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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차 정동환 "7시간짜리 연극이 끝나고 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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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정동환 (7시간 연극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배우)

 

영화 한 편의 상영 시간, 보통 2시간 남짓되죠. 연극도 길어야 3시간 됩니다. 그런데 무려 7시간짜리 연극이 등장해서 화제입니다.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도스토옙스키의 원작인데요. 장장 7시간의 공연이 지금 펼쳐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연극 사상 최초예요. 물론 중간에 쉬는 시간이 있다고는 합니다마는 그래도 이게 연극배우들한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이번 연극에서 1인 4역을 소화하는 배우가 있습니다. 바로 배우 정동환 씨. TV드라마 가을동화, 겨울연가에 남자주인공 아버지 역할, 이렇게 하면 아마 금방 떠오르실 거예요. 연극계에 관록 있는 배우죠. 정동환 씨 오늘 화제인터뷰에서 직접 만나보겠습니다. 정 선생님 안녕하세요.

◆ 정동환> 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김현정> 정말 7시간이에요? 공연 시간이.

◆ 정동환> 네, 7시간 좀 넘고 있어요.

◇ 김현정> 7시간이면 여러분 주말에 프로야구 시청하시다 보면 계속 하루 종일하는데 그게 사실은 웬만한 경기가 7시간 안에 끝나요.

◆ 정동환> 더블헤드를 해야 7시간이 돼요.



◇ 김현정> 그러니까요, 그러니까요. (웃음) 웬만한 프로야구보다도 길고 서울에서 부산 가는 것 보다도 길어요. 7시간은.

◆ 정동환> 더 길죠.

◇ 김현정> 더 길죠? 그러면 중간에 인터미션이 있기는 있죠.

◆ 정동환> 인터미션도 있고 저녁 먹는 시간도 있어야 돼요. 1부가 끝나면 2부 사이에는 저녁을 먹어야 되고, 정신없이 막 가면 가락국수 정도 한 그릇 정도 먹고 와가지고 볼 수 있는 정도의 시간, 이런 정도밖에 안 돼요.

◇ 김현정> 그래도 많이들 오세요?

◆ 정동환> 많이들 오시네요.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배우 정동환 씨 (사진=감탄사 제공)

 

◇ 김현정> 대본 분량도 어마어마하겠는데요. 원래 원작 책으로도 두꺼운 거 3권짜리 아닙니까?

◆ 정동환> 그렇죠. 한 700페이지라고 생각하면, 한 2000페이지 정도가 되는건데.

◇ 김현정> 세상에. 보통 연극하고 비교했을 때 분량이 어마어마한 거잖아요. 외워야 되는 분량도?

◆ 정동환> 최소한 다 3배 이상 되지 않을까 싶어요.

◇ 김현정> 그렇죠. 공연하다가 잊어버린 배우는 실제로 없어요?

◆ 정동환> 저는 잊어버렸어요. (웃음)

◇ 김현정> 아니, 베테랑 대관록의 배우도 잊어버린 적이 있으세요?

◆ 정동환> (웃음) 다른 분들은 한 분도 그런 분이 없고요.

◇ 김현정> 한 25분 동안 혼자서 독백하는 신이 있다면서요.

◆ 정동환> 네, 있어요. 제 중요한 장면이 대신문관이라는 씬인데, 그게 예수을 심문하는 대심문관인데 무대에서 누가 도와줄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대사가 워낙에 난해하고 힘들고 어려운 아주 철학적이고 아주 종교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인간의 본질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요. 그건 한마디만 틀려도 잘못 넘어가도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그런 거예요. 거기서 그런 문제가 생겼으면 그냥... 그날 문 닫았다, 하고서 저는 연극 그만하고 어디 가서 낙향해서 농사를 짓든지 그래야 될 일이죠. (웃음) 아직까지 공연날이 남아있기 때문에 자신 있게 얘기는 못해요.

◇ 김현정> (웃음) 공연이 남아 있어서. 그러니까 얼마나 부담감을 느끼면서 이 7시간짜리 공연을 배우들이 만들어가는가 제가 느낄 수 있는데 7시간짜리 공연에 도전하시겠습니까, 제안이 들어왔을 때 선뜻 오케이하셨어요?

◆ 정동환> 쉽지는 않았지만 저는 그 이상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을 했어요.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배우 정동환 씨 (사진=감탄사 제공)

 

◇ 김현정> 왜 그렇게 생각하셨어요? 왜 해야 한다고?

