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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잠시 군가는 멈추고 아이들 합창 소리가 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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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98주년 3·1절인 1일 서울 광화문에서 '대통령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주최한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왼쪽). 경찰 차벽 넘어 오른쪽 광화문 광장에서는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 주최 탄핵 촉구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삼일절 98주년을 맞은 1일 오후 5시께, 봄비가 내리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열여덟 번째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렸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순신 장군 동상을 바라봤을 때, 왼편 세종문화회관 쪽에서는 경찰 차벽을 사이에 두고 박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단체의 집회가 진행됐다.

양측의 충돌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광화문광장을 봉쇄한 경찰차벽 탓에, 몇 곳 통행로를 따라 어렵게 촛불집회 현장에 들어선 인파는 차츰 광장을 메우기 시작했다.

친박단체 측에서 촛불집회 참가자들에게 보일 목적으로 설치한 대형 스크린 속 친박집회 현장은 사람들이 듬성듬성 들어찬 채 태극기와 성조기를 흔들고 있었다.

광장 곳곳에 설치된 친박집회의 대형 스피커에서 울려 퍼지는 커다란 군가 등으로 인해 촛불집회 사회자와 연사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친박단체 측은 별다른 연설이나 행사도 없이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무대에서 두세 명이 춤을 추며 소리지르기에 바빴다. 촛불집회 진행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는 현장이었다.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박원순 서울시장이 "촛불은 빛이다. 촛불은 정의다. 촛불은 민주주의다. 촛불은 하나됨이다. 촛불은 승리다. 반드시 촛불이 이긴다"며 "끝까지 여러분과 함께하겠다"고 연설을 마칠 무렵, 촛불집회 현장을 향한 친박단체 측의 스피커에서 굉음이 30여 초 동안 흐른 뒤 귀를 때리던 군가가 멈췄다.

그제서야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이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광장에 울려 퍼졌다. "하늘이 돕네"라는, 비옷을 입은 한 시민의 웃음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

무대에 오른 사회자의 선창으로 "국정교과서 폐지하라" "위안부 합의 철회하라" "역사를 바로잡자" "박근혜를 탄핵하자"라는 구호가 광장을 가득 메웠다.

그리고 대금 연주자 한충은 씨의 공연에 이어 어린이 합창단 '예쁜 아이들'의 공연이 이어졌다. 그렇게 아이들의 맑은 목소리를 타고 시인과 촌장의 노래 '좋은 나라'가 울려 퍼졌다.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곳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은 까맣게 잊고/ 다시 인사할지도 몰라요/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강가에서 만난다면/ 서로 하고프던 말/ 한마디 하지 못하고/ 그냥 마주 보고/ 좋아서 웃기만 할 거예요/ 그 고운 무지개 속/ 물방울들처럼/ 행복한 거기로 들어가/ 아무 눈물 없이/ 슬픈 헤아림도 없이/ 그렇게 만날 수 있다면, 있다면/ 당신과 내가 좋은 나라에서/ 그 푸른 동산에서 만난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슬프던 지난 서로의 모습들을/ 까맣게 잊고/ 다시 만날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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