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사진=윤창원 기자/노컷뉴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을 중심에 둔 ‘제 3지대 반(反)문재인 개헌 연대’ 구축 가능성에 연일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 의원이 탈당 후 개헌을 고리로 당내 비문(非文) 의원들과 세를 형성하고 범여권과 손을 잡으면, 개헌에 소극적인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를 상대로 ‘반문 전선’이 구출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김 의원의 세력화 가능성이 낮은데다가 대선 전 개헌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어서 선거 연대가 절실한 이들의 구상으로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 몸값 불리는 김종인…실체는?
김종인 의원을 변수로 가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선 밑그림을 그리는 쪽은 범여권이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위기감 속에서 끊임없이 연대의 가능성을 저울질 중이다. 국민의당도 제 3지대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고는 있다.
가장 유력하게 거론되는 연대의 고리는 ‘개헌’이다. 민주당을 제외한 자유한국당, 바른정당, 국민의당은 21일 대선 전 개헌이 가능하도록 단일 개헌안을 만들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이들 정당의 의석수를 다 합치면 165석으로 개헌안을 발의할 수는 있지만, 의결정족수(200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비문 인사이자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김종인 의원의 거취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상황 속에서 특유의 ‘물음표 행보’로 몸값을 불려왔다. 지난달에는 자신의 거취에 대해 “2월 말까지 기다려보라. 순교하려 한다”고 했고, 일주일 전 독일 방문길에서는 “결심을 할 것이니 기다려보라”고 말하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또 출국 전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 바른정당의 구심점인 김무성 의원과 3자 회동을 갖고 개헌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도 했다. 올해 초에는 자유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도 만나 정국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의원이 제 3지대에 서더라도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의 지지율이 고공행진하고 있고, 그를 따르는 인사도 적어 빅-텐트의 첫 단계인 당내 ‘비문 규합’부터 삐걱일 거라고 보는 것이다.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조차 “김 의원이 탈당하면 따라 나설 의원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 김종인과 범여권의 단꿈…이뤄질까?때문에 대선 전 개헌이 어렵다는 전망이 뒤따르고, 이를 추진하는 인사들의 진정성에는 물음표가 붙고 있다.
범여권 대권주자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조차 "대선 전 개헌은 불가능하다", "개헌만으로는 연대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요컨대 현실성 없는 개헌만을 고리로 가치가 다른 이들이 손을 잡을 경우 정략적인 '이벤트성 연대'로 비춰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도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자는 문 전 대표의 구상을 언급하면서 “민주당이 개헌에 소극적이라는 이미지를 만들려고 모였다면 정략적이고 대선용”이라고 비판했다.
김종인 의원의 협상 파트너들 사이에서는 김 의원이 ‘대권’을 노린다는 얘기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반문 연대 구축이 절실한 범여권과 김 의원의 큰 꿈이 맞아떨어진 결과가 개헌 추진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김 의원의 결심은 점점 뒤로 미뤄지는 모양새다. ‘2월 순교론’을 펼쳤던 그는 22일 독일 귀국길에서는 “헌법재판소 판결이 나고 정치 일정이 어떻게 잡히느냐에 따라 두고 봐야지, 미리 얘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당초 이날로 예정됐던 김무성 의원, 정의화 전 국회의장과의 3자 회동도 연기됐다. 다만 정 전 의장과 따로 만나 다시 개헌론을 꺼낸 그는 23일에도 민주당 의원들과 접촉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장고에 들어가면서 결국 세력화의 한계 등으로 민주당에 남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김 의원이 조기 대선 국면이 예상된 상황에서 (탈당을 결심했다면) 세력을 만들고, 주변도 정리해야 하는데 독일에 간다고 했을 때 탈당은 안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손학규 전 대표도 국민의당에 가면서 제 3지대 세력화도 사실상 불가능해 진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