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 11일 만인 21일 오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은 전투환, 노태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 사상 네 번째로 검찰 조사를 받는다. (사진=황진환 기자)
사상 최초로 전직 대통령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를 벌이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은 당초 예상과 달리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녹화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특수본 관계자는 21일 "박근혜 전 대통령과 변호인들이 동의하지 않아 영상녹화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조사를 추진하면서 영상녹화를 강력히 주장했지만, 검찰은 영상녹화를 하지 않고 조사에 임하고 있는 셈이다. 왜 그런걸까?
형사소송법 221조(제3자의 출석요구 등)에는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수사에 필요한 때에는 피의자가 아닌 자의(참고인) 출석을 요구하여 진술을 들을 수 있다. 이 경우 그의 동의를 받아 영상녹화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참고인이 경우 동의가 없을 경우 영상녹화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피의자에 대해서는 규정이 다르다. 형사소송법 제244조의2(피의자진술의 영상녹화)에는 "피의자의 진술은 영상녹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미리 영상녹화사실을 알려주어야 하며, 조사의 개시부터 종료까지의 전 과정 및 객관적 정황을 영상녹화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상녹화를 한다는 사실만 사전고지하면 피의자의 동의와 관계없이 녹화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수수사에 정통한 검찰의 한 중견간부도 "영상녹화는 검찰이 필요할 경우 피의자에게 사전고지만 하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 손범규 변호사도 "(피의자측이) 녹화를 거부한 사실이 없다"면서 "다만 검찰이 영상녹화에 대해 동의여부를 물어봐서 부동의 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하면서 영상녹화여부에 대해 사전 동의여부를 구한 것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차원이라는 것이 검찰측 설명이다.
검찰의 한 핵심 관계자는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는 영상녹화시설이 갖춰지지 못했지만 영상시설이 있던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영상녹화를 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특혜차원이 아니라는 설명인 것이다.
박영수 특별검사.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그렇다면 박영수 특검은 왜 박 전 대통령의 조사과정을 녹화하려고 했던 것일까?특검의 한 핵심관계자는 "처음 조사를 추진할 때는 녹화를 하지 않으려고 했다"면서 "두 번째 조사를 추진할 때 녹화를 추진한 이유는 최순실 때문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특검 출두를 거부하고 버티던 최순실 씨가 체포영장이 발부돼 특검에 강제 소환되면서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특검이) 자백을 강요하고 있다. 너무 억울하다"고 외치는 모습을 보고 박 대통령 조사때 영상녹화를 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특검의 조사를 받은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처럼 특검의 조사방식을 두고 문제를 제기할 경우 특검으로서는 방어할 대책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특수수사 때 특별한 증인이 아니라면 영상녹화를 하지 않는 게 관례"라면서 "재판부도 영상녹화보다는 법정에서 직접 진술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측 변호인이 밝힌 "영상녹화에 부동의 했지만, 거부한 것은 아니다"는 설명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