매출증대와 사업영역 확대, 지역내 자금순환의 다양한 시책추진을 위한 화폐제도 확보, 지역자금 유출 최소화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우선 강원도가 발주하는 공사, 행사, 용역, 물품구매 대금의 3~8%를 상품권으로 구매 권장하고 하반기부터는 도비 70% 보조사업과 관광상품 패키지(관광지 입장료+숙박, 음식업소)에도 적용할 예정이다.

도 관계자는 "강원상품권은 지역자금 역외유출을 최소화하는 기능으로서 지역 화폐를 제도화하고 이를 다양한 정책 도입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데 매우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 초기 효과 '저조', 제도 보완 대신 공공분야 629억원 규모 추가 발행

그러나 1차 발행한 강원상품권의 유통 실적은 강원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강원도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30억원 규모의 강원상품권을 발행, 유통시켰지만 3개월 가까이 지난 3월 29일 기준 판매액은 20% 수준인 6억 1,186만원에 불과했다. 환전 금액은 판매액의 30% 수준인 2억 3,114만 5천원에 그쳤다. 호응도 크지 않고 실제 통용도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3월 31일 기준 강원도 18개 시군에서 등록한 가맹점 역시 4천 40곳에 머물고 있다. 강원상품권 안내 홈페이지에 안내된 시군별 등록점은 춘천시 922, 원주시 554, 강릉시 558 등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평창군 87, 횡성군 79, 고성군 72, 양구군 70, 태백시 56, 양양군 40 곳 정도로 상당 지역의 가맹점 확보는 미미하다.

가맹점 업종은 도, 소매업이 1,878곳에 숙박, 음식점업이 1,433곳 등으로 특정 분야에 편중돼 있다. 자금 외지 유출을 막기 위해 대형마트, SSM 등을 가맹점에서 제외했다고 하지만 상품권이 생활소비와 밀착해 활성화되기엔 어려운 구조다.

반면 환전을 위한 은행 수수료로 상품권 발행 금액의 2%가, 조폐공사 인쇄 비용으로 3천여만원 가량의 혈세가 쓰였다. 보완책없이 강원도가 상품권 발행 규모만 확대할 경우 예산 낭비 우려가 제기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강원상품권 발행 취지를 발표하고 있는 최문순 강원도지사.(사진=강원도 제공)

 

하지만 강원CBS 취재결과 강원도는 4월 강원도의회 임시회 추경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강원일자리 특별지원 300억원, 어르신 일자리 확대 301억원을 통과시켜 지원 예산을 강원상품권으로 지급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여기에 조류인플루엔자(AI), 구제역 농가일자리 28억원도 강원상품권으로 전환해 지급하겠다는 구상도 있다. 계획대로 예산이 통과되면 올 한해 강원도에 풀리는 강원상품권 총액이 909억원에 달할 수 있다.

강원도의회 안에서는 비상경제 활성화 지원이 필요하다는데는 공감하면서도 예산 규모 확대와 지급 수단을 강원상품권으로 택하려는데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견해가 있다.

박길선 강원도의회 경제건설위원장은 "도의회가 승인한 강원상품권 30억원 규모는 시범으로 운영해 보완을 하자는 취지였는데 보완도 안하고 대폭 확대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상임위 의원들과 다양한 의견을 나누고 추경 예산안이 제출되면 심도있게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 고개돌린 노동계, 소외계층 삶 위축 우려

강원상품권 확산이 이뤄져도 환영만 할 수는 없는 분위기도 있다. 이해 관계자들과 각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냉담한 반응이 적지 않다. 우선 강원도가 지역자금 유출의 요인으로 주목한 건설 분야에 강원상품권을 적용하려는데 대한 반론이 있다.

건설노조는 수직적 상하관계가 명확한 건설 부문에 일부 공사대금으로 강원상품권 사용이 이뤄지면 결국 피해는 최하층의 일용직 근로자들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오희택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정책부장은 "대기업 건설업체는 강원도 발주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도의 제안을 수용하겠지만 대기업 입장에서 강원상품권을 보유할 의무는 없다"며 "결국 힘없는 일용직들에게 임금 대신 강원상품권이 전가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일용직들은 임금으로 자녀들의 학교 등록금을 내고 세금을 내야하는데 사용처가 제한적인 강원상품권은 힘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삶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짐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5월19일 강원도청 앞에서 강원상품권 공사 대금 지급 반대 기자회견을 연 건설노조 강원지역본부. (사진=박정민 기자)

 

301억원 규모의 어르신 일자리 확대시책에 상품권을 도입하려는 계획에는 수혜자의 여건을 간과한 공급자 중심의 시책이란 평가가 내려지고 있다.

최종남 원주노인생활협동조합 사무국장은 "공공일자리에 나서는 어르신들 절대 다수가 생활여건이 좋지 않은 분들이 많다"며 "이 분들은 자신의 노동력을 통해 번 돈으로 집세를 내고 공과금도 내야 한다. 아직은 사용에 한계가 있는 상품권은 이들의 삶을 더욱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는 건설현장 근로자 등에게 상품권이 임금으로 지급될 경우 즉시 현금으로 환전하도록 한 보완책을 제시했지만 적용 범위 논란과 스스로 제도의 한계점을 인정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불가피해 보인다.

▶ 근로기준법 위반 논란, 법적 한계 경시 지적

300억원 규모의 강원일자리 특별지원의 내용은 강원도가 청년일자리 특별지원대책 예산으로 강원상품권을 도입하려는 계획이다.

