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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족관 도둑 달수야, 정 배고프면 이리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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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기석 (거제도 OO횟집 사장)

 



오늘 화제의 인터뷰는 경남 거제로 가보겠습니다. 경남 거제의 한 횟집. 횟집 수족관에 물고기 도둑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도둑이 글쎄 천연기념물 수달이었다고 합니다. 횟집 인근 하천에 살던 수달이 횟집 수족관으로 활어 사냥을 나온 거죠. 이 횟집을 찾아오기 시작한 지가 벌써 6개월째라는데 피해 금액은 수백만 원에 이른답니다. 그런데요, 희한하게도 횟집 사장님은 자꾸 찾아오는 이 수달에 정이 들어서 이름까지 지어주셨다 그래요. 먹이도 놔준답니다. 오늘 화제의 인터뷰, 어떤 사연인지 횟집 사장님 김기석 씨를 직접 만나보죠. 김 사장님, 안녕하세요.

◆ 김기석> 네, 반갑습니다.

◇ 김현정> 거제도에서 횟집을 하시는 거예요?

◆ 김기석> 네, 거제도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런데 수족관에 수상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한 게, 벌써 6개월 전이예요?

◆ 김기석> 네. 그러니까 작년 지난 작년 9월 경부터 물고기가, 장어가 한 두 마리가 바닥에 떨어져 있고 고기들이 한번씩 튀어나와 있어요.

◇ 김현정> 튀어나와 있고?

◆ 김기석> 네. 그래서 이상하다. 여기 길고양이들이 많이 다니긴 하는데 고양이는 물을 무서워해서 들어갈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었는데, 나는 혼자 생각에 애들이 우리 고기가 너무 싱싱해가지고 튀어 나오는가 했거든. (웃음)

◇ 김현정> 팔딱팔딱 뛰다가 튀어나온 건가? (웃음) 너무 잦다. 이런 생각을 하셨군요.

◆ 김기석> 네.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친구가 바깥에서 테이블에 앉아가지고 저기 한번 보라고 그래요. 그래서 보니까 수달이라는 놈이 올라와서 수족관에 들어가고 있는 겁니다.

횟집 수족관을 찾은 수달 '달수' (사진=김기석씨 제공)

 




◇ 김현정> 아니, 세상에. 잠깐 저는 상상이 잘 안 돼요. 그러니까 수족관이라는 게 횟집에 네모반듯한 수족관 그거 생각하면 됩니까?

◆ 김기석> 네. 거기에 보면 그쪽에 냉각기가 있거든요. 냉각기를 1차 딛고 펄쩍 뛰어올라가지고 수족관 뚜껑이 닫혀 있는데도 그걸 이제 발하고 입으로 막 밀어냅니다.

◇ 김현정> 수족관 뚜껑을 열어요, 수달이?

◆ 김기석> 수달이 머리가, 지능이 아주 뛰어납니다. 그리고 크기도 엄청 커요.

◇ 김현정> 얼마나 커요?

◆ 김기석> 두 마리가 번갈아 가면서 오는데 아빠가 달수고 엄마가 달자라고 내가 이름을 지어놨어요. 달수 같은 경우 1m 30cm 가까이 돼요. (웃음)

◇ 김현정> 그러니까 꽤 큰 놈들이에요. 꽤 큰 녀석들이 와서 잡아먹는데.,, 그거를 하루에 얼마나 가져가던가요?

◆ 김기석> 하루에 많이 올 때는 수시로 오고 감성돔, 참돔, 능성어. 고급 어종, 큰 고기는 다 물고 가요. 처음에는 진짜 혼내려고...

◇ 김현정> 그럼요. 화가 나죠.

◆ 김기석> 혼자 피해를 계속 보니까요.

◇ 김현정> 그런데 어떻게 마음이 사르르 눈 녹듯이 녹아서 이름까지 지어주셨어요?

◆ 김기석> 처음에는 보면 장어를 한 마리 물고 가요. 플래시를 아주 밝은 걸 구입을 해서 제가 쫓아갔죠, 동선을. 그랬더니 아래 하천에 새끼가 두 마리 있는 거예요.

◇ 김현정> 새끼 두 마리 하천에 낳아놓고... 자기들 배도 채우고 새끼도 갖다 주고 또 오고 이랬던 거군요?

◆ 김기석> 네. 물고 새끼를 갖다주고 그러는 것 같아요.

◇ 김현정> 그러면 달수하고 달자가 부부인가요?

◆ 김기석> 네. 그렇습니다. 달수가 아빠고 달자가 엄마고, 새끼 두 마리 제가 달근이 달아, 이렇게 지었는데.

◇ 김현정> (웃음) 그런데 사장님 저는 지금 들으면서 희한한 게 이 녀석들 때문에 피해가 막심하고 쫓아야 되는 상황인데 또 이름은 하나하나 다 지어주셨어요, 아버지처럼?