◆ 정동환> 왜 연극이 관객의 비위를 맞춰줘야 하느냐, 나는 항상 문제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세상살이가 다 그렇죠. 이 자본주의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그들에게서 모든 게 나오기 때문에 그들 취향에 맞추지 않는다면 안 된다는 게 있지만, 저는 절대 그러지 않아야 할 것들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것 중 하나가 연극이에요. 거기서 몇 푼 벌이한다고 몇 사람 오게 하는 건 더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런 생각도 했어요.

아니, 이걸 보려면 월차라도 내야 하고 휴가라도 내고 와야 하고 무슨 수를 써서든지 와야 된다는 그런 생각을 갖는 연극을 만들지 않는다면 연극은 필요없다고 생각하니까, 그러한 점에 대해서는 저는 강하게 생각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런 연극에 대해서도 운영하려고 생각하고 있어요.

◇ 김현정> 저는 이 얘기 듣는데 정말 온몸에 전율이 쫙 오르는 느낌. '몇 푼 벌어야 한다고 관객 입맛에 맞춰서 상업적으로 자꾸 변해가는 우리 예술. 거기에 연극도 사실은 그 실효에 따라서 흘러가고 있었던 와중인데 왜 연극마저도 그걸 따라가야 하느냐. 연극이 관객을 따라갈 것이 아니라 관객이 정말 보고 싶어서 월차라도 내고 달려오는 그런 연극을 만들어보자.'는 말씀. 멋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진 연극 장장 7시간짜리 연극,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연극으로 기록이 될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배우 정동환 씨 만나보고 있습니다. 우리가 굉장히 고상한 얘기했는데 제가 조금 원초적이고 유치한 질문 하나 할게요, 선생님.

◆ 정동환> 네.

◇ 김현정> 7시간 공연하다가 갑자기 배우가 화장실 급해지거나 배탈이 난다거나 이런 위급한 상황 발생하면 어떻게 해요?

◆ 정동환> 7시간 아니더라도 제가 했던 작품이 보통 2시간 반에서 3시간짜리 작품들도 많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 안에도 그런 일이 있어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요. 연극이 너무 재미있는 것은 사람이 하는 거기 때문에 그 순간은 역사기 때문이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요. 지금 숨 쉬던 사람이 멈출 수 있는 게 그 순간이고 지금 내쉬다가 들이시지 못하면 끝나는 게 사람인데 그게 바로 공연이거든요. 그게 공연이라고요. 그런데 그 공연이, 늘 반복되는 거, 그냥 언제든 돌아가면 가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아니고 그 자체가 역사거든요.

◇ 김현정> 1000회를 해도 1000회가 다 다른 작품인 거잖아요, 1000번이.

◆ 정동환> 그렇죠. 그게 너무 중요한 거예요.

연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포스터

 

◇ 김현정> 그렇죠. 연극 인생 52년 되셨잖아요, 정동환 선생님. 앞으로 어떤 작품 해 보고 싶으세요. 어떤 꿈이 있으세요?

◆ 정동환> 지금 이런 작품. 이렇게 늘 할 수 있는 거 아니고 새로 도전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진짜 밥벌이 안 되고 아무것도 안 되는 거지만 진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게 있으면 그걸 또 찾아내서 해야 되는 것, 그게 내가 하고 싶은 거에요. 연극을 해가지고 무슨 큰 인기가 있겠어요, 아니면 돈이 생기겠어요. 뭐 하겠습니까. (웃음)

그냥 진짜 좋은 연극을 해서 나중에 우리 인간이, 자꾸 인간성을 상실해가는 세상에, 어쩔 수 없이 기계문명에 살고 있는데, 사람과 사람끼리의 대화가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과 기계와의 대화만 남아 있는데 과연 이렇게 가서 언제까지 이렇게 될 것인가, 반드시 우리는 언젠가는 인간끼리 만나야 된다는 운동을 다시 할 때다. 예전에 16세기에 있었던 르네상스 시대가 다시 올 때, 그걸 준비하는 사람들이 누군가는 있어야 하고 버티는 사람도 있어야 된다는 생각이 있다면 그 작업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군가는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연극은 진짜 귀한 매체가 아닌가, 예술이 아닌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죠.

◇ 김현정> 이야... 우리가 지금 마치 기계에 지배당하듯 기계의 문명 속에 살아가고 있지만 다시 언젠가 인간으로 돌아가는 르네상스 시대 같은 시대가 올 것이다, 그걸 준비하는 사람이 되겠다, 이런 말씀. 그래요. 잘 마무리 해 주시기 바라겠습니다.

◆ 정동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 정동환> 감사합니다.

◇ 김현정>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연극으로 기록될 것 같습니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출연하고 있는 배우 정동환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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