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인용으로 '대선 시계'의 초침이 더욱 빨라지고 있다. 선두를 달리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측은 탄핵이 지지율 변동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60여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반전을 노리는 추격자들은 탄핵을 하나의 변곡점으로 보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자료사진)
◇ '탄핵' 이후 혼란한 정국…대세론 뒤집나
더불어민주당은 대선주자 세 명의 지지율을 합칠 경우 60%가 넘는 상황이다 보니 이번 대선을 소위 '야당판'으로 본다. 민주당의 경선에서 승리하는 주자가 청와대 행 티켓을 거머쥘 확률이 크다.
현재 당내에선 문재인 전 대표가 굳건한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2, 3위를 차지하는 안희정 충남지사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탄핵 소추 의결'과 '반기문 사퇴'를 거치면서 순위가 바뀌었다.
문 전 대표 측은 인수위원회 없이 업무가 시작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준비된 대통령'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해질 것이고, 현재의 대세론을 꺾을 요소는 없다고 보고 있다.
줄곧 통합과 협치를 강조해 온 안 지사 측은 탄핵 이후 혼란한 정국에서 안 지사의 메시지가 통할 것으로 내다본다. 반면 선명성을 띤 이 시장 측은 탄핵 국면에서 지지율이 올랐던 과거의 영광이 재연될 것을 기대한다.
현재 민주당 주자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이미 탄핵 인용 여론과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이기 때문에 탄핵선고 자체가 지지율 변동을 일으키는 이벤트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는 지금까지 후보들에 대해 깊이 있는 판단보다 언행과 이미지에 의해 형성된 지지율이었다면 후보 검증을 본격화 할 경우 안 지사와 이 시장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여지도 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홍준표 경남지사. (사진=자료사진)
◇ 황교안·홍준표…탄핵 이후 우파 결집의 구심점최순실·박근혜 국정농단으로 파이가 작아진 여당은 탄핵 인용시의 '보수층 결집'을 노리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쓸쓸히 청와대를 떠나는 장면이 실제 보도될 경우 등 돌린 기존 지지층의 동요를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2위를 나타내는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만약 출마 선언을 할 경우 보수층의 결집으로 지지율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막말'을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는 홍준표 경남지사 역시 탄핵 이후 더욱 주가를 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사진=자료사진)
◇ 빅텐트 형성시…文 vs 反文 대결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과 남경필 경기지사, 국민의당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지지율은 소위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불릴 정도로 초라하다. 국민의당은 그나마 안철수 전 대표가 한 자릿수와 두 자릿수 지지율을 왔다갔다 하며 면을 살려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탄핵과 함께 민주당 김종인 전 대표의 탈당을 '정계 개편'의 신호탄으로 삼고 반전을 노리고 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국정 농단을 가능하게 한 현재의 헌법을 문제로 삼으면서 개헌을 고리로 하는 제 3지대 형성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일종의 반문 세력을 형성해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대결 구도로 대선을 끌고 갈 경우 합리적 보수와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 두 당과 김 전 대표 간 후보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컨벤션 효과에 의한 지지율 상승도 전망된다.
◇ 물고 물리는 대선주자들의 기상도
대선주자들의 향후 지지율은 서로의 상황에 따라 물고 물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반문연대를 주축으로 하는 제 3지대 형성이 본격화 한다면, 민주당 경선에서는 문 전 대표보다는 안 지사나 이 시장 쪽으로 전략적 선택이 이뤄질 수도 있다.
만일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가 50% 이상의 지지를 얻지 못해 결선 투표까지 가서 안 지사나 이 시장 쪽으로 시선이 쏠리게 되면, 반문을 명분으로 하는 제 3지대 형성도 흐지부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