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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잘 죽었다" 낙서 지운 시민 "나 아니었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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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민 씨 "다 같은 마음… 누군가 가서 지웠을 것"

(사진=실시간대구 페이스북 캡처)

 

대구 한 지하도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모욕하는 낙서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이를 발견하고 직접 지운 한 시민의 의로운 행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대구 수성구 대구스타디움 앞 지하보도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하는 낙서가 다수 발견됐다.

벽에는 'X같은 세월호 잘 죽었다', '단원고 애XX들 잘 뒤졌다' 등의 내용이 붉은색 스프레이로 적혀있다.

해당 낙서가 발견된 뒤 지우기 시작한 사람은 대구에 거주하고 있는 한 시민이었다.

지난 19일 밤 정영민 씨는 자려고 누운 침대에서 SNS를 하다가 이 낙서가 공유된 페이지를 보게 됐다.

정씨는 "누가 빨리 지워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다들 욕만 하고 아무도 지우러 간다는 얘기가 없어서 직접 갔다"고 21일 CBS노컷뉴스와의 전화를 통해 밝혔다.

그는 "자동차 선팅, 광택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매장에 시너 같은 자재들이 있었다"면서 "일단 지하도에 가서 낙서를 지우기 시작했는데 다 지우고 나니 다른 곳에도 낙서 있다고 해서 차를 타고 SNS에 위치를 물어가며 지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씨는 "낙서를 처음 봤을 때 너무 화가 났다. 대구 사는 사람 입장에서 이러면 안되겠다 싶었다"면서 "아마 다른 사람들도 같은 생각을 했을 거다. 내가 한발 먼저 움직였을 뿐 나 아니었어도 누군가는 가서 지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 지우고 집에 들어가니 새벽 3시 반이 넘었었다. 덕분에 다음날 회사에 지각해서 조금 혼났지만 마음은 편했다"고 전했다.

이러한 정씨의 선행은 SNS를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대구 지역의 소식을 전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실시간대구'는 정씨의 선행을 소개하며 "첫 번째 그리고 두 번째 낙서까지 아무도 물어보지 않았음에도 정영민 님께서 늦은 시간까지 고생해 지워 주셨습니다. 참 고맙습니다"라고 적었다.

이 글 아래론 "고생하셨다" "감사하다" "도와드리러 가지 못해 죄송하다" "대구의 자랑스러운 분" 등 정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댓글이 이어졌다.

한편, 세월호 희생자 모욕 낙서에 대해선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하진 못할지언정 가만히나 있지. 어떻게 이렇게 생각 없는 짓을 하는지. 대구 시민으로서 부끄럽다" "인간이 할 도리가 아니다" "어쩜 마음이 저리도 모났나" "인생 그렇게 살지 마라" 등 분개하는 반응이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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