◆ 김기석>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웃음) 새끼를 아까 말씀드렸던 하천에 있는 새끼를 봤잖아요.

◇ 김현정> 새끼 보셨죠.

◆ 김기석> 그 모습에 제가 그랬거든요. ‘달수야, 그리 묵을 게 없나’ 하고... 그래서 그때부터는 가만히 생각하니 안 된 거라.

6개월 째 횟집 수족관을 찾아오는 수달 '달수' (사진=김기석씨 제공)

 

◇ 김현정> 측은한 마음이 드신 거예요. 그때부터 측은지심이?

◆ 김기석> 저도 딸이 하나 있는데 짐승이나 사람이나 부모는 똑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현정> 아이고, 그렇게 된 거군요.

◆ 김기석> 그래서 수족관이 세 칸이에요, 세 칸인데, 제일 위에 제일 작은 칸이 있거든요. 거기에다가 장어를 10마리 정도를 매일 넣어놨거든요.

◇ 김현정> 세상에.

◆ 김기석> 그랬더니 수시로 이제 왔다 갔다하더라고요.

◇ 김현정> 그럼 결국은 그 달수, 달자 부부 그 식구 네들은 하천에 살기는 사는데 하천에 먹을 게 없는 거군요.

◆ 김기석> 하천에 먹을 게 있긴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수달은 민물에서 바다까지 멀리는 한 20km까지 사냥을 다닌다 하거든요.

◇ 김현정> 그래요?

◆ 김기석> 얘네들 패턴이 어디냐면 문동 제설교에서부터 우리 하천으로 해가지고 고현항까지 나가서 먹이활동을 하고 다시 올라가는데 그런데 저 밑에 고현항에 몇 백만 평을 매립을 한단 말이죠. 그러다 보니까 그 입구에 오일 펜스를 쳐서 얘들이 바다를 못 나가요.

◇ 김현정> 아... 바다로 나가서 먹이사냥을 해 와야 되는데, 거기에 펜스를 쳐놨군요? 공사를 한다고.

◆ 김기석> 네. 오일 펜스를 쳐가지고 그러다 보니까 비린내가 나니까 우리 집에 오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해요.

◇ 김현정> 딱한 사연이 있네요.

◆ 김기석> 그래서, 이 모든 게 우리가 같은 피해자면서도 공범이죠.

횟집 수족관에서 물고기 사냥중인 수달 '달수' (사진=김기석씨 제공)

 

◇ 김현정> 그러네요. 우리 마음씨 좋은 사장님. 지금 수달 가족이 듣고 있을지 모르겠어요. 달수, 달자, 달근이 또 하나 뭐라고 그랬죠, 달아?

◆ 김기석> 달아.

◇ 김현정> 수달 가족한테 얘들아 하면서 끝으로 한 마디해 주세요.

◆ 김기석> 제가 예전에 어느 노래자랑 대회를 나가가지고 그날 불렀던 노래가 ‘달수야 슬퍼하지 마’라고. 김종환의 ‘슬퍼하지 마’라는 노래를 불렀는데. 얘네들도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지금도 혹시나 이 방송을 문화재청이라든지 어떤 관계자들이 들으시면, 정말 우리가 천연기념물이라고 하는 거는 말 그대로 문화재인데 지정을 해 놨으면 보호를 하고 관리 감독을 하고 좀 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런데 피해를 보는 사람도 실질적으로 멧돼지 같은 유해조수한테 피해를 보는 것도 보상이 돼요. 그런데 천연기념물한테 피해를 당하는 거는 보상 규정도 없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어떤 부분들을 문화재청에서 제대로 좀 관리감독을 해 주고 얘들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서 이주를 시켜주든지, 그러면 서로 안심을 하고 살겠는데... 달수가 매일 안 오면 걱정도 되고 그래서 어쨌든 이 겨울 얘들이 먹을 것도 없을 건데. 참...

◇ 김현정> ‘달수야, 달자야.’ 한번 부르면서 말씀 해 주세요.

◆ 김기석> 이 겨울 추울 텐데... 달수야, 달자야, 달근아, 달아야 잘 지내고 정 먹을 게 없을 때는 오너라. (웃음)

◇ 김현정> 오너라. (웃음) 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할아버지 같은 마음으로. 달수, 달자, 달근이, 달아한테 한마디 해 주셨어요. 얘들이 사장님만의 손님이 아니라 사실은 우리 자연에게 온 손님이거든요, 천연기념물이거든요. 혹시 이렇게 달수, 달자처럼 먹을 거 없어서 인간이 파괴해 놓은 자연 때문에 먹을 거 없어서 헤매고 있는 동물은 없는지 관심 좀 가져봐야겠어요.

◆ 김기석> 네. 그럼요.

◇ 김현정> 사장님 잘 돌봐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뭔가 좋은 해결책 나기를 저희도 기도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기석> 네, 많은 관심 좀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거제도 화제의 횟집입니다. 수달이 매일 찾아오는 그 횟집 김기석 사장님 만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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