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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생 자발적 평화의 소녀상…밀실 위안부 합의 '경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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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피해자 배제한 韓日 합의에 분노"

경기 양평고 역사동아리 JR 가디언 학생들이 학교에 세워진 소녀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구민주 기자)

 


"소녀상을 보면서 역사를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요. 할머니들의 마음을 깊이 헤아릴 수 없겠지만…."

지난 13일 경기 양평고등학교 교정 잔디밭 위에 우뚝 세워진 평화의 소녀상.

단단한 화강암 위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과 그 옆에 앉은 나비가 한 눈에 들어왔다. 소녀의 목에는 노란색 목도리가 곱게 매여 있었다.

'잊혀진 역사가 아니라 영원히 기억하고 기록돼야 할 역사'라는 문구가 새겨진 평화의 소녀상은 양평고 학생들의 주도로 교사, 지역시민들이 힘을 모아 만든 결실이다.

양평고 역사동아리 'JR 가디언'은 지난 2015년 12월 28일,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반대 속에 밀실에서 한일 정부간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뒤 학교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우기로 했다.

박근혜 정부가 일본의 공식 사과와 법적책임도 묻지 않은 채 10억 엔을 받고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학생들이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다.

학생들은 후원자들을 모으기 위해 팸플릿을 직접 제작해 학교에 돌리고, 양평역 등 거리 홍보를 하며 지역시민들의 힘을 모았다.

직접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팔찌를 디자인해 판매 수익금을 얻기도 했다.

친구들과 학교 선생님, 지역시민들의 응원과 후원에 힘을 얻은 학생들은 10개 월의 모금활동 끝에 교정에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

JR 가디언 회장 주빈(18)양은 "할머니들이 피해자이신데 당사자들의 의견 없이 국가가 합의를 했다는 사실에 분노를 느꼈다"며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됐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소녀상 건립에 나섰는데 많은 친구들이 공감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주 양은 "예전에는 학생들은 공부만 해야한다는 의식이 강했는데 사회가 변화하며 학생들의 의식도 변화하는 것 같다"며 "여러가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뜻을 모으면 나중이라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앞에 세워진 '고등학생이 함께 만드는 평화의 소녀상'의 모습 (사진= 윤성호 기자)

 

지난 2015년 서울 정동프란치스코 회관 앞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는데 앞장섰던 이화여고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이들 역시 한일 위안부 합의 이후인 지난해부터 '전국 고등학교 100곳에 작은소녀상 세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서울·경기 지역 고등학교에 직접 편지를 보내 프로젝트를 알렸던 학생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서며 건립방법 등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지난 22일 광주 상무고등학교에서 작은소녀상 건립 제막식을 가지는 등 41곳의 학교가 동참했고, 건립 예정인 학교도 42곳에 이르고 있다.

주먹도끼 회장 김로권(17)양은 "학생의 이름으로 학교에 세우는 것이라 학생 주도로 모금하고 건립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면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김 양은 이어 "수요집회에서 만난 할머니들이 환하게 웃으시는 모습을 보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동안 꼭 사과를 받게 해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활동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발적으로 소녀상을 세운 학생들의 행동은 협상과정에서 피해자들을 배제한 밀실 한일 위안부 합의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나눔의집 안신권 소장은 "인권문제나 역사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오히려 정확히 인식하고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할머니들이 위안부 합의 과정에서 배제되는 등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학생들이 분노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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