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무역을 강조하던 주요 20개국(G20)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에 무릎을 꿇었다.
주요 20개국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은 독일 바덴바덴에서 이틀간 열린 G20 회의를 18일(현지시간) 마무리했다.
이날 발표된 공동선언문에서는 그동안 G20이 강조해온 자유 무역과 시장 경제, 국제 협력의 중요성에 대한 명확한 표현이 배제됐다.
또 바로 직전 회의였던 지난해 7월 중국 청두회의에서 '브렉시트' 사태 이후 우려됐던 신고립주의와 보호무역 확산에 대응하자며 성명서에 채택한 "우리는 모든 형태의 보호주의를 배격한다"와 같은 문구도 빠졌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경제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기여도를 강화하고 있다"는 모호한 문구에 그쳤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자유무역을 강조하며 시작된 G20 회의의 성격을 고려하면 극히 이례적인 변화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는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미국 트럼프 정부의 입김이 한국을 포함한 G20 국가 대부분의 반발을 제압한 결과로 보인다.
반면 "우리는 경제 성장 추구에 있어 과도한 세계 불균형을 줄이고, 포용성과 공정성을 증대시키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과도한 세계 불균형'이라는 표현이 처음 등장했다.
이 역시 미국은 너무 많이 수입해 무역수지 적자가 늘어나고, 중국과 일본, 독일 등은 너무 많이 수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늘어났다는 미국의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문구 역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로 선언문에서 제외됐다.
환율에 관해서는 "경쟁적인 환율절하를 지양할 것이며 경쟁적인 목적으로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 등 우리의 기존 환율 공약을 재확인한다"고 기존 입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한편 G20은 단기적 세계 경제 성장 동력은 강화됐지만 성장 속도는 여전히 다소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특히 높은 불확실성과 하방위험 상존, 낮은 생산성에 따른 장기적 저성장 가능성 등을 대비해야 한다고 합의했다.
이에 대해 G20의 핵심목표인 '강하고 지속가능하며 균형잡힌 포용성장' 달성을 위해 확장적 재정ㆍ통화정책과 함께 장기 성장잠재력 확충을 위한 구조개혁까지 가용한 모든 정책조합을 지속해야 한다고 재확인했다.
앞서 청두 회의에서 통화정책으로 기울어졌던 거시정책을 수정해 적극적 재정정책을 통화정책과 '동등하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던 기존 정책 방향을 다시금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G20은 미국 금리 인상 등으로 커지고 있는 국제 금융시장 불안에 대처하기 위해 IMF가 신규 대출제도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IMF는 오는 4월 열릴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신규 대출지원제도 설계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G20 회원국이면서 OECD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 회원국 간 자유로운 자본이동 거래를 보장하는 OECD 자본자유화 규약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우리나라는 프랑스와 국제금융체제 실무그룹 공동의장으로서 글로벌 금융안전망 개선 등 국제금융체제 강화를 위한 합의 도출에 기여했다"며 "신규 대출제도 마련 검토 등 IMF 대출제도 개선 필요성에 대한 합의도 주도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OECD 자본자유화 규약을 보다 탄력적으로 개정하기 위한 논의를 지속할 것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 향후 국제자본흐름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