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이동흡 변호사 등 피청구인단이 대화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서석구 변호사도 소맷자락을 붙잡고 소란을 말리려 했던 박근혜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가 결국 재판부에 대한 도발적 발언과 국회 측에 대한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며 탄핵심판정을 비웃음 바다로 만들어버렸다.
김 변호사는 22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오후 변론 도중 발언권을 얻고선 단상에 초콜릿 등 과자 상자를 두고 구두 발언을 시작했다.
지난 15차 변론이 매듭지어질 무렵 당뇨를 이유로 점심식사 후 변론기회를 달라고 했지만 재판부가 일축하자 작심한 듯 보였다.
김 변호사는 먼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에 대해 "섞어찌개"라고 비유했다. 뇌물죄와 직권남용·강요 등이 한뭉치로 주장돼있다는 것이다.
그는 "뇌물죄와 직권남용, 강요죄가 동시에 성립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섞어찌개'를 만들어서 탄핵소추 한 것"이라고 말했다. "증거없는 졸속 탄핵"이란 표현도 썼다.
'비선실세 국정농단'이라는 문구에 대해서도 "비선조직은 깡패조직이나 쓰는 말"이라며 "국회가 북한에서나 있을 수 있는 정치 탄압을 하고 있다"는 말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인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심판정에서 서석구 변호사, 이동흡 변호사 등 피청구인단이 대화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맞은 편에 앉아있는 소추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향해 자질론까지 언급했지만, 권 위원은 그저 쓴웃음만 지었다.
김 변호사가 권 위원에게 "웃지만 마시고, 국정농단 아세요? 저는 대학에서 한국사 강의를 한 사람이다. 경국대전에도 없는 말"이라고 했지만, 대꾸도 하지 않은 것이다.
김 변호사는 국회가 탄핵소추안을 의결하면서 소추사유별로 표결을 하지 않아 적법절차를 따르지 않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헌재는 2004년 탄핵심판 당시 이미 "명문 규정이 없다"며 '이유 없음' 결정을 했다. 국회의 의사절차 자율성과 국회에서 조사·심사도 국회 재량으로 봤다.
그는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장을 국회가 공개하지 않아 국민이 탄핵소추장을 읽어보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국회 홈페이지는 물론 단순한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박 대통령에 대해선 "박근혜"라고 말했다가, 스스로 "죄송합니다. 박근혜님"이라고 정정했다. 이때 방청석 곳곳에서 실소도 터져 나왔다.
재판관들은 고개를 숙인 채 웃거나 의자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기도 했다.
주심인 강일원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비판해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으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강 재판관을 겨냥해 "오해에 따라서는 국회의 수석대리인이 되는 것이다. 뭐가 부족하다고 한술 더 뜨느냐"며 "대통령 측 증인에 대해 주로 묻고, 국회 측 증인은 별로 질문을 안한다"고 편향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이 권한대행이 "말씀이 좀 지나치신 것 같다"고 하자, 김 변호사는 "아이, 이 거 참. 죄송하게 됐네"라며 "그럼 고치겠다. 수석대변인은 아니시다"고 했지만, 이 권한대행의 퇴임 예정일에 맞춘 '과속 진행'이라고 도발을 이어갔다.
그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함께 여야 원내대표 등 국회의원과, 박한철 전 헌재소장,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조윤선 전 장관, 헌법학자들까지 무더기 증인신청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