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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이 선점한 태극기…"편가르기 선동용품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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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집회 참가자들은 자유한국당과 황교안 대행을 지지"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 등 친박단체 회원들이 3·1절인 1일 오후 서울 세종로 사거리에서 탄핵 기각을 촉구하며 거리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농단 사태를 부른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집회 참가자들은 어떠한 생각으로 집회 현장에 나올까.

삼일절 98주년이던 지난 1일 오후, 친박집회가 열린 서울시청 광장 인근에서 한국정치학회의 '2017년 태극기집회 참가자 설문조사'를 벌이고 있는 조사원 안모(24) 씨를 만났다.

해당 설문지에 따르면 '본 설문조사는 한국정치학회 소속 연구자들이 대통령 탄핵기각 태극기집회(친박집회) 참가자들의 인식과 요구를 분석하고 문제해결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다.

안 씨는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 양쪽을 다 조사하는데, 촛불집회는 이미 설문조사를 마친 것으로 안다. 두 집회 참가자들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정치 행태를 분석하기 위한 것"이라며 "조사원 20명이 오늘 하루 동안 집회 현장 곳곳에 흩어져서 각자 60명씩, 모두 1200명에게 설문지를 돌리고 답을 받아 조사 표본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설문조사는 어떠한 내용이 주를 이루는가'라는 물음에 그는 "주로 현 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분들(친박집회 참가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이곳에 나왔고, 목표하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다음 대선에 대한 여론조사도 포함됐다"고 답했다.

◇ "본인 사상보다는 선전·선동에 경도되는 모습 보인다"

지난 1일 오후 서울광장, 광화문사거리를 비롯한 서울 도심에서 탄핵 반대 친박집회가 열린 가운데 한 친박단체 회원이 박정희 전 대통령의 탈을 쓰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날 오후 2시 30분쯤까지 "10명가량에게 설문조사를 받았다"는 안 씨에게 '설문조사에 응한 참가자들의 성향이 어땠는가'를 물었다.

그는 "주로 고연령층을 상대로 설문을 받았는데, 본인들이 스스로 '굉장히 보수적'이라고 말하더라"며 "각자 (집회에 나온) 목적은 달랐지만, 진보정당·야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설문 가운데 '조기대선을 한다면 어떠한 후보를 지지할 것인가'라는 문항이 있는데, 제가 답을 받은 바로는 현재 지지하는 정당은 '자유한국당', 지지하는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음에도 '황교안 권한대행'이었다"고 설명했다.

안 씨는 "제 개인적인 신념과는 별개로 연구하는 학생 입장에서 보면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보수적'이라는 연구조사가 많은데, (친박집회 현장에서) 실제로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다"며 "기성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매우 강했고, 많은 분들이 설문조사 자체를 거부해서 매달리고 부탁해 간신히 받아낼 수 있었다. (설문조사에 대해) 의도를 갖고 해석하려는 이들도 많았다"고 했다.

'오늘 친박집회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라는 물음에는 "(참가자들이) 군가를 부르는 모습 등을 보면서 본인의 사상보다는 선전·선동에 의해 경도되고 있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안 씨는 이날이 3·1절이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태극기는 선한 의미를 지녔다고 여기는데, (친박집회에서는 태극기가) 그러한 의도와 다르게 잘못 쓰이는 것 같다"며 "대비되는 두 집단(촛불집회와 친박집회) 가운데 한 집단(친박집회)이 태극기를 선점한 상태에서 '태극기를 든 쪽은 애국자이고 저쪽은 아니'라는 식으로 상징화된 듯한 분위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3·1절에 태극기가 눈에 많이 띄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박집회) 연설 내용이 몹시 선동적이고 폭력적이라는 점에서, 태극기가 집단을 흑백으로 편가르기하는 용도로 쓰여 우려스럽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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