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대구 서문시장에서 출마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대구CBS 지민수 기자)
"만약 유죄가 된다면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처럼 자살하는 것도 고려할게!"대구 시민 3000여 명에 둘러싸인 자유한국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18일 마이크를 잡고 외친 말이다.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대법원 재판이 남아있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특유의 막말이 터져나오자 지지자들은 연신 '홍트럼프'를 연호했다. 상가 3층에서 고개를 내민 시민들도 휴대전화 카메라로 그의 모습을 담는 데 열중했다.
보수의 심장 대구 한복판의 최대 전통시장인 서문시장에서 이날 대선출사표를 던진 홍 지사는 선언식 내내 거침없는 발언으로 '리더십의 교체'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 이 시대가 요구하는 것은 정권의 교체, 정치의 교체, 세대의 교체도 아닌 리더십의 교체"라며 "반대가 두려워 결정을 미루고, 여론이 무서워 할 일도 못하는 유약한 리더십으로는 지금의 난관을 극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마이웨식 행보로 '홍트럼프'라는 별명까지 붙은 만큼, '불도저식 리더십'을 본인의 장점으로 내세운 것이다.
그는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의 지도자들을 "극우 보수주의자" 또는 "극우 국수의자"라고 평하며 "좌파 정부가 탄행하면 대한민국에 살 길이 있겠느냐. 미·중·일·러 지도자와 맞짱을 뜨려면 배짱있는 사람이 해야지"라며 호응을 이끌었다.
홍 지사는 특히 한일 위안부 합의가 무효임을 강조하는가 하면, 북한에 대해서는 "애들 눈치보고 빌빌거리지 않겠다"고 했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해서도 "삼성에서 중국의 화웨이 전자회사에 들어가는 부품을 다 수출한다. 우리도 함 (수출을) 끊어볼까"라며 강경 대응을 시사했다.
대본도 보지 않고 40여 분 이상 출마의 변을 쏟아낸 홍 지사는 "대구 경북의 적자"임을 설명하는 데도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할애했다.
그는 "대구 내당동 달셋방(월세방)에서 초·중·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점심 도시락을 싸갈 형편이 못돼 수돗물로 배를 채웠다"며 TK 표심을 자극했다.
홍 지사가 가난한 부모님을 따라 매 학년 이사를 다녀야 했던 일, 억울하게 파출소에 끌려간 아버지를 보고 검사의 꿈을 굳혔던 일 등 유년기를 얘기하며 대구 곳곳의 지명을 줄줄 읊어 내려가자 지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나보고 부모를 잘못 만났다고 하는데, 가난하고 못 배운 우리 부모님이지만 이 세상에서 평생의 멘토는 내 엄마"라며 "정말로 서민들이 편안하게 살고, 자식들이 일어설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어보겠다"고 외쳤다.
'서민대통령'이라는 구호가 걸린 연단에는 자유한국당 윤한홍, 정태옥 의원과 권영진 대구시장 등도 함께 올라 홍 지사에게 힘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