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랭킹 뉴스

[Why뉴스] 왜 헌재는 이정미 헤어롤 영구보관하려할까?

노컷뉴스 이 시각 추천뉴스

닫기

- +

이 시각 추천뉴스를 확인하세요

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 시원히 짚어 줍니다. [Why뉴스]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들을 수 있습니다. [편집자 주]

■ 방송 : 권영철의 Why뉴스
■ 채널 : 표준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영철 CBS 선임기자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어제(13일) 6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1987년 판사로 임관했으니까 30년간의 법관생활을 마친 것이다.

이정미 소장 대행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사건이 있기 전에는 그렇게 유명세를 탄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박한철 전 헌재소장이 퇴임한 뒤 소장대행을 맡아 탄핵사건을 주재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특히 파면선고 당일날 헤어롤을 감고 출근하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면서 이 전 대행은 '일하는 여성'의 상징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뉴스]에서는 '왜 헌재는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을 영구보관하려할까?'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헤어롤을 풀지 못하고 출근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를 영구보관 한다는 거냐?

=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헌재내부에서 그런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 선고도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사건이지만 선고당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출근길에 사용한 '헤어롤'도 상당히 큰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국내외에서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영구보관해서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 헌재의 공식의견이냐?

= 헌재의 입장은 간단하다. "공식 검토한 적 없습니다"는 것이다. 이 얘기는 비공식적으로는 검토를 했거나 내부에서 그런 얘기가 나왔다는 걸 부인하는 건 아니다.

다만 성사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헌재가 공식 검토한 적 없다는 건 여론의 추이나 그런걸 감안해서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헌재는 왜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을 보관하려는 걸까?

= 박물관에 가면 수많은 유물을 볼 수 있다. 귀걸이나 목걸이라도 누가 착용했느냐에 따라 또 어떤 때에 사용했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달라지기도 한다.

사실 헤어롤은 흔한 물건이다. 또, '헤어롤'을 머리에 달고 출근한 건 어쩌면 실수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 실수가 오히려 많은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고 외신들도 높게 평가하면서 그 의미가 새롭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래서 어떤 방식이건 그 의미를 되새기자는 취지에서 헤어롤을 영구보관하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AP통신은 핑크색 헤어롤 두 개를 얹은 이 권한대행의 모습을 담은 사진과 함께 "한국인 여성 재판관이 자기 일에 헌신하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면서 "이 권한대행의 모습은 아시아권 국가에서 '일하는 여성'의 모습을 되짚어 보는 순간이 됐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지적하는 일도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그렇지만 헌재로서는 고심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정미 재판관의 헤어롤이 파면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와 너무나 대비되기 때문이다.

헤어롤은 일하는 여성들의 바쁜 일상을 상징하는 것이지만 올림머리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모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12일 오후 올림머리를 한 채 청와대에서 퇴거해 삼성동 사저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특히나 박 전 대통령의 올림머리는 세월호 참사의 와중에도 머리를 하느라 중대본 방문이 늦어지면서 대통령으로서의 구조의무를 다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파면이 선고되고 청와대서 버티다가 삼성동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취임식 때처럼 올림머리를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보면서 이정미 전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헤어롤을 언급하는 글들이 많았다.

▶ 일하는 여성들 특히나 워킹맘들의 경우 '헤어롤' 같은 일은 다반사인데?

= 실제로 그렇다고 한다. '헤어롤'보다는 구루프 또는 구르프로 더 잘알려져 있다. 머리를 부풀려서 퍼머를 한 것처럼 만드는 도구인데 일하는 여성들의 경우 비슷한 경험담들이 많다.

출근길 회사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부장이 헤어롤을 달고 있는데 차마 그 얘길 못하고 웃음을 참느라 애썼다는 얘기에서부터 출근길에 접촉사고가 났는데 상대방 아줌마가 헤어롤을 말고 있어서 웃겼다는 얘기, 지각할까봐 회사근처에서 뛰는 데 발밑에 헤어롤이 떨어졌다는 얘기까지 에피소드가 많았다.

지난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헤어롤을 패러디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지난 11일 광화문 촛불집회에서는 헤어롤 스타일을 패러디한 모습을 곳곳에서 볼 수 있었다.

