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백악관 제공 영상 캡쳐)
미국 안보 정책의 주축인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돌연 사임했다. 그는 러시아 대사와 접촉해 대 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된데다, 펜스 부통령과 백악관 관계자들에게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거짓말까지 했다가 결국 궁지에 몰렸다.
CNN과 뉴욕타임즈. NBC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 현지시간으로 13일 밤 일제히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했다고 긴급 타전했다.
플린 보좌관은 지난해 12월 29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개입 해킹사건에 대한 보복 조치로 러시아 외교관 추방 등 각종 제재 조치를 취하자, 세르게이 키슬략 주미 러시아 대사와 꾸준히 접촉하면서 대러시아 제재 해제를 논의한 사실이 폭로됐다.
언론들이 일제히 이를 보도하자 플린은 펜스 부통령과 백악관 관계자들에게 사실이 아니라고 거짓말을 해, 펜스 부통령이 언론 인터뷰에서 '그런 일이 없다'고 재차 반복하도록 한 점도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미 법무부가 지난달 플린 보좌관이 러시아 대사를 접촉한 것과 관련해, 플린이 '러시아의 협박에 취약할 가능성이 있다'고 백악관에 경고한 사실이 이날 언론 보도로 드러난 것이 결정적 한 방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플린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지만, 답변을 하지 않은 채 퇴장했다. 그러나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이 기자들에게 "대통령이 상황을 평가 중"이라고 말해 기류 변화가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플린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을 통해 발표한 퇴임사에서 “일이 빠른 속도로 전개됐기 때문에 러시아 대사와의 전화통화와 관련해 당시 펜스 부통령 당선자 등에게 불완전한 정보를 보고했다”며 “고의는 없었고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진심을 담아 사과했고, 이들이 나의 사과를 받아줬다”고 밝혔다.
그러나 플린은 “정권인수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상황에서 외국 장관과 대사 등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전화를 받았고, 이는 대통령과 외국 정상 간의 관계를 만들어가는 동시에 원활한 정권인수를 위한 일”이라고 해명하기도 했다.
플린 보좌관이 임명 한 달도 안 돼 사임하면서, 역대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가운데 가장 단명한 보좌관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또 안보보좌관의 사임으로 미국의 안보정책도 당분간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불과 이틀전까지만 해도 플린은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관련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통화하는 등 북핵 문제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그러나 국가안보보좌관이 사임하면서 미국의 안보정책 특히 북한에 대한 적시 대응에도 차질이 생기지는 않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석이 된 국가안보보좌관 직무대행으로 미 국가안보회의(NSC) 사무총장인 케이스 켈로그 예비역 중장을 임명했다.