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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속된 박근혜에게, 역사학자가 부치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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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진오 교수 "전두환에게 5·18이 그렇듯, 그대에게 세월호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멍에"

파면 21일 만에 구속된 박근혜 전 대통령이 31일 새벽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로 들어서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구속 소식을 접한 역사학자 주진오 상명대 교수가, 박 전 대통령에게 부치는 편지 형식의 글을 통해 그 역사적 의미를 전했다.

박근혜 정권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강행을 저지하는 데 앞장서 온 주 교수는 31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대를 위한 기도는 내 생애 처음입니다. 그토록 당신이 구속되기를 바랐지만, 막상 그 모습을 보면서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착잡함과 연민을 느꼈지요"라고 운을 뗐다.

"그동안 자신의 능력과 자질이 미치지 못한 자리에 있느라 너무 고생이 많았습니다. 평생 받아보지 못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야 하니 힘이 들겠지요. 아직도 이 상황이 억울하고 자신은 무죄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대가 유죄라는 게 국민들의 마음이고 법률적 판단입니다."

그는 "이제 그대를 어지럽히던 온갖 간신들과 아첨꾼들이 사라진 오늘부터, 천천히 자신을 돌아보기 바랍니다"라며 "그대의 아버지와 그대가 그곳으로 보냈던, 수많은 사람들이 겪었어야 했을 아픔도 생각해 보시구요"라며 글을 이었다.

"그곳에서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고, 누구의 도움이 없어도 혼자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성숙한 모습으로 발전하기를 바랍니다. 그대가 없어도 이 나라는 잘되어 갈 테니 걱정하지 말아요. 오랫동안 잊고 살았을 테니, 이번 기회에 하나님께 죄를 고백하고 그분의 뜻에 순종하는 사람으로 거듭나 보는 것은 어떨까요?"

주 교수는 "마침 오늘 마지막 항해를 하고 있는 세월호의 처참한 모습을 보면서, 그대를 떠올리게 됩니다"라며 "그대의 무능과 무관심으로 그 많은 생명을 잃게 만들었던 저 배처럼, 앞으로 더 많은 진실이 분명하게 드러나겠지요"라고 역설했다.

특히 "전두환에게 5.18이 그러했듯이, 그대에게 세월호는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멍에가 될 것"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그 안에서 참회와 반성을 깊히 하시기 바랍니다. 많이 힘들겠지만, 그곳에서 잘 견디기를 진심으로 빌어요"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새벽, 서울중앙지법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는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주요 혐의가 소명되고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이 인정된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에 이어 구치소에 수감된 역대 세 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고 구속된 첫 전직 대통령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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