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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금융위기에도 '삶의 질' 나아졌다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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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관·주관 지표 단순 계산의 함정…국민 삶과 동떨어진 '삶의 질 지수'

 

NOCUTBIZ
정부가 처음으로 국민 삶의 질에 관한 종합지수를 발표했지만, 국민 인식과 동떨어진 결과에 논란이 예상된다.

통계청과 한국 삶의 질 학회가 15일 발표한 '국민 삶의 질 종합지수'를 살펴보면, 기준년인 2006년부터 2015년까지 10년 새 종합지수가 11.8% 상승했다.

이번에 발표된 '삶의 질 종합지수'는 12개 영역 80개 지표를 선정해 계산한 결과로, 국민총소득(GNI)나 고용률, 실업률 등 객관지표 56개와 소득만족도, 일자리 만족도 등 주관지표 24개를 측정했다.

이를 위해 2006년(기준년)을 100으로 놓고 해당 연도의 비율을 단순평균해 영역 종합지수를 만들고, 이를 다시 단순평균해 종합지수를 작성해 종합지수를 시산했다.

 

영역별로 살펴보면 교육(23.9%), 안전(22.2%), 소득소비(16.5%), 사회복지(16.3%) 영역은 종합지수 평균치를 앞섰다.

반면 가족공동체(-1.4%)는 오히려 수치가 하락했고, 고용임금(3.2%), 주거(5.2%), 건강(7.2%) 상승률은 전체 평균보다 훨씬 낮았다.

연구에 참여한 서울대학교 김석호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돌봄, 복지 등을 가족에 위탁하고 의지하는 정도가 높다"며 "하지만 1·2인 가구 증가와 핵가족화로 가족의 결속력이 약해지고 지역 사회 소속감도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지수는 국민들의 체감 삶의 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5년 메르스 사태가 잇달아 터지면서 사회 안전망에 적신호가 켜지고 국민들의 경각심도 커졌지만, 안전 부문은 두번째로 높은 상승률을 보이며 전체 지수 상승을 견인했다.

또 금융위기가 일어난 2008년, 2009년조차 삶의 질 종합지수가 상승세를 보이는 괴리를 나타내기도 했다.

김석호 교수 역시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지수의 상승폭에 대해 "삶의 질이 상승한 것은 아니고 상대적 개념일 뿐"이라며 경제적 지표인 GDP와의 비교를 권했다.

실제로 삶의 질 종합지수의 증가율은 10년 동안 28.6% 증가한 1인당 실질 GDP 증가율의 41.3%에 그쳤다.

 

이에 대해 통계청 측은 "국제비교 지표 자료로 활용되는 갤럽자료를 보면, 2011년 이후 우리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하락추세"라고 인정하면서도 "이번 지표의 '삶의 질'은 개인적 삶의 질과 사회의 질을 포괄하는 개념"이라고 해명했다.

예를 들어 위에서 지적된 안전 영역의 경우 세월호 참사로 사회 안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주관적 인식인 사회안전 평가는 2013년 11.4%에서 2014년 9.2%로 급락했다.

반면 도로사망률이나 아동안전사고사망률 등 사회 인프라망에 대한 객관적 지표가 개선 추세를 보여서 전반적인 안전 영역이 상승했다는 주장이다.

참여연대 이찬진 사회복지위원장은 "해마다 정부가 예산 규모를 늘려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사회적 인프라는 누적 발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며 "이를 정량적 지표로 계산해서 비중을 높이면 삶의 질이 개선됐다는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실제로 통계청이 시인한대로 객관지표와 주관지표의 괴리는 심각해서, 객관지표는 완만한 상승세를 그리며 12.9% 상승했지만, 주관지표는 시기 별로 등락을 거듭하며 11.0% 상승에 그쳤다.

또 서로 성격이 다른 지표를 대거 투입해 기계적으로 산술한 것도 현실 체감도와 거리를 벌린 요인으로 보인다.

80개 지표가 각각 자료 산출 주기나 단위 등이 서로 달라 비교하기 어렵기 때문으로, 김석호 교수조차 "오렌지와 사과를 비교하는 셈이며 절대적 개념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12개 영역 가운데 '주관적 웰빙'의 경우 2013년 자료만 있는 등 지표 곳곳에 자료 누락분이 상당해서, 이를 전후 자료를 바탕으로 계산한 평균값으로 채워 넣거나 마지막 측정된 값을 그대로 사용하기도 했다.

통계청은 "종합지수 작성은 표준화 및 가중치 산정 등 작성방식을 둘러싼 중립성 논란이 존재하므로 통계청은 양질의 지표값을 생산·제공할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러한 지표의 한계는 태생부터 예고된 것으로,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에도 질적 성장 지표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가 논란 끝에 폐기됐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이를 부활시키면서 '삶의 질 지수' 정책도 급물살을 탔다.

박 전 대통령은 2011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시절 삶의 질 관련 지표 수립을 강조한 데 이어 2012년 대선에서는 '국민 행복'이라는 선거 슬로건과 '10대 행복공약'으로 구체화한 바 있다.

이번 지수에 대해 전문가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경실련 박지호 간사는 "지표별로 살펴봐도 고용 부문은 단순히 고용률, 실업률만 있을 분, 일자리의 질이나 고용 안정성 등은 전혀 반영하지 않는 등 허술한 구석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통계청 주장대로 '삶의 질 지수'와 '삶에 대한 만족도가 다르다'면 지표를 만든 이유를 스스로 부정하는 셈"이라며 "이러한 지수의 한계를 보완하지 않으면 이번 지수는 효율성이 없어 사문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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