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맞이 케이크 받은 애완견 (사진=연합뉴스)
서울 성동구에 사는 직장인 정모(30·여) 씨의 하루는 반려견으로 시작해 반려견으로 끝난다.
정작 본인은 아침을 거를 때가 많아도 일어나자마자 한 살배기 강아지 두 마리(푸들·비숑프리제)의 아침을 챙겨주고 배변 패드를 갈아준다.
출근 후 집에 남아있는 강아지들 걱정에 CC(폐쇄회로)TV도 3대나 설치했다. 낮에 틈날 때마다 CCTV 중계 화면을 보면서 강아지들이 별일 없이 지내는지 점검하기 위해서다.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해도 역시 자신의 허기보다 강아지들 저녁이 더 먼저다. 사료는 유기농으로만 주고, 사료 위에 영양제를 뿌려주는 것도 잊지 않는다.
"강아지들만 보면 피곤도 잊게 된다"는 정씨는 늦게 퇴근한 날에도 꼬박꼬박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에 나선다.
산책에서 돌아오면, '두 아이'들을 드라이 룸(건조기)에 넣어 피톤치드도 흠뻑 맞게 해준다. 반려견용 드라이 룸 가격은 무려 170만 원에 이르지만, 강아지들의 위생과 건강을 위해 큰 맘 먹고 질렀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코를 많이 쓰는 강아지들을 위해 '노즈 워크'(nose work) 훈련도 빠뜨릴 수 없다. 여러 주머니가 달린 '코 담요'에 간식을 숨겨 놓고 냄새로 간식을 찾게 하는 것인데, 코를 묻고 킁킁거리는 강아지들의 귀여운 모습 때문에 하루라도 거를 수 없는 필수 일과다.
간식은 닭가슴살을 건조기에 직접 말려서 준비한다. 직접 닭가슴살을 삶고 썰어 10시간씩 건조해야 하는 일이지만, 정씨는 "한 번도 귀찮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정씨 부부는 주말 일정도 대부분 강아지들과 함께 한다. 한 달에 한 번, 주로 주말에 강아지 미용실을 찾는데, 비용은 한 마리당 10만 원 정도다. 정씨 본인은 1만5천 원을 주고 머리를 자르니, 강아지의 미용 지출이 주인의 7배에 이르는 셈이다.
종종 애견 카페에 나들이를 가면, 개를 위한 우유 음료 '펫푸치노'를 빠뜨리지 않고 산다. 얼마 전에는 돌을 맞은 강아지들을 위해 개 케이크를 사서 파티도 열어줬다.
이 두 강아지에 신혼인 정씨 부부 생활비의 절반이 들어가지만, 정씨는 지나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는 "남편한테 쓰는 돈은 아끼지만, 강아지에는 아끼지 않는다"며 "강아지들은 아이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6살짜리 몰티즈를 키우는 임모(31·여) 씨도 "나는 굶어도 강아지는 안 굶긴다"며 "내가 먹는 두부는 가장 저렴한 것 먹지만 강아지 먹는 건 가장 비싼 두부로 사줬다"고 말했다.
임씨는 "1년 전부터 (강아지에게) 생고기를 먹이는 '생식'을 시키고 있는데, 2주마다 영양성분을 고려해서 종류를 바꿔준다"며 "사슴이나 타조고기도 먹이는데 그럴 경우 식비가 엄청나게 뛰지만 아까운 생각이 들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최근 정씨나 임씨와 같은 '펫팸족'(펫+패밀리·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을 위한 전문 상점이나 강아지를 맡아주는 '강아지 유치원' 같은 서비스도 많아졌다.
19일 서울 서초구 '몰리스펫샵'에 가보니, 실제로 강아지를 위한 호텔·스파 서비스까지 있었다.
여행 등의 이유로 개를 잠시 맡겨야 하는 사람들을 위한 '강아지 호텔'에서는 서너 마리의 강아지가 놀고 있었다.
"지금은 강아지 호텔 '비수기'지만 설 연휴 등 성수기를 앞두고는 한 달 전부터 예약이 꽉 찬다"고 매장 직원은 전했다.
목욕에 마사지까지 받을 수 있는 '강아지 스파 룸'에 들어가니 널찍한 욕조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매일 두 세 마리의 강아지가 꾸준히 이 스파를 이용한다는 게 몰리스펫샵의 설명이다.
매장에서 개 간식을 고르던 모녀는 "개를 네 마리 키우는데 가장 나이가 많은 아이가 열네 살"이라며 "나이가 들수록 유기농 사료를 먹인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가 네 마리나 돼 돈도 많이 들고 아픈 일도 많아 병원에 많이 가지만, 아이들은 우리 가족이니까 하나도 아깝지 않다"며 "책임감을 느끼고 키우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