또 옷걸이를 그대로 달고 출근을 하거나, 수능 수험생에게 죽으로 도시락을 싸주면서 출근하느라 숟가락을 빼먹었다거나, 도시락에 밥만싸고 반찬은 뻬먹었다거나, 아이 놀이방 보내느라 서두르다가 출근해서보니 눈썹을 한쪽만 그렸다거나, 얼굴화장은 다했는데 입술만 바르지 않고 출근했다거나 하는 웃픈 일들이 많았다.

지난 10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이 박근혜 대통령탄핵심판 사건에 대해 선고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이정미 재판관이 주목을 받는 건 헤어롤보다는 선고당일의 담담한 자세 아니냐?

= 그렇다.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감정도 표출하지 않고 담담하게 선고문을 읽어가는 모습은 이채로웠다.

파면선고 대목 "피청구인의 법 위배행위가 헌법질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파급효과가 중대하므로, 피청구인을 파면함으로써 얻는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할 것입니다. 이에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을 선고합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에서도 담담했다.

파면을 선고할 때는 감정의 기복을 보일만도 한데 이정미 재판관은 시종 일관된 포커페이스였다.

헌재 재판관 6년을 포함해 30년간 법관으로 살아왔으니 그렇기도 하겠지만 선고문을 읽는 내내 치우치지 않고 중립적인 감정으로 일관하는 모습은 많은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 오후 청와대에서 퇴거해 삼성동 사저에 도착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헌재의 파면선고에 불복하는 걸로 읽히는데?

= 명시적으로 불복한다는 언급을 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파면선고가 난 뒤 이틀이 지나서야 청와대에서 나간 점이나 민경욱 의원을 통해 밝힌 "시간이 걸리겠지만 진실은 반드시 밝혀진다고 믿고 있습니다"는 입장은 불복을 의미하는 걸로 받아들여진다.

친박계 자유한국당 의원이나 청와대 참모들의 언급도 헌재의 파면선고를 비판하는 내용들이어서 사실상 불복하고 있다.

친박계의원 8명이 총괄, 정무, 수행, 대변인 역할까지 맡기로 하는 걸 보면 삼성동을 중심으로 불복을 벌이겠다는 걸로 비쳐진다.

헌재가 파면선고에서 "피청구인은 대국민 담화에서 진상 규명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하였으나 정작 검찰과 특별검사의 조사에 응하지 않았고,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도 거부하였습니다. 이 사건 소추사유와 관련한 피청구인의 일련의 언행을 보면, 법 위배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할 헌법수호의지가 드러나지 않습니다"라고 밝혔다.

헌재가 밝힌대로 '헌법수호 의지'가 없다는 걸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사진=자료사진)

 

▶ 진실이 밝혀질려면 조사를 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 그렇다. 조사를 받겠다고 국민들앞에 약속하고도 이를 어겼다. 자신의 손으로 임명한 검찰에서 수사결과를 발표하자 '사상누각'이라며 믿지 못하겠다고 비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도 본인이 임명했지만 '엮은 것'이라며 회피했다.

대통령직에서 파면돼 쫓겨나면서도 국민들에게 사과한마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박 전 대통령이 밝힌대로 진실이 밝혀지기 위해서는 검찰수사를 받아야 한다. 온갖 이유를 대면서 버티겠지만 수사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버티면 버틸수록 국민의 신임을 잃게 될 것이고, 지지층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일부 강성 친박계들이 버티면서 뭔가 재기를 도모하려 하겠지만 그럴수록 존재감은 점점 떨어질 것이다.

사족으로 언론에서 '삼성동 사저'라고 보도를 하는데 그게 적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역대 대통령들의 집을 사저라고 부른 적도 없다. '동교동'이나 '상도동'으로 불렀다.

'삼성동'이라고 하거나 '삼성동 집'이라고 해도 되는데 '사저'라고 하는 건 '각하'라고 부르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사저는 관저의 상대말인데 이제는 공무원이 아니고 관저도 없어졌다. 그러니 '삼성동' 또는 '삼성동 집'으로 부르는 게 좋을 것이다.

0

0

오늘의 기자

실시간 랭킹 뉴스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