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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앞에 휴지조각된 압수영장…법원의 판단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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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02-15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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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청와대 압수수색 관련해 선례 남기겠다"

자료사진

 

질주하던 특검 열차가 박근혜 대통령 앞에서 멈춰섰다. 청와대 압수수색에 실패한 데 이어 박 대통령 대면조사도 차질을 빚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대통령 대면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특검의 입장이다.

하지만 청와대 압수수색은 국가보안시설이라는 이유로, 대면조사는 일정이 공개됐다는 이유로 불발됐다.

이런 가운데, 특검이 '최후의 카드'를 꺼냈다. 특검은 지난 10일 법원에 청와대가 제시한 압수수색 불승인처분을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과 함께 집행정지를 신청하면서 법원의 판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일본, 법원이 압수수색 가능 여부 판단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15일 특검이 제기한 한광옥 청와대 비서실장과 박흥렬 경호실장의 청와대 압수수색 불승인 사유서에 대한 항고소송의 심리를 시작한다.

특검은 청와대 압수수색을 하지 못하면 '국정농단' 수사에 차질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 인용 결정을 받아낸다는 계획이다.

특검 관계자는 "지난번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39권도 청와대에 보관돼 있던 것을 인계받은 것"이라며 "(피의자들이) 증거들을 청와대에 갖다 놔 버리면 가지고 나올 수 없다. 청와대가 완전 '성역'"이라며 압수수색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국정농단의 진원지라 할 수 있는 청와대에 상당히 많은 범죄 증거들이 남아 있을 것이라는 게 특검의 시각이다.

박종민 기자/자료사진

 

반면 청와대는 압수수색에 불응한 것이 '행정처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펼 것으로 보인다. 또 만약 행정처분으로 인정되더라도 압수수색을 승인하지 않은 것은 형사소송법을 근거로 한 정당한 처분이었다는 주장이다.

앞서 특검은 지난 3일 청와대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청와대 측이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를 근거로 불승인 사유서를 내고 거부해 5시간 만에 철수했다. 형사소송법 110조는 군사시설, 111조는 공무상 비밀을 보관한 장소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 압수수색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다만 두 조항 모두 '국가 이익에 반하지 않는다면 압수수색을 거부할 수 없다'는 단서조항이 달려 있다.

이와 관련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법원이 발부한 영장을 무시하는 것은 권한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회장 김칠준 변호사는 "청와대 안에 있는 모든 곳이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로 볼 수 없다"며 "단서 조항에 나와 있는 것처럼 심각한 침해가 아니라면 허용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황다연 변호사는 일본의 사례를 예로 들며 "일본의 경우 공무상 비밀의 경우에 승낙하지 않으면 압수수색하지 못한다는 비슷한 조항이 있다"며 "하지만 압수 여부가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치는지 여부에 대해서 대상 기관이 아닌 법원의 판단을 최종적으로 받아야 된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경우 법원이 자위대나 국세청이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압수수색에 불응한 것을 정당하다고 판시한 사례가 존재한다.

거꾸로 해석하면 법원이 압수수색을 정당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는 대상 기관의 책임자가 거부하더라도 압수수색을 집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법원, 특검 '최후의 카드' 받아들여줄까

아울러 법조계에서는 청와대가 법원의 판단을 보다 더 존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법원이 발부한 영장에는 원칙적으로 예외란 없다. 반드시 군사상·공무상 비밀 유지가 필요하더라도 예외는 엄격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며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삼권분립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역시 행정부처이고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법에 정해진 절차를 거부한다는 것은 법 절차에 따라야 한다는 '영장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해"라고 강조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이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 미국의 경우 법 시스템이 대통령의 '일탈된' 권력을 바로 잡은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1974년 7월 24일 미 연방대법원은 워터게이트 사건 축소·은폐 혐의를 받고 있던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인 백악관 집무실의 녹음테이프를 특검에 제출하라고 결정했다.

녹음테이프에선 닉슨이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를 저지하라고 지시한 사실이 드러났고, 탄핵 결의를 앞둔 8월 8일 닉슨은 대통령직에서 내려왔다.

이같은 맥락에서 대통령을 수사하고 있는 특검이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에 대해 법원으로 '공'을 넘긴 것은 고심끝에 내린 최후의 선택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법원이 소를 기각하거나 각하하게 되면 특검으로서는 현행법 안에서 어떠한 방법으로도 청와대를 압수수색할 수 없게 된다"며 "그럴 경우 형사소송법 110조와 111조의 단서 조항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이 사문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선례를 남기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이번에 안해두면 영장 집행할 때 이런 문제가 또 생길 것"이라며 "기각되더라도 이번 사안을 교훈 삼아 입법적으로 해결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안의 중대성과 이례성, 특검 수사 기한 등을 고려해 심문 당일 법원의 결정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집행정지 사건은 처분의 효력이나 집행을 시급하게 정지해야 할 필요성이 인정되면 심문을 종결한 당일 결과를 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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