강원도는 도내 청년실업률이 2016년 기준 10.3%로 외환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라며 청년 구직자 취업난 해소와 기업체 고용안정 등을 위해 올해 강원청년일자리 특별지원대책을 추진 검토 중이다.

특별지원대책은 강원청년 구직활동과 강원청년 취업 지원 두 가지다. 청년 구직활동 지원책은 구직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도내 미취업 청년들의 교통비, 식비, 복장대여비, 취업정보 수집비 등 구직활동 필요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원금액은 1인당 매월 30만원씩 9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대상은 1만 8천 900명으로 소요예산은 170억원.

청년취업 특별지원은 도내 기업체 근로자 임금수준이 전국에 비해 40만원, 서울에 비해 80만원 이상 낮은 현실을 반영해 이뤄졌다. 따라서 도내 청년들이 도내 일자리 취업시 취업성공수당 명목으로 지원할 예정이다.130억원 예산을 세워 월임금 150만원 미만인 경우 매월 50만원, 150~200만원은 30만원, 200만원 이상이면 15만원을 1인당 3개월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강원도는 청년 취업 지원과 지역경제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며 강원상품권을 지원책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유관 기관과 논의하고 있다.

강원도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구직 활동을 하다 최근 예비 사회적기업에 참여해 활동하고 있는 유인재 씨가 청년 일자리 정책에 강원상품권을 활용하려는 구상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사진=박정민 기자)

 

그러나 청년들 사이에서는 행정기관의 성과주의 시책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있다.

강원도내 대학을 졸업해 회사원으로 일하다 춘천에서 예비 사회적기업에 참여한 유인재(32) 씨는 "취업 준비하면서 이력서를 100장 이상을 넣기도 했지만 강원도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다. 그래서 지역 졸업생 대부분이 서울과 경기도로 나간다. 일자리를 만들어서 그런 사람들을 붙잡고 살 수 있도록 해야 된다. 상품권으로 잡아놓는 것은 미봉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적이고 건강한 일자리를 만들고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노력 대신 단기 지원책으로 상품권을 도입하려는 일은 강원도가 성과를 자랑하고 보여주기식 시책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한경 민주노총 강원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이번 강원도의 비상경제활성화 시책 중 청년과 어르신에 주목한 일자리 대책은 '언발에 오줌누기' 시책"이라며 "단기 처방은 될 수 있지만 안정적이고 중장기적인 조치는 될 수 없다"고 평가했다.

▶ '지역자금 유출 억제' 목적에 부작용 방지책도 고려해야

청년 취업 지원책에 강원상품권을 적용하게되면 근로기준법 위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고 고용 과정에서 사업주가 제도를 악용할 위험성도 있다는 경고도 있다.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변호사)는 "근로기준법 위반 여부의 판단기준은 근로자 입장"이라며 "근로자가 최종 수령하는 임금 중 일부가 현금이 아닌 상품권이 포함되면 위법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영세업체의 경우 임금 중 일부로 강원상품권을 포함시켜 총액을 산정해 근로계약을 맺을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며 "사용처가 국한된 강원상품권을 받는 입장에서는 소비를 비롯한 경제활동이 제한되는 문제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강원도는 계획이 확정된게 아니라 검토단계이고 급여가 아닌 수당이라 문제될게 없다는 반응이다.

강원상품권의 위법 사용과 악용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는 전형배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사진=박정민 기자)

 

부대 비용이 외부로 빠져나갈 수 밖에 없는 강원상품권 발행, 유통 구조도 개선점으로 거론되고 있다.

김기홍 강원도의원은 "할인율 적용 등 인센티브도 없고 시장의 외면으로 사용처가 제한적인 부분도 문제지만 은행 환전 수수료 2%와 인쇄비용은 조폐공사와 농협 중앙회로 빠져나가 강원상품권이 오히려 지역자금을 유출시킨다"고 비판했다.

생산, 제조 분야가 취약한 강원도 경제구조를 간과했다는 지적도 있다. 김 의원은 "상품권 사용 단계에서는 지역 재화가 강원도에 머무는 일시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상인 대부분이 수도권이나 외지에서 물건을 공급받는 구조를 감안하면 강원상품권으로 축적된 재화도 유출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강원도가 청년, 노인 일자리를 비롯해 공공분야 일자리에 강원상품권을 확대하려는 구상에도 속도를 조절해야한다는 견해도 있다. 상품권을 활성화하려면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계층이 유통의 주류가 돼야 하는데 경제적으로 다소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밀어내는 방식은 효과보다 피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원배 한라대 광고영상미디어학과 교수는 "가령 청년 취업자라면 이제 신입사원으로 사회 생활을 하는 사람들인데 아직 활성화하지 않은 강원상품권 유통의 짐을 짊어지게 하는 모양새는 바람직 하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적으로 여유 재화가 부족한 상황에서 강원상품권 비율이 일정 부분 이상을 차지한다면 원활한 사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더했다. 나아가 손해를 보더라도 환전을 선택해야하는 악순환을 양산시킬 수도 있다는 부작용도 거론했다.

지 교수는 "강원상품권의 목적이 좋고 그 목적이 공유되면 발전 가능성은 있지만 현재처럼 강요되고 일방적으로 이뤄지는 사업 방향은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렵다"며 계획 재검토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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