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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집회로 몸살 '서울도서관', 그래도 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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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5일 오후 서울광장에서 탄기국 주최로 열린 '탄핵무효' 촉구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도심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에 불복하는 친박단체의 집회장으로 쓰이는 서울시청 광장 인근 서울도서관이 집회 참가자들의 몰상식한 행태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5일 오후, 친박집회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에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집회 참가자들이 무대에 오른 연사들의 선동적인 연설과 시시각각 흐르는 군가에 환호했다.

이날 참가자들은 서울도서관 정문을 점령하고 있었다. 도서관 안으로 이어진 정문의 너른 계단은, 다소 지친 표정을 짓고 앉아 휴식을 취하는 참가자들로 가득 메워진 탓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로 좁은 통로가 나 있었다. 이 통로를 오가는,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얼굴이 잔뜩 찌푸려졌다.

도서관 안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문을 지나면 눈에 들어오는 넓은 중앙계단 역시 앉아서 쉬고 있는 집회 참가자들 차지였다. 네 개 층으로 이뤄진 건물 곳곳에 마련된 휴식 공간에서도 참가자들은 어김없이 삼삼오오 모여 왁자지껄한 대화를 나눴다. 집에서 마련해 온 것으로 보이는 음식물을 나눠 먹는 참가자들도 눈에 띄었다.

3층 한켠에 있는 의자에서는 4명의 중년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며 박 전 대통령 파면과 관련한 정보를 공유하고 있었다. "이게 다 짜여진 각본"이라고 강변하는 한 여성의 거친 목소리가 귀를 때렸다. 3층 열람실에 들어가니 건물 바깥에서 군가 소리가 벽을 뚫고 들려왔다.

가장 어수선한 곳은 넓은 휴게실이 있는 1층이었다. 이곳은 음수대와 화장실을 이용하려는 친박집회 참가자들로 몹시 붐볐다. 태극기, 성조기를 든 참가자들은 곳곳에서 고성과 함께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 정치권, 촛불집회 등을 '빨갱이' '악마'로 표현하며 성토했다. 자제를 요청하며 주변을 정리하는, 유니폼을 입은 환경미화원의 표정은 난감해 보였다.

◇ "이념·종교·인종 등으로 인해 차별 받지 않는 공간"

지난 25일 오후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서 친박집회 참가자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다. (사진=이진욱 기자)

 

서울도서관은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친박집회가 열린 지난 11일과 18일, 두 차례의 토요일을 제외하고는 줄곧 문을 열었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도서관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친박집회 참가자들까지 차별 없이 받아 왔다.

최근 만난 이정수 서울도서관장은 "앞서 두 차례 토요일 휴관하면서도 내부적으로 '이게 맞나'라는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다"며 "탄핵 이후 첫 집회에서는 인화물질을 운반하는 모습도 있었고, 그 다음 토요일 집회에서는 탄핵 선고 당시 사망자 장례식이 열린다고 해,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만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간 '소란스러운 집회 참가자들에게까지 왜 도서관을 개방하냐'는 비판도 많았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500권 넘게 대출이 이뤄졌기에 도서관으로서의 역할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누구나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 다만, (친박집회 참가자들이) 타인에게 강요, 피해를 주는 행위에 대해서는 직원들이 나서서 자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곳 서울도서관은 옛 서울시청사로, 일제시대인 지난 1926년 들어선 이래 100년 가까이 된 문화재(등록문화재 제52호)다. 바로 뒤편에 새 시청사가 들어서면서 지난 2012년 '서울도서관' 간판을 달고 다시 문을 열었다. 줄곧 행정청사로 쓰이던 이곳은 도서관으로 탈바꿈하면서 '권위'의 울타리를 걷고 '자치'의 디딤돌을 놓았다는 평을 얻었다.

이 관장은 "(집회로 인해) 매주 토요일 출근하면서 '100년 가까이 이곳에 자리잡고 있는 서울도서관 건물은 어떤 심정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며 "역사의 한가운데서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친박집회)를 지켜보면서 제 마음과 같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서관은 정치적 이념, 종교, 인종 등에 의해 차별 받지 않는 장소입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이용하면서 책을 볼 수 있는 곳이죠. 결국 저들(친박집회 참가자)도 함께 가야 할 대한민국 국민이잖아요. 도서관이 지닌 '개방성'의 가치를 유지하면서, 어느 곳으로도 치우침 없이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그는 "서울도서관을 비롯한 모든 도서관이 앞으로도 서로 다른 신념, 가치를 지닌 사람들이 만나 어우러지면서 단절 없이 더 나은 사회를 고민하는 열린 장이 되기를 염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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