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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바꿀수 있다" 촛불혁명이 남긴 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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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20차 촛불집회'에서 시민들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소식을 반기는 축배를 들며 기뻐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갔다.

단일 집회에 100만 명 이상이 운집하고, 누적 참가자 1500만 명이 넘어선 촛불집회는 '대통령 탄핵'이라는 초유의 결과를 이끌었다.

최대 인파와 최장기간 집회, 대통령 탄핵 등 수많은 역사적 기록을 남긴 촛불집회가 남긴 사회적 유산은 무엇일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총리관저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패배 역사 끊은 촛불혁명 '기적같은 승리'

먼저 이번 촛불집회는 일반 시민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안겼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꾸준히 촛불집회에 참가했던 회사원 이원정(52)씨는 "광우병 사태나 세월호 참사 때는 아무리 목소리를 내고 촛불을 들어도 소용이 없었다"면서 "그동안 '미완의 저항'이었다면, 이번만큼은 기적 같은 승리인 것 같다"고 말했다.

광주에 사는 조선신(47.여) 씨도 "정치인들이 국민의 의견을 좀 더 경청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면서 "나조차도 '국민의 힘이 참 위대하구나'라는 걸 느꼈다"고 전했다.

촛불집회는 2002년 '효순.미선이 미군 장갑차 사건'이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2008년 광우병 파동 당시 광화문 광장에 70만 명(집회측 추산)이 모이는 등 대규모 촛불집회가 개최된 적은 있었지만, 명확한 성과를 이뤄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의견이 묵살되고 변화를 이끌지 못하면서 자괴감에 빠지고 정치권에 대한 불신만 생긴 시민들이 상당수였다.

세월호 1주기 촛불집회에 참석했던 탁승수(48) 씨는 "과거에는 사실 촛불은 들고 있지만, 내 목소리가 정치권에 관철될 것이란 확신이 없어 무력감을 많이 느꼈다"고 회상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그동안 촛불집회는 사실상 문제제기를 하는 수준에 그치면서 시민들이 좌절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이번 대통령 탄핵은 이들에게 승리의 경험을 안겨줬다. '우리도 목소리를 내면 바뀔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계기가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다양한 퍼포먼스를 즐기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꽃으로도 때리지 않은 '비폭력 저항'

비폭력 저항 방식의 집회 문화도 단단히 자리를 잡은 것도 이번 촛불집회의 큰 성과 가운데 하나다. 그동안 누적 참가자가 1600만 명을 돌파한 촛불집회에서 연행자는 23명에 그쳤다.

이들은 촛불집회 초기 경찰의 해산명령을 거부하다 연행된 시민들이었고, 얼마 후 곧 석방됐다. 이후 집회는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될수록 오히려 연행자나 부상자는 사라져갔다.

실제로 4차와 5차 촛불집회에는 100만 명과 150만 명이 각각 운집했지만, 연행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부 시민들이 차벽을 올라가거나 물리력을 행사할 때면 주위에서 "내려와라", "하지말아라"며 비폭력 집회 기조를 스스로 만들어갔다.

또 시민들이 떠나간 광장은 전날 시위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곳곳에 쓰레기봉투를 설치하고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담았다.

정근(39)씨는 "평화롭게 집회를 열고 행진을 해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면서 "비폭력 저항으로 탄핵을 이뤘다는 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가 일부 폭력 양상을 띠면서 따가운 질타를 받았던 민주노총도 촛불집회를 계기로 변화의 바람을 모색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일부 집회에서 뜻하지 않은 폭력 사태가 간간이 발생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덧씌워진 측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면서 "이번 촛불집회를 통해 시민과 소통하고 협력하는 방법을 배우게 됐다"고 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인용 후 첫 주말인 11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20차 촛불집회 참가자들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의 헤어롤을 패러디를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 풍자와 해학…新사회운동의 소통

해학과 풍자가 돋보였던 집회 문화에 대해서도 새로운 집회시위의 장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각 노동단체를 상징하는 깃발이 나부꼈던 기존 집회와 달리 일반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제작한 풍자물들이 곳곳에 등장했다.

또 '임을 위한 행진곡' 등 노동가요 대신에 대중가수 이승환이나 힙합 가수 'DJ DOC' 등이 가요와 랩 등을 부르며 촛불집회는 더욱 대중성을 띄게 됐다.

19살 최재혁 군은 "이전 집회는 왠지 모르게 침울하고 투쟁적인 분위기여서 뭔가 참석하는 게 꺼려졌다"면서 "촛불집회는 신나는 노래도 나오고 서로 축하해주는 분위기여서 나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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