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하 최다빈.(사진=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
'연아 키즈' 최다빈(17 · 수리고)이 한국 피겨스케이팅 역사를 새롭게 썼다. 사상 처음으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냈다.
최다빈은 25일 일본 삿포로 마코마나이 실내링크에서 열린 '2017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68.40, 예술점수(PCS) 57.84 등 합계 126.24점을 얻었다.
23일 1위에 올랐던 쇼트프로그램(61.30점)에 이어 프리스케이팅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합계 187.54점으로 우승했다. 175.60점의 리지준(중국)과 175.04점의 엘리자벳 투르신바에바(카자흐스탄) 등을 제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 피겨 사상 첫 금메달이다. 지금까지는 동메달만 2개였다. 지난 1999년 강원 대회 아이스댄스 김태화-이천군 조와 2011년 아스타나-알마티 대회 여자 싱글 곽민정이 따낸 바 있다. '피겨 여왕' 김연아(27)는 부상과 휴식으로 두 차례 동계아시안게임에 출전하지 않았다.
본인도 놀란 우승이다. 최다빈은 "쇼트에서도 1등을 해서 많이 놀랐다"면서 "대회에 나온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큰 일인데 좋은 결과가 있어서 너무 만족스러웠다"고 미소를 지었다.
'여왕의 인터뷰' 최다빈이 25일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뒤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삿포로=노컷뉴스)
다른 선수들을 신경쓰지 않고 자신의 경기에만 집중했다. 최다빈은 " "2, 3위와 점수 차가 많이 나지 않아 프리에서 충분히 뒤바뀔 수 있기 때문에 내 프로그램을 후회없는 경기해야지 생각하고 임했다"면서 "앞 선수들의 경기 안 보려고 했고 내 프로그램만 생각해서 자세를 잡고 있었다"고 밝혔다.
큰 경기에서 부담을 떨치고 존재감을 발휘했다. 최다빈은 "항상 연습했던 만큼 점수가 안 나와 좀 아쉬웠는데 오늘은 훈련한 것을 다 보여준 것 같아서 기뻤다"고 말했다. 이어 "부담보다는 프리는 언제든 순위가 바뀔 수 있어 내 경기만 한다면 등수가 몇 등이든 아쉬움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도 이루지 못한 일"이라는 말에는 살짝 부끄러운 미소를 지었다. 자신의 우상이기 때문이다. 최다빈은 "톱 선수들이 (아시안게임에) 나오기도 하지만 세계선수권이 시즌 마지막이라 그 대회를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며 안 나온 선수도 있었기 때문에"라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남자 싱글 최강 하뉴 유즈루(일본) 등 톱랭커들은 대거 빠졌다.
김연아도 지난주 국제빙상경기연맹(ISU) 4대륙 선수권대회가 끝난 뒤 최다빈에게 힘을 실어줬다. 최다빈은 "대회가 끝나고 연아 언니가 '수고했다, 잘했다'고 격려해줬다"고 귀띔했다.
최다빈은 오는 3월 말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리는 ISU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다. 3~10위 안에 들면 내년 평창올림픽 출전권 2장을 한국에 